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과의 보완효과에 큰 기대"

3월. 봄바람과 함께 새로운 얼굴들이 캠퍼스 구석구석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새롭게 시작되는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품은 이들 가운데 한의사 한영선(38)씨도 끼어있다. 지난 96년 대구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로 활동하던 한씨는 영남대 의학전문대학원 제1기 신입생으로 13년만에 다시 캠퍼스로 돌아왔다.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니까 무척 설레요. 물론 의학 공부가 양도 많고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늦게 시작하는 만큼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공부하는 것 자체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안정적인 한의사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느냐고 묻자 한씨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니 주위에선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가족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준비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기회에 가족들에게 고맙단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13년 경력의 중견 한의사가 다시 서양의학 공부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뭘까? 한씨는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라고 얼버무렸지만, 설명을 더 듣다보니 환자에 대한 애정과 의사로서의 열정 때문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환자들에게 서양의학식으로 설명해야 할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위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서양의학 용어로 ‘위염’이라고 설명하면 더 잘 이해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도 서양의학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이 생기게 되고 본격적으로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씨는 서양의학 분야 중 가정의학과 재활의학에 관심이 많다. 한의학과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병을 대하는 관점, 사람의 몸을 대하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연결될 순 없겠죠. 하지만 가정의학이나 재활의학 분야는 한의학과 만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야에서 한의사로서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서양의학을 접목해 환자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고 싶어요.”

항상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이고 싶다는 한씨는 최근에야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한의사가 처음 됐을 때부터 항상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환자중심이 돼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사로서 스스로 치료하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곳에서 보다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면 보내주는 것도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길이라는 걸 한의사가 되고 10년이 넘어서야 깨닫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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