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고등교육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 2021년 대학입학 정원(47만2496명)이 유지될 경우 2021년 연간 출생자 수(26만3174명) 모두가 18년 후 대학에 진학을 한다고 해도 2040년에는 20만9322명의 학생을 충원하지 못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져올 변화는 대학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고등교육 생태계 교란을 야기할 것이다.

모든 대학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대학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획일적 방안으로 해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대학은 지식만 전달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사회 진출 시 직무역량을 갖추도록 교육의 대전환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 대학들이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이 진출할 사회(real world)와의 연계성이다. 한국 기업들도 신입직원 채용 문화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정형화된 지식을 전수받은 다수의 학생들이 대규모 공개 채용을 통해 산업계로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단순 지식 학습만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직무관련 경험(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소수 인력을 수요에 맞게 채용하는 수시채용 형태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1996년에 온라인 석사학위를 처음 제공한 미국의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 대학을 시작으로 온라인 학위 과정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빠른 속도로 활성화 되지 못했던 원격교육 강의,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 교육방법의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도입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에덱스(Edx),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 등 학부 교육수준의 대안고등교육이 ICT기술 발전과 함께 엄청나게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지식전달자로서 대학의 위상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대안고등교육과의 경쟁에서 대학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교과 및 비교과에서의 경험학습 제공일 것이다. 

교육혁신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환경의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교육환경은 재정 투입을 통해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교육내용, 교육방법의 혁신은 교수자의 노력 없이는 어렵다. 교육혁신에 대한 수많은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익숙하지 않음에 거부감이 있어서인지 교육현장에서 실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분명한 것은 대학교육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학생 가치 창출이 가능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 졸업생 3만 명을 대상으로 갤럽에서 직무적응도, 인생 목표 달성여부,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 행복도, 신체적 건강도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2015년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대학 교육의 가치는 단순히 학위를 통해서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설문의 모든 조사항목(직무적응도, 목표 달성도, 건강도 등)에서 높은 성취율을 보인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생활을 통해 경험한 6가지 요소인 ‘Big 6’를 꼽았다. 그 6가지 요소는 학업적으로 가슴 뛰게 만들어준 교수와의 만남,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잘 챙겨준 교수와의 만남,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멘토와의 만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볼 수 있었던 인턴십에 참여한 경험, 정규교육과정 외 활동에 참여한 경험 등이다. 

Big 6의 요소들을 보면 교수자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전공 관련 직무역량을 갖추고 졸업할 수 있도록 경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Big 6를 경험한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통해 자신들이 졸업 후 사회생활에 대비해 잘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Big 6를 경험한 학생들 75%가 4년 내 대학을 졸업한데 반해, Big 6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4년 내 졸업한 비율은 61%인 것과 비교했을 때, Big 6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갤럽 조사 결과 학생들의 직무역량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준 두 항목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과,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볼 수 있었던 인턴십에 참여한 경험이다. 대학 재학 기간 동안 자신의 직무적합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학생은 졸업 후 삶의 만족도에서 높은 긍정적인 응답을 보여줬다는 것도 대학 교육이 어디를 향해야하는지 알려준다.   

아인슈타인이 ‘배운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그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고 언급했듯이 경험학습의 중요성은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더욱 강조돼야 한다.  

대학마다 학생들에게 경험학습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하고 있다. 한양대는 캠퍼스 안에서는 IC-PBL(Industry-Coupled Problem(Project)-Based Learning), 캠퍼스 밖에서는 현장실습이라는 두 가지 교육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IC-PBL은 전공 교과목 내용과 연계된 프로젝트 수행 시 기관(산업체)로부터 문제가 주어지는지의 여부와 프로젝트 결과 평가 시 기관(산업체) 분들이 참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성돼 있다. IC-PBL의 Industry는 이공계에 국한된 산업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공과 관련된 기관(사회)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교육 방법이다. IC-PBL은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주어진 프로젝트(문제)를 수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4대 핵심 역량을 뜻하는 4C(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llaboration, Communication) 능력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 1906년에 신시내티 대학에서 시작된 co-op(cooperative education, 현장실습)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수대학에서 학생들의 직무역량 함양을 위해 활성화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도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주는 혜택으로 5가지(전문성 개발, 신산업에 대한 통찰력, 새로운 문화 체험, 인적 네트워크 개발, 진로에 대한 영향)을 언급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열에서의 현장실습도 활성화하고 있다. 

모든 전공에서 학생들이 진출하는 사회(real world)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산학연계 교육은 인력의 수요처인 산업체(기관)에서 직무역량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장실습 등 산학연계 교육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력양성 측면에서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도록 産과 學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변하듯, 교육은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변화에 첨병이 돼야 한다. 산학연계 교육 기반 직무 역량교육을 강화함으로써 학생가치 창출에 이를 수 있는 교육혁신만이 오늘 대학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다. 두려움 없이 가야할 때이다.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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