교수회 선거, 입후보자 없어 연이어 무산

홍승용 총장 후임 인선이 진행중인 인하대에서 교수회 선거가 연이어 무산됐다. 홍승용 총장의 급작스런 사퇴배경과 맞물려 총장인선 과정에서도 재단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인하대 교수회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총장후보자 등록 공고를 냈으나, 교내 교수가 한 명도 입후보하지 않았다. 이에 교수회는 지난 1일 대의원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 교수회의 선거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

이기우 교수회장(법대 교수)은 “자발적인 입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의원회에서 인위적으로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재단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월 전임 홍승용 총장이 연임되던 때(11대 총장선출)도 교수회에 입후보한 후보는 없었다. 그러나 교수회는 이른바 ‘교황선출방식’으로 후보자를 추천했다. 전체 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신황호 교수(국제통상학부)를 후보로 선출했지만, 재단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홍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올해는 이런 시도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발적인 후보가 없었던 데다 교수회 추천 인사를 재단이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수회 선거에 입후보하는 교내 교수도 없었다.

기업이 학교법인을 인수한 대학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중앙대도 지난해 말 이사회가 박 총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구성원들의 반발이 일었다. 박 총장 재임 중 △BK21 사업 결과 △대학 평가의 지속적 하락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전력 △정원 50명의 초미니 로스쿨 유치 등의 실정을 들며 연임에 반대한 것이다. 박 총장은 중앙대 학보인 ‘중대신문’설문조사에서도 교수 43%·학생 51%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앞서 중앙대 재단의 새 주인인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주장했고, 이어 이사회에 의해 박 총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1968년 한진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인하대도 점차 총장선출과정에서 재단의 영향력이 공고화되고 있다. 인하대는 1990년대까지는 교수회 직선으로 선출된 복수 후보 중 한 명이 총장으로 선임돼 왔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재단 내 추천위원회가 꾸려져 이를 통해 올라오는 후보자 중 한명을 선임하고 있다.

11명으로 구성되는 재단 추천위에는 교수대표가 4명 들어가 있지만, 모두 대학본부에서 위촉한 인사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회장은 “기업이 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어느 나라 대학에서도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는 보장하고 있다”라며 “총장 직선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교수들의 의견을 개진할 창구를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법인 인하학원 총장후보자추천위는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다. 이후 후보심사를 통해 16일 3명의 최종 후보자를 재단에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이중 한 명을 총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그가 재단 추천위에 위원으로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기 총장에 누가 선임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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