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년간 문화산업 공부해 박사학위 취득, 2014년 숭실대로 와 스토리텔링을 교육에 접목
메타버스 활성화로 게임산업‧문화콘텐츠 사업 급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
“남녀노소 누구나, 학위 취득을 넘어 취업 중심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기능 확장돼야”
“게임산업의 인재 양성에 기여” “학생들의 작품을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미래 그려봐”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게임문화포럼 위원장, 한국게임학회 회장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에 앞장선 이재홍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은 평생교육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려 한다. (사진 = 한명섭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게임문화포럼 위원장, 한국게임학회 회장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에 앞장선 이재홍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은 평생교육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려 한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절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평생교육기관이 있다. 바로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이재홍 원장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게임문화포럼 위원장, 한국게임학회 회장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에 앞장선 이 원장은 평생교육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기도 한 그는 단순히 도구적으로만이 아닌, 메타버스로 펼쳐질 세계에서 활약할 인재를 만드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메타버스를 타고 전 세계로 흘러갈 ‘K-컬처’ 분야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이 보여줄 혁신적 시도에 대해 지난 30일 이 원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 원장이 그려온 삶의 궤적이 독특하다. 전자공학,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디지털스토리텔링’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본래 소설가를 꿈꿨었지만, 맏아들로 태어나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에 공대에 진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 당시는 공대를 가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시절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다. 회사에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글을 쓸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국어국문학을 다시 전공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도쿄대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10년간 문화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데즈카 오사무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의 세계에 심취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게임 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니, 사람들이 나의 뿌리에 대해 궁금해 했다. 마치 깊게 판 게 없는 사람처럼 돼 있었던 탓이다. 지금이야 융합적 능력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종적으로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한 사람이 우대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즈음 게임산업과 관련한 학문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게임학문이야 말로 전형적인 융합학문인데, 융합적으로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게임산업과 관련 학문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준비가 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여러 교육기관에서 함께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2003년에는 서강대에 게임교육원을 만드는 데 참여하며 한국 최초로 게임 시나리오 학과 및 스토리텔링 학과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인력을 양성했다. 진정한 게임교육을 시도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곳 출신들이 지금도 게임산업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모교인 숭실대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마침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2010년에는 국문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4년에 숭실대에 와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게 됐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 현재 한국게임정책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게임정책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성장하던 때, 마침 관련 분야를 전공한 터라 자연스럽게 게임 분야를 가르치게 되면서 연을 맺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게임산업의 영향력을 알 수 있게 됐다. 게임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 줄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산업계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여타 산업에 비해, 게임산업 만큼은 우리 능력만으로 일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최근 한국게임정책학회를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게임산업을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세계 5위 수준이다. 매출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게임산업은 더욱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다. 지금 열풍이 일고 있는 ‘메타버스’도 사실 게임적 요소가 크다. 게임산업을 키우면 그 자체로도 경제적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첨단 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 게임산업에서 인력의 중요성을 따지자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상당수의 노동력을 AI와 로봇이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산업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으로 가상의 공간과 존재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세계다. 그렇기에 앞으로 많은 청년들의 일자리가 게임산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메타버스와 e-스포츠 분야 전문가 양성 교육, NFT와 블록체인 분야의 산학협력 등이 눈에 띈다.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의 새로운 시도로 보여 주목된다. 
“글로벌미래교육원을 맡으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메타버스다. 그동안에는 메타버스에 대해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은 희미한 미래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느끼면서 메타버스는 친숙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놀이하는 동물, ‘호모 루덴스’라고 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놀이의 현실 공간을 빼앗기자, 우리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SNS나 온라인상의 어떤 공간이라고만 볼 수 없다. 평행지구와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광활한 세계다. 일상의 모든 것, 인간 사회 전체 모든 영역은 이제 메타버스에 구현가능한 시대가 됐다.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나 의사소통 도구에서만이 아닌 전 산업분야에서 이제 메타버스를 도입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 분야의 전문 인재가 필요하게 됨은 물론이다.

문제는 메타버스 세계의 문법체계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접목할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대비를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현실이 된 미래사회, 메타버스 사회에 최적화된 인력을 기르려 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나 관련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공에 제한 없이 모든 학생들이 메타버스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게 하려 한다. 이를 위해 융합적 교육을 실시하려 한다. 공부하는 분야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결하며 유기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또 그 과정에서 융합적 역량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NFT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 산업분야의 여러 업체들과 산학협력을 중점적으로 실시해 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이 단순히 학위나 학점을 받기 위해 우리 교육원에 다니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취업의 길을 보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다.”

-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면.
“중요하게 보고 있는 또 다른 축은 ‘K-컬처’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한국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의 가수와 배우 등 아티스트들도 세계적으로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 메타버스의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이제 세계는 콘텐츠를 보다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문화콘텐츠의 영향력은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K-컬처의 주역이 될 인재를 기르려 한다. 한 예로 우리 음악원 학생들은 기존의 전통 클래식 산업을 넘어 게임산업이나 콘텐츠 산업에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e-스포츠 분야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노력도 이러한 차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 그간 평생교육의 주안점은 문해교육, 교양교육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직을 준비하거나, 기술 발달에 따라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진보된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평생교육의 몫이 됐다.
“그간 평생교육기관은 대학 진학의 대체시스템으로 이해돼왔던 것이 현실이다. 학구열이 높은 나라에서, 대학 정원보다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때는 그 의미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 수는 적어졌고 평생교육기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따라서 그동안과 같은, 학점 인증기관으로서의 평생교육기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야 비로소 평생교육기관이라는 말 그대로의 의미를 되찾을 때가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새로운 사회 변화와 기술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익힐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기에 학위 취득을 넘어 취업 중심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기능도 확장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여전히 활동력이 있는 5060 세대가 은퇴하고 일자리를 잃고 있는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충분히 능력이 있고, 노동력도 청년들 못지않은 이들이지만, 100세 시대에 남은 3,40년을 실업자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사회에서 다시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기관에서 새로운 산업수요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산업 변화로 직원 재교육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평생교육기관이 할 일이 많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직원 재교육이 가능한 여건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와 같은 평생교육기관은 새로운 융합 기술을 가르쳐 즉시 산업에 필요한 영역에서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소신껏 살아왔다. 늘 도전했고, 도전한 만큼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게임정책분야에서 헌신하다 다시 교육계로 돌아온 지금, 여러 일을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의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 오랜 시간 게임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게임산업을 견인하고, 게임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연장선에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전 영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함께 융합하며 결실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자체적으로 회사를 설립해 학생들의 작품을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미래도 그려보고 있다.”

■ 이재홍 원장은…
1959년생으로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를 했다. 1987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에 입학해 연구과정,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서울 유성전자공업학교(현 서울디지텍고)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후에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공주영상대(현 한국영상대) 영상문예창작과에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는 서강대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 생활을 했다. 2014년부터 숭실대 인문대학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에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으며 글로벌미래교육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차관급 공공기관장인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게임학회 7‧8대 회장을 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게임정책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