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선출…“고등교육·지역사회 도약 위해 최선 다할 것”
한국 대학 위기 상황 속 대학 지원 정책 필요성 호소…대학 전체의 도약 이끌어
“사립대 재정 어려움 가속화…국립대‧사립대 협력, 국공·립 대학의 공유·연합” 강조
“사립대 자율성 높이고 국립대는 순수‧기초학문 육성 책임과 지원” 제안

2022년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게 된 이호영 창원대 총장은 ‘고등교육의 붕괴’라 할 정도의 큰 위기 속에서 한국 대학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2022년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게 된 이호영 창원대 총장은 ‘고등교육의 붕괴’라 할 정도의 큰 위기 속에서 한국 대학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미래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과거에 교육, 특히 고등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재정난에 직면한 지금, 고등교육 재정 확대가 시급합니다. 국립대만 살자는 것은 우리의 진심이 아닙니다. 힘을 모아 한국 대학 전체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학 사회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대학의 위치로는 크게 서울‧수도권과 지역 대학으로 나뉘고 목적에 따라서는 일반대, 교대, 산업대, 원격대, 전문대 등으로도 나눌 수 있다. 설립주체에 따라서는 국립대, 공립대, 사립대로도 나뉜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임기를 시작한 이호영 창원대 총장은 이들 모두를 다시 한 번 ‘고등교육기관’이라는 큰 이름으로 모으고자 한다. 지역과 설립 형태, 설립 주체 등 모든 차이점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붕괴’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무너뜨릴 정도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힘을 합치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것이 이 총장의 생각이다. 한국 대학이 모두 힘을 모아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봄이 오기 전 아직은 추운 바람이 불었던 2월 22일, 창원대를 찾아 이호영 회장을 직접 만났다.

- 1월부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
“지난 한 해 협의회를 잘 이끌어 주신 김수갑 회장(충북대 총장)님과 고등교육의 미래발전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신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원교 총장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학령인구 감소와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에 따른 대전환의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전국 40개 국·공립대학교 총장의 협의기구로, 회원대학 상호 간 협력을 통한 우리나라 대학교육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창립한 대학 주요 정책에 대한 제언과 전국 국·공립대학 발전을 위한 방향, 시대변화에 따른 혁신안 등을 모색하고 대학이 직면한 다양한 교육현안 해결 등에 앞장서고 있다. 임기 동안 회원교 간 견고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고등교육과 지역사회,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국·공립대학교의 공공성·책무성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 인터뷰에 앞서 주한 콜롬비아 대사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후안 까를로스 까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대학을 방문했고, 우리 대학과 콜롬비아 명문대학과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 대학이 콜롬비아의 대학에 조선해양공학과를 설립하는 것을 돕고, 교육과 실습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 우리 대학이 KOICA(한국국제협력단) 주관 ‘콜롬비아 조선업 활성화 기반구축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ing) 용역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며 4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간담회 중에 콜롬비아 대사가 한국이 성장한 비결을 알려달라고 묻더라. 콜롬비아는 6‧25 전쟁 당시 유일한 중남미 전투부대 파병 국가다. 콜롬비아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도와줬던 나라인데, 이제는 경제력과 기술력이 앞선 나라가 돼 있으니 궁금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교육이다.’ 앞선 정부들이 7,80년 뒤 미래를 보고 교육에 투자했고 연구단지를 만들며 R&D 분야를 지원했다.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이 조선업을, 반도체 기술력을 성장시켰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콜롬비아에서도 정부차원에서 미래 교육에 투자하고, 국립대에는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한국 대학들이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지금은 고등교육 위기가 아니라 ‘붕괴’라 할 만하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은 재정난을 겪기 시작했고 특히 사립대는 재정 어려움이 가속화됐다.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결국 재정 부담 탓에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같은 기준의 평가를 받다보니 대학이 획일화됐다. 과거에는 인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양성할지, 어떻게 특성화를 할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대학들이 경비 절감을 고민하게 됐다. 사립대나 국립대나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은 곧 고등교육 경쟁력에서 나온다. 고등교육 위기의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 사립대와 국립대의 이해관계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
“그렇다. 지금의 위기는 사립대 또는 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위기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지금은 사립대나 국립대나 저마다의 어려움만 이야기하게 되면 그 정책의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위기의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인데, 한 통로를 두고 서로 먼저 나가려고 하다가는 둘 다 못 나간다. 고등교육이라는 전제에서, 고등교육의 위기라는 상황에서는 국립과 사립의 구분이 없다.
단순 대학의 문제만도 아니다. 지역 소멸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과거엔 대학이 없더라도 기업만 들어오면 일자리는 있으니 지역이 살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기업도 인력이 있는 곳으로 간다. 지역에서 사람 구하기가 어려우니 수도권으로 간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지방정부의 지역 대학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지역 발전에 대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듯 하다. 대학이 없으면 청년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지역과 지역대학을 살리는 문제는 함께 가야 한다.”

- 재정 확대 말고도, 한국 대학의 위기 탈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사립대에는 자율을 줘야 한다. 사립대는 각 대학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사립대가 특성화하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립대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인력양성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 수 감소로 대학들이 모집 경쟁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낮은 순수예술, 기초학문 학과들을 점차 없애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적으로 책임지고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배터리, AI 모두 수학이라는 기초학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기초학문, 순수예술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없다. 그렇기에 이런 학문 분야에 대해서는 적어도 국립대만큼은 육성의 책임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대가 기초학문과 순수예술 학문을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이들 학과에서 꾸준히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해 수업료를 면제해줘야 한다. 또 적은 학생으로 운영이 어렵지 않도록 운영비도 지원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립대와 국립대를 경쟁 관계로 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학생이 줄어드는 문제를 교육 여건 악화로 귀결시키지 않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다.”

- 올해 초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지난 1월 유은혜 부총리를 면담하고 전국 국·공립대학교의 미래 발전방향과 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의 성과 및 향후 주요 계획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올해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전임 김수갑 충북대 총장과 함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국립대학법’ 제정에 대한 교육부의 관심과 지원,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국·공립대학교의 교육·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국·공립 고등교육기관의 공공성·책무성을 다하기 위한 정책 방안, 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의 성과와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아울러 대학 간의 경계를 넘어 지역의 우수 인재를 함께 양성할 수 있도록 전국 국·공립 대학의 공유·연합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며, 국·공립대학의 위상 강화와 재정확보, 지자체-대학-산업체 협력기반 교육모델 제시, 고등교육 발전을 통한 지역 및 국가경쟁력 도약에 기여하는 인력양성 체제 혁신 등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는 뜻을 말씀드렸다.”

- 국·공립대 차원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안도 지나칠 수 없다. 국립대학법 제정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국총협이 연구팀을 구성해 국립대학의 경쟁력 및 역할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한 국립대학법안 제정안을 만들었고, 29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를 했다. 국립대학법안은 국립대학과 국립대학법인의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밖에 현재 ‘국립학교 설치령(대통령령)’에 따라 설치‧운영됐던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했다.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 의무, 재정확충,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확보 등에 관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총액 기준으로 책정될 수 있다. 또한 국립대학 소속 학생 1인당 평균 국고 지원금이 국립대학 법인 소속 학생 1인당 평균 국고 지원금과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재정 위기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대학법안 제정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당부드린다.”

- 국총협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에 앞서 창원대에서 여러 성과를 내셨다.
“취임한 이후 2년간 국책사업 등 재정확충 총 1541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취임 전 2년간인 2018년 393억 원, 2019년 476억 원에서 취임 후인 2020년 715억 원, 2021년 826억 원으로 확충됐다. 그 가운데 연구비도 2018년 190억 원, 2019년 240억 원, 2020년 298억 원, 2021년 345억 원으로 상승 그래프를 그려 교원 연구역량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재정확충은 결과적으로 교육과 연구, 학생, 행정의 지원과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및 프로그램으로 연결돼 대학 전체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특히 학생중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 환경과 시설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례로 국책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하나로 중앙도서관에 학생중심의 개방·공유형 창의·융합 학습공간과 취·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 플랫폼 등 교육혁신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취임 후 국책사업 등 재정확충을 통해 교육과 연구 지원을 크게 강화하고, 학생들의 대학생활과 행정역량의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해 그 실질적 결실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재정확충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과 예비 대학생은 ‘디지털 세대’이기에 그에 걸맞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에도 큰 가치를 두는 ‘디지털 디톡스’를 요구하고 있기에 그 니즈에 대학이 응답해야 한다고생각한다.”

캠퍼스를 병풍처럼 둘러싼 정병산이 품고 있는 대학전경을 담은 작품 '몽유도-창원대학교를 노닐다'를 배경으로 이호영 총장(오른쪽)과 본지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몽유도는 이 대학 미술학과 박능생 교수의 기증작품.
캠퍼스를 병풍처럼 둘러싼 정병산이 품고 있는 대학전경을 담은 작품 '몽유도-창원대학교를 노닐다'를 배경으로 이호영 총장(오른쪽)과 본지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몽유도는 이 대학 미술학과 박능생 교수의 기증작품.

■ 이호영 총장은…
1986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프랑스 툴루즈제1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1995년 창원대 사회과학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본격적인 교단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창원대 기획처장을, 2010년에는 사회과학대학장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행정대학원장을 하는 등 보직을 역임했다. 한국방송공사(KBS) 창원총국 시청자위원, 경상남도 여성정책위원, 경상남도 혁신위원, 경남도민매니페스토추진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14년에는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지냈다. 2019년 창원대 총장에 취임했다. 2022년 1월부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허지은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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