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42 소피 비제 교장과 올리비에 크루제 교무처장

‘조동성이 만난 사람 아홉 번째 만남’에서는 프랑스에서 에콜42를 이끌고 있는 소피 비제(Sophie Viger) 교장과 올리비에 크루제(Olivier Crouzet) 교무처장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 오지희 기자)
‘조동성이 만난 사람 아홉 번째 만남’에서는 프랑스에서 에콜42를 이끌고 있는 소피 비제(Sophie Viger) 교장과 올리비에 크루제(Olivier Crouzet) 교무처장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 오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대학’을 설명하려면 어떤 단어들을 써서 표현할 수 있을까. 교수, 전공도서, 논문, 넓은 캠퍼스, 또래들로 구성된 동기들, 등록금 등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많다. 하지만 프랑스의 에콜42(École42)는 교수와 교재, 등록금이 없기 때문에 기존 대학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깬 대표적인 네오부띠끄(Neo-Boutique) 대학으로, 협업 중심 IT 인재 전문 양성기관이다. 프랑스 교육혁신의 대표로 꼽힐 만큼 파격적인 모습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전 세계 대학에 긴장감을 안겨주고 있으며, 혁신 대학 랭킹인 ‘WURI 대학랭킹 윤리적 기준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스타트업의 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최근 25번째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며 테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에콜42는 프랑스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을 보탠 대표 대학이다. 세계적인 카풀기업 블라블라카(BlaBlaCar)도 사진공유 서비스업체 포토리아(Fotolia)도 에콜42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에콜42이 써가는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조동성이 만난 사람 아홉 번째 만남’에서는 프랑스에서 에콜42를 이끌고 있는 소피 비제(Sophie Viger) 교장과 올리비에 크루제(Olivier Crouzet) 교무처장을 화상 인터뷰로 만나 에콜42의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동성(C)
교수, 교재, 교육비가 없는 학교로 유명한데 여기에 학위도 없어서 기존에 사람들이 겪어 왔던 대학들과는 출발부터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에콜42가 자리를 굳건히 잡았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올리비에 크루제(O)
맞다. 당시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도였고 혁신적인 방향을 불러왔다. 설립 소식이 들리자마자 많은 사람이 “대학이라면서 뭐 하는 짓이냐, 말도 안 되게 끔찍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구자’가 되는 과정이 늘 그렇지 않나. 처음에는 어떤 이유로 시작됐든지 간에 반대 의견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설립 9년 차인 지금의 에콜42는 신뢰받는 학교가 됐고 고등교육 현장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에콜42의 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에콜42 학생들도 에콜42 운영진들을 명문대 교수처럼 바라본다. 우리는 이제 교육 현장의 일부가 됐다. 

소피 비제(S)
사람들은 에콜42의 교육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정말 재능 있는 개발자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이 에콜42를 일종의 블랙박스나 마법 상자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 밖에서 볼 때는 에콜42가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학생들을 붙잡고 가르치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지?’하고 생각하는 거다. 우리는 ‘수업을 받는다’는 일반적인 교육 모델에 익숙하기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의 명령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학습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에콜42를 통해 다른 교육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웃음) 

C
멋진 설명이다. 에콜42의 선례는 한국과 한국 대학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안겨 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안 할 수가 없겠다. 에콜42의 설립자인 자비에 니엘(Xavier Niel)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는 프랑스 정보통신업체 프리(Free)의 창업자로 에콜42의 설립 자금으로 2000만 유로를 출자할 정도의 자산가라고 알고 있다. 현재도 에콜42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는데 영원히 학비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저 역시 경영학자이고 최근까지 국립인천대학교 총장을 맡아서 대학 살림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재무 관련 부분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S
먼저 에콜42의 자금 확보 형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에콜42 캠퍼스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리는 각 캠퍼스마다 후원자를 두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자산가들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캠퍼스 같은 경우는 코딩 전문가이자 자산가인 후원자가 지원하고 있고, 프랑스의 리옹 캠퍼스나 한국의 서울 캠퍼스는 정부가, 미국의 프리몬트 캠퍼스는 지역 대학이 후원을 하고 있다. 벨기에 캠퍼스는 벨기에의 여러 회사가 함께 출자해 후원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에콜42의 교육 시스템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시에 회사는 에콜42와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학교를 통해 우수한 IT 개발자들이 늘어나면 학생들에게 해당 후원사로 취업하라고 독려하지 않아도 자국 IT산업에 큰 이익이 된다. 이는 완벽한 사회적 모델이기도 하다.

에콜42는 모든 이에게 IT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공부하지 못하고 학교를 중퇴한 학생일지라도 말이다. 에콜42는 비즈니스 산업 모델이 아님에도 산업을 부흥시키고 모든 이를 돕는 새로운 방법이 되어가고 있다. 

O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든 후원 기업자들이 자신의 지역에 있는 기술·환경·산업을 개선하는데 있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초거대 기업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개선하고 싶어한다. 

S
우리는 캠퍼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성에 따라 교육 과정을 사기업에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다. 물론 에콜42의 기존 교육방침을 지키면서 목표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에콜42의 실제 모습 (사진 = 에콜42)
에콜42의 실제 모습 (사진 = 에콜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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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에서 빠진 연결고리를 찾은 느낌이다. 이제 에콜42가 지향하는 바를 이해했다. 에콜42의 형태는 프랑스의 유명 사립 고등교육 기관인 에피텍(EPITECH)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에피텍은 5년 과정에 연간 9500유로 가량의 학비가 든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에콜42의 인기나 교육의 질을 보면 일종의 청출어람을 이룩한 셈인데, 두 학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고, 두 학교의 관계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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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4년에 에피텍에서 교육과장을 지냈다. 그 당시 내가 한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의 신념과 교육적인 관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에콜42는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비즈니스 모델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학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1:1 비교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 이제는 에피텍을 가든지 에콜42를 가든지 학생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비용이 물론 선택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비용과 상관없이 지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라고 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이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C
여담이지만 만약 올리비에 씨가 18세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느 대학을 선택할 건가? 두 학교 모두 무료라는 가정을 하고 고민해보자.

S
올리비에는 다양성에 민감할 것 같다. 에콜42는 학비도 없고 나이 제한도 없다. 에콜42보다 더 다양성 있는 곳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 나 역시 69개국에서 온 다양한 종교와 나이대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놀랐었다. 에콜42가 주는 또 다른 장점이다.

O
맞는 말이다. 나는 이미 10살 때부터 코딩을 했기 때문에 에콜42의 자율성이 에피텍의 교육 방식보다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두 대학만 놓고 볼 때 에콜42의 자율성이 더 높다고 본다. 다양성과 자유로움 때문에 에콜42를 선택하지 않을까.

C
다양성과 자유. 에콜42를 특징을 잘 드러내는 두 단어다. 또 궁금한 것은 에콜42에는 가르치는 교수는 없지만 방향성을 알려주는 사람은 있고 ‘동료 학습(peer-to-peer learning)’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O
‘동료 학습’은 에콜42 교육학 모델의 이름이다.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서 강의를 듣지 않지만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주면,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주제에 맞는 코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100% 경험에 의존해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고, 서로 협력해서 완성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푸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없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처음에는 정보를 찾고, 모으며 해당 정보가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학생들은 정보가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는 방법을 빠르게 학습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게 되면서 필요 정보 습득력이 빨라진다. 

그 다음에는 학생들에게 서로 토론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바, 프로젝트를 이해한 내용, 프로젝트 해결 방법을 나누게 된다. 이를 통해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시 테스트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악순환이 아닌 진정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학생들은 주제의 모든 요구 사항을 완벽히 만족하게 하는 코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S
코드가 완성되면 학생들은 에콜42 내부망에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동료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요청을 올린다. 학생들은 평가대상자가 되기도 하고 평가자가 되기도 한다. 동료평가가 끝난 뒤 에콜42 자동 시스템을 거친 뒤 평가가 일치하면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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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학습 시스템과 더불어 게임화 시스템도 특별하다. 학생들에게는 각자의 경험치가 있다. 퀘스트를 수행하거니 배지를 받으면 레벨이 달라진다. 동기부여를 위해 시작했는데 다들 게임을 즐긴다. 일종의 컴퓨터 게임과 같은 접근법이다. “레벨 10이 되면 최종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많이 실패해보자”하는 식이다.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도 돌아갈 줄 아는 방법을 익힌다. 에콜42는 교육학 모델로 게임화 접근법을 유용하게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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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의문도 생긴다. 천 명의 아마추어가 한 명의 천재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보는데, 동료 학습을 통해 전문가 수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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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마다 특별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보통 한 프로젝트는 이미 해당 프로젝트를 완료한 사람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서 평가자는 항상 자신보다 높은 레벨인 사람일 수밖에 없다. 운영진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니터링하고, 학생들이 선택한 여러 가지 방법이 맞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C
그럼, 올리비에 교무처장도 평가자 중 한 명일 텐데 학생들이 토론할 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면 끼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는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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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해버린다. 만약에 해결책을 제시하면 추후 현장에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없게 된다. 빠르게 진화하는 앞으로의 ICT 환경에서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조동성 이사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동성 이사장 (사진 = 오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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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42의 동료 학습만큼 유명한 선발방식이 ‘라피신(La Piscine, 수영장)’인 것 같다. 라피신의 특성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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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신은 에콜42 학생 선발 과정 중 두 번째 단계다. 지원자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두 가지 테스트를 치르게 된다. 라피신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4주 동안의 몰입이다. 에콜42 지원자는 다양한데 이들 중 다수는 코딩을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라피신은 지원자들이 코딩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코딩을 몰랐지만 좋아하게 되고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알고 보니 자신이 코딩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또한 동료 학습이 적성에 맞는지도 알게 해준다.

2년 전쯤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학생은 라피신에 불합격했는데 그 일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이 크게 달라졌으며 스타트업 CEO가 돼 10~15명의 사원을 이끌고 있다고 해서 기억에 남는다.

S
라피신은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을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로부터 해야 할 일을 지시받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뭔가를 이루려면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학교를 중퇴한 한 여성은 에콜42에서 서로 돕는 경험을 하며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명했다. 이 여성은 후에 에콜42를 졸업한 사람이 설립한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하게 됐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울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C
에콜42에 선발돼 3년 동안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라피신이라는 선발과정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오늘 두 분이 해주신 이야기들이 모두 인상적이다. 그래도 지식 자체를 배우는 ’전통적인 학습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인공지능, 머신러닝, 양자 컴퓨터 등은 지식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들은 체계적인 교육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는 에콜42의 학생들이 뒤처지지는 않을까?

S
그렇지 않다. 지식은 아주 멀리 있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주 복잡하다 할지라도 정보를 찾아보고 지식을 공유하면 필요한 지식은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오히려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O
덧붙이자면 에콜42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고 콘퍼런스와 워크숍도 자주 개최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학생들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 전통적인 교육법으로만 배운 학생은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방법을 모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전통적인 교육 방법은 목표에 도달하기는 쉽지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책에 적힌 것을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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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함께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받는 노자가 한 말이 떠오른다. ‘授人以魚, 不如授人以漁(수인이어 불여수인이어)’는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은 그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에콜42는 여기에 한 가지 방법이 더해진 듯하다.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도, 잡는 법을 가르치지도 말고, 굶겨서 바다로 보내라. ‘授人以漁, 不如授人以海(수인이어 불여수인이해)’.

S
맞다. (웃음) 그 말은 생텍쥐베리가 한 말이기도 하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열망을 키워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C
혹시 에콜42 그룹에 한 명의 천재가 있고 동료와 다른 생각을 해서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O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천재라면 더 빨리 성장할 것이고 그에 맞게 비슷한 레벨의 학생들과 팀을 이루면 된다. 물론 학생 중에는 다른 학생과 협업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필수 협력 프로젝트가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어 피할 수는 없다. 일을 하게 되면 어디서든지 그런 상황에 마주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변수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동료 ICT 개발자뿐만 아니라 법률팀, 마케팅팀, 사업팀과도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협동 프로젝트를 강제적으로 넣어뒀다. 때로는 일부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는 혼자 하고 싶다. 그룹으로 하는 편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도 안다. 하지만 과제는 ‘혼자’ 프로젝트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경험해 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C
한국에는 ‘SADI(삼성디자인교육원)’, ‘SK대학’ 등 대기업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대학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런 동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S
잘은 모르겠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대학들의 긍정적인 점은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O
회사가 학교를 세우는 경우 분명 산업과 교육 간의 격차를 메울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에 대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C
좋은 지적이다. 

S
이런 움직임은 일종의 신호다. 회사가 이런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는 건 정부가 수행하는 일에 어떤 결핍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O
맞다.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만약 어떤 부분에 부족함이 있다면 무언가 언제나 개선책들이 나타나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특정한 회사에 의한 사립 교육의 필요성도 조금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 오지희 기자)
(사진 = 오지희 기자)

■ 소피 비제(Sophie Viger)와 올리비에 크루제(Olivier Crouzet)는…
소피 비제는 1993년 피에르마리퀴리대 학사 학위를, 1998년 소르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에는 ONG-TV 창립·운영하고 2008년에는 IESA 멀티미디어 교육 담당 책임을 지냈다. 2013년에는 프로그래밍 사립학교인 에피텍(EPITECH)에서 디렉터로 활동했고 2015년부터는 에피텍 코딩 아카데미 디렉터로 있다가 2018년부터 에콜42의 교장을 맡고 있다.

올리비에 크루제는 1998년 프랑스 소프트웨어공학 사립대학교 에피타(EPITA)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에피타의 시스템 관리자를, 200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에피텍(Epitech) 연구 학장을 역임했다. 2013년 9월부터는 에콜42의 교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담=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 정리= 허정윤 기자 / 사진= 오지희 기자 / 번역= 김혜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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