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총장, 교수들 고소...여성 비하 발언, ‘자충수 연발’

박범훈 중앙대 총장에 대한 교수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 총장은 자신의 총장 연임을 반대하며 의혹을 제기한 교수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데 이어 공개 강연회에서 자신의 제자를 지목해 ‘토종’이니 ‘감칠 맛 난다’는 등의 여성 비하 발언을 해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27일 중앙대 교수협의회(회장 강내희 영어영문학과 교수)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중앙대 분회 등 교내 교수단체 3곳은 공동 성명을 내고 박 총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와 임기 중 정치활동 금지 등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박 총장의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중앙대에 몸담고 있는 교수,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은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박 총장의 발언이 중앙대가 쌓아온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2005년 하버드대 서머스 총장이 ‘여성은 과학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발언으로 결국 사임했던 전례를 거론하면서 “박 총장의 발언을 보고 과연 그가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총장의 직책을 수행할 최소한의 인격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대선 때 현직 대학총장 신분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가담해 학내 분란을 야기한 전력이 있는 총장이 또 다시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대학 총장의 신분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대학발전에 끼친 폐해와 악영향에 대해 우리는 다시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박 총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닉네임 ‘illuminating’은 학내 사이트인 ‘중앙인’에 올린 댓글에서 “여성 입장에서는 감칠맛난다는 소리 들으면 충분히 수치심 느끼는 발언입니다. 당연히 여성 비하이고 성희롱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아스랄’은 “진심으로 쪽팔립니다. 학우분들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여자친구가 저런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해보세요.”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1월 박 총장이 자신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총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혐의로 이 대학 K교수와 전 교수협의회 회장 H교수를 고소한 데 대해서는 “학내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키워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문대 모 교수는 “교수들은 누구나 다 알고있는 소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학내에서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사안 아니냐”면서 “학교가 아카데미아인데 다른쪽으로 가는 것 같아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총장이든 누구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것에 비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대학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 외부로 알려진게 안타깝다. 논의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총장은 지난 23일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판소리 공연을 위해 나온 자신의 제자를 지목하면서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기 잘 낳고 살림 잘하는 스타일이죠. 요즘엔 우리 때와 달리 길쭉해지고 했는데 사실 감칠맛이 있습니다.”라는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박 총장은 지난 26일 학교 홈페이지에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된 총장의 입장’ 제목의 글을 올려 “제가 강연 도중 사용한 언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면서도 “문제가 된 표현은 국악과 관련된 강연에서는 그 본래의 취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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