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고교등급제 등 부인...내신 기본점수·실질 반영률은 안밝혀


고려대가 입시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에 나섰으나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와 선발 오류 의혹을 풀어주진 못했다. 특히 교과영역의 반영률은 낮추고, 비교과는 높여 결과적으로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고려대는 26일 오후 1시 교내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정밀조사를 하고 대조 작업도 벌였으나 어떠한 잘못이나 실수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고교등급제나 특목고 우대, 입시행정상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반고 출신 1-2등급이 떨어지고 외고출신 4-5등급이 합격, 고교등급제 의혹을 받아온 부분에 대해선 교과성적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 처장은 “수시2 일반전형의 학생부 교과성적은 보정작업을 거친다”며 “학생 수의 차이에서 야기되는 석차의 불균형을 공정하게 보완하기 위해 조정등급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서 처장은 이를 수능시험에서 표준화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50명인 학교의 1등과 1000명인 학교의 1등을 동일하게 처리하지 않고 상대적 우열 등을 감안해 조정했다는 것이다.

“선발결과를 봐도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처장은 “수시2 일반전형 1단계 통과 비율을 학교별로 보면 일반고가 52.4%인데 반해 외고는 57.5%였다”며 “일반입시와 비교할 때 차이가 없는 비율이며, 개별 학교단위로 비교하면 일반고 중에서 외고 보다 합격비율이 높은 사례도 수백건을 넘는다”고 해명했다.

동일 고교에서도 이른바 ‘내신 뒤집기’가 일어난 부분에 대해선 비교과영역에 대한 평가를 ‘실질화’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량적 수치에 치우치지 않고 질적인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내신 뒤집기’가 일어났다는 해명이다.

서 처장은 “학생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기 위해 비교과영역을 평가했고, 그 과정에서 양적인 평가보다는 질적인 평가에 치중했다”며 “예를들어 내신 부풀리기를 위해 수상을 남발한 학교의 수상실적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수상실적을 달리 평가했다”고 말했다.

모집요강에서 제시된 학생부 반영비율(교과 90%·비교과 10%)에 대해선 실질반영비율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 처장은 “지원자를 교과성적 순서대로 뽑은 결과에 비교과성적을 반영한 결과 내신뒤집기가 일어난 비율은 11.8%에 불과했다”며 “모집요강에서 제시된 반영비율(교과 90%·비교과 10%)이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과·비교과의 기본점수, 실질반영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등급이 높은 외고출신이 떨어지고, 등급이 낮은 일반고 학생이 합격한 ‘반대 사례’에 대해서도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입시전문가들은 고려대가 결과적으로 특목고를 우대했고 보고 있다. 모집요강에서 제시한 반영비율과 달리 교과영역의 반영비율을 낮추고, 비교과영역의 반영률을 올려 교과영역이 약한 특목고생들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교과영역에선 기본점수를 많이 주고, 비교과에선 기본점수를 낮게 줘 비교과영역의 반영비율을 높였다고 본다”며 “특목고 학생들이 교과영역에서 불리한 부분을 해소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모집요강에서 교과영역을 90% 반영한다고 하면,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당락이 거기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고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보진 않지만 교과영역이 불리한 외고생들을 1단계서 통과시켜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교과영역에서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해 평가 방식을 ‘실질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진학교사협의회 조효완 교사(은광여교)는 “우리가 수집한 자료에는 교내 부회장과 회장 중 부회장이 교과성적이 더 높고 비교과성적에서도 차이가 없었다”며 “차이라면 회장과 부회장의 차이인데, 그러면 회장은 잠재력이 있고 부회장은 잠재력이 없다는 거냐”라고 반박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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