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겨냥한 대학 캐릭터, 내러티브 입고 진화 중
공모전 통한 다양한 마스코트 캐릭터 발굴
대외 커뮤니케이션에도 용이한 면모 갖춰

16개 대학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마스코트 캐릭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국민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부경대, 상명대, 건국대, 광운대, 한양대, 포스텍, KAIST, 중앙대, 숭실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서강대.(사진 = 각 대학)
16개 대학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마스코트 캐릭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국민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부경대, 상명대, 건국대, 광운대, 한양대, 포스텍, KAIST, 중앙대, 숭실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서강대.(사진 = 각 대학)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친구가 되고싶푸앙!(중앙대)”, “시험기간이지만 힘내라쿠!(건국대)”

이렇듯 친근한 인사를 건네는 이들은 각 대학의 마스코트 캐릭터다. 지금의 한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초유의 팬데믹 상황을 겪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대내외 홍보의 효용을 높이고 교내 구성원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활동은 ‘마스코트 캐릭터’ 제작이다. 대학의 정체성(identity)을 디자인 스토리에 담고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는 마스코트 캐릭터의 등장은 새해에도 MZ세대의 마음을 정조준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 상징동물 캐릭터화 수준을 넘어선 ‘TMI 설정’이 대세 = 중앙대 마스코트 캐릭터인 ‘푸앙이’는 중앙대 캠퍼스 연못에 있는 청룡상 타임캡슐에서 속에서 깨어난 용이다. 중앙대에서 푸앙이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본관 1층에 성인 남자 평균 키를 크게 웃도는 초대형 인형도 있고, 캠퍼스 출입허가 스티커 속에도 푸앙이가 그려져 있다. 푸앙이 디자인은 2019년 9월 공모전을 통해 선발돼 팬데믹 속에서도 중대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청룡이라는 중앙대의 상징동물의 형상화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가 더해져 다양한 학생 활동에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숭실대 마스코트였던 ‘슝슝이 1.0’은 최근 학부를 졸업해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며 교내 프리허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슝슝이 2.0’은 조금 더 숭실대의 상징인 백마에 걸맞은 형상을 하고 나타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대의 ‘하이리온’도 기존 1.0의 모습에서 좀 더 친근하고 푸근한 2.0의 모습으로 2019년 4월부터 변모하면서 기존에는 없었던 친구 캐릭터 ‘하이나리’를 대동하며 스토리의 풍성함을 더했다. ‘하이나리’는 한양대 교화인 개나리를 모티브로 제작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의리가 넘치는 친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예외적으로 국민대 ‘쿠민이와 북악이’와 같은 동물 상징성을 채택하지 않은 마스코트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국민대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챗봇과 다양한 기념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굳이 캐릭터가 동물형상을 갖춰야 한다는 편견도 깨뜨렸다. 

이런 세세한 캐릭터 설정은 그들의 귀여운 모습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캐릭터의 가치와 활용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세계관부터 말투까지 캐릭터 설정에 녹여내야만 한다.

명지대 마스코트 마루가 취업컨설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 명지대)
명지대 마스코트 마루가 취업컨설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 명지대)

■ 구성원들의 활용·정서적 친밀도에 따라 ‘마스코트 캐릭터’ 지속성 달라져  = 마스코트 캐릭터의 지속성은 대학 구성원들이 얼마나 캐릭터를 알고 있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수명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에 디자인적인 공을 들인다고 한들 실제 마스코트 캐릭터를 활용할 구성원들과 정서적 친밀도가 낮다면 캐릭터의 생명력도 짧고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대학 마스코트 캐릭터 제작은 대체로 교내 ‘디자인 능력자’들을 찾는 공모전 형태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설령 대학의 ‘공식’ 마스코트가 되지 못해도 학생들의 요구에 힘입어 학생들이 일정기간 동안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캐릭터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지영 광운대 홍보팀장은 “학생들의 요청과 대학 홍보 강화의 일환으로 마스코트 공모전을 열었다”며 “공식 마스코트 캐릭터로 지정하지는 않았을 뿐, 광운대 구성원이라면 교내에서 자유롭게 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이미지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운대의 ‘우니와 팡이’는 수상자가 재학하고 있는 4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누리는 캐릭터로 활동할 계획이다.

명지대의 공식 마스코트인 ‘마루와 마리’도 공모전을 통해 2019년 발탁된 아이들이다. 만든이는 명지대 시각디자인전공 재학생이었던 서지수 작가다. 김기현 명지대 대외협력·홍보팀 담당자는 “공모전을 통해서 뽑혔음에도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 당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후 대학 행사 곳곳에 나타나 명지대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경대의 경우는 공모전 자체를 통해 부경대 홍보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전략을 펼쳤다. 마스코트 공모전 자체를 교내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해 기존 캐릭터 ‘백경이’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최지성 부경대 대외홍보팀 담당은 “마스코트 발탁도 새로이 하고 전국 단위 공모전을 계기로 부경대 자체를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자 했다”며 공모전을 통해 뽑힌 ‘백경이와 뿌공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공모전 상금은 총액 기준으로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까지 규모로 열리는 추세다.

국립 부경대학교 마스코트 백경이 공모전 포스터. 현재는 리뉴얼된 백경이가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부경대)
국립 부경대학교 마스코트 백경이 공모전 포스터. 현재는 리뉴얼된 백경이가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부경대)

■ 학생 반응 뜨거운 캐릭터들, 2차 저작물 생산으로 이어져 = 캐릭터의 인기는 어디서 증명될까. 이 부분은 다양한 굿즈(goods, 팬상품)와 2차 저작물 동향으로 가늠할 수 있다.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마스코트는 단순한 기본형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되고 팬 계정을 통한 2차 창작물로도 이어진다.

인스타그램에는 ‘포스텍을 휘젓고 다니는 넙죽이’라는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해당 페이지의 운영자는 KAIST 석·박통합과정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김채윤 씨다. 그는 “포스텍에서 학부를 다니면서부터 넙죽이를 봤고 다른 캐릭터와 달리 굉장히 단순하고 귀여운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팬 페이지 운영의 이유를 밝혔다. 공식 KAIST 계정이 아님에도 600여 명의 팔로워가 게시물 피드를 받아 보고 있다. 

넙죽이와 포스텍 길냥이 노벨이 (사진 = 포스텍을 휘젓고 다니는 넙죽이 인스타그램)
넙죽이와 포스텍 길냥이 노벨이 (사진 = 포스텍을 휘젓고 다니는 넙죽이 인스타그램)

사실 카이스트의 공식 마스코트는 ‘넙죽이’가 아니라 ‘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공개 초기에 “대학 교비를 들여 이 정도의 마스코트밖에 못 만들었냐”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비판이 많았다. 넙죽이라는 이름도 한때는 넓적한 모습에 어중간한 눈위치 때문에 붙여진 ‘웃픈 별명’이었다. 하지만 카이스트 학생들의 관심과 재미있는 패러디물들의 나오면서 인기 반열에 올랐다. 김 씨는 “대학원총학생회 협동조합에서 산 넙죽이 인형을 들고 포스텍과 타대학들을 다니며 찍은 풍경사진이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며 “KAIST에서도 넙죽이의 매력을 알고 더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넙죽이 인형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인형은 학부생 넙죽이고 제가 가진 인형은 대학원생 넙죽이 같다”며 웃었다.

대학 중 마스코트 중 캐릭터의 색깔이 대내외적으로 안정적으로 적립된 곳을 들라고 한다면 단연 숙명여대 ‘눈송이’를 떠올릴 수 있다. 눈송이는 인기 캐릭터 ‘몰랑이’를 만든 숙명여대 출신 디자이너 윤혜지 씨가 재학생 시절 시각·영상디자인과 학생들과 함께 힘을 합쳐 만든 캐릭터다.  2013년 한번의 디자인 리뉴얼을 거쳐 ‘눈송이 2.0’이 탄생했고, 지금 사람들은 2.0 버전의 눈송이를 만나고 소비하고 있다.  이화정 씨(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19)는 “숙명여대의 이미지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눈송이는 쉽게 응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굿즈 샵에서 눈송이 안마봉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연 숙명여대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눈송이 마스코트는 숙대 이미지 구축에 확실한 역할을 했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송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애교심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향후 숙명여대는 ‘눈송이 프렌즈 공모전’을 통해 ‘눈송이 프렌즈’를 발탁, 캐릭터 세계관을 더 넓혀갈 계획이다.

숙명여대 눈송이의 다양한 시안들 (사진 = 숙명여대)
숙명여대 눈송이의 다양한 시안들 (사진 = 숙명여대)

■ “MZ세대 세계관 마케팅에 민감” =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이자 소비자분석 전문가인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학 캐릭터도 이제 상징을 넘어 MZ세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지만 선택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캐릭터 마케팅은 감정이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공동체 소속감 강화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MZ세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시작된 ‘세계관 마케팅’에 익숙하고 브랜드를 선택할 때 ‘내러티브’를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명대의 마스코트 ‘수뭉이’를 만든 상명대 출신 신지원 디자이너 역시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 최우선인 시대가 됐다”며 “MZ세대는 똑똑하고 잘난 친구보다 친근하게 다가와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수뭉이’는 ENFP(재기발랄 활동가) 성격을 가진 통통한 사슴 캐릭터로 상명대의 높은 언덕을 올라갈 때 학생들처럼 땀을 흘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학생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 교수는 “대학의 이미지 역시 의인화한 캐릭터가 대학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팬층을 구축하는 게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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