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중심 영어교육 쏠림현상 우려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이 ‘2010학년도 특목고 전형방법 변경안’을 발표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영어 우수자 선발인원은 지난해 65명에서 14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영어 우수자 선발인원은 서울지역 외고 전체의 26.1%를 차지하는 만큼, 특별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발표와 함께 주목을 끄는 회사가 바로 (주)한외평이다. 한외평은 고려대 사범대, 전국 16개 외고와 손잡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IET(International English Test, 국제영어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각종 평가시험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강석일 한외평 대표를 만나 영어평가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상위 학생들을 구분하는 동시에 자극을 주는 영어평가시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 외고에 들어갈 학생들 수준이 꽤 높잖아요. 그들에게 자신보다 상위 학생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 주고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한외평이 주최하는 IET는 대원외고 진학을 위한 필수코스로 꼽힌다. ‘영어학력 인증평가’는 연 2회, ‘영어학력 심층평가’는 연 1회 실시한다. 인증평가는 듣기와 독해(읽기·어휘·문법)를 평가하는 한편, 심층평가 진출자를 선발하는 데 활용된다.

심층평가는 인증평가 결과에 따라 학년별 최상위 30여 명을 선발해 시행한다. 심층평가는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시험의 올림피아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 수준이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문제 한 문제 출제에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 여타 평가시험과 다르게 해마다 기출문제를 공개한다.

“IET는 은행식 평가시험이 아닙니다. 출제된 문제를 가지고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다른 평가시험과 달리 IET는 문제를 공개합니다.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IET와 함께 예선 연 2회, 본선 연 1회 IEEC(International English Essay Contest, 국제영어논술대회)를 실시한다. 해외체류 경험이 없거나 최근 3년 이내 6개월(연속) 미만 해외 체류 경험자를 A그룹으로, 최근 3년 이내 6개월(연속) 이상 해외 체류 경험자를 B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올해로 8회를 맞는 권위 있는 대회로, 시험 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작문 실력을 키울 수 있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IET는 올해로 10회, IEEC는 올해로 8회를 맞는다. 두 시험 모두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10년 동안 강 대표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가시험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강 대표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대해 “쏠림현상이 심하다”고 우려했다.

“영어교육의 화두가 ‘말하기’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필요한 건 읽기·쓰기입니다.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이 두 가지가 가장 빈도가 높습니다. 읽기는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데, 쓰기는 개념이 안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영작’과 ‘번역’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각종 평가시험에 대한 시선이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시험을 만들어야지 이익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평가시험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평가시험이 자리를 잡은 만큼, 강 대표는 앞으로 중상위권 학생들을 평가하는 시험도 넓혀 갈 생각이다. 강 대표는 특히 TOEFL ITP(기관토플시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난이도가 적당하고, 지난 1964년부터 시행되고 있어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영어평가시험의 저변을 넓히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 10년 동안 평가시험 전문가로서 활동하면서 노하우 역시 상당부분 축척했다.

“지금까지는 평가가 교육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어요. 역할이 상당히 커졌죠.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평가와 관련한 전문가는 극소수입니다. 평가시험 전문가로서 앞으로는 평범한 학생들을 위한 저변을 넓혀 갈 생각입니다. 대학에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있어요.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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