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개 대학 참여 ‘전국법과대학협의회’ 설립 추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지 못한 전국 60여개 법과대학들이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스쿨 설치인가를 받기 위해 과열 경쟁했던 전국 법과대학들이 이번에는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스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법과대학들은 최근 ‘전국법과대학협의회’ 준비모임(대표 조병길 홍익대 법대 학장)을 결성한 데 이어 4일 보도자료를 내고 “변호사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자로 한정하는 것은 의사·한의사 국가시험의 예비시험을 인정하는 의료법 제5조와의 형평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준비모임 측은 특히 “로스쿨은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가 진학하기 어렵고 특정 대학 출신이 대거 몰리면서 학벌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로스쿨과 같은 법조인양성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도 변호사시험의 예비시험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모임에는 이날 현재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는 전국 70여개 법과대학·법학부 가운데 55개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장하는 예비시험 제도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제도로, 예비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생으로 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은 지난달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당정은 제정안에 포함될 내용을 다시 논의 중이며,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들도 예비시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선영 의원(자유선진당)은 한시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일반인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변호사시험법(안)’은 현행 2000명인 로스쿨 총입학정원이 4000명이 될 때까지 일반인도 예비시험을 거쳐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앞서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자만 응시하도록 해야 하 며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배치되는 예비시험제 도입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변호사시험법을 주관하는 법무부는 물론 로스쿨 설치인가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예비시험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비시험을 도입하게 되면 시험이 아닌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설립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전국법과대학협의회가 출범하게 되면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모임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보다 첨예한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안경봉 국민대 법대학장은 “변호사시험은 이후 판·검사 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로스쿨 졸업자 외에는 판·검사를 할 수 없는, ‘공무담임권’의 문제와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학장은 “정말 다급한 것은 로스쿨 체제로 전환되면서 법과대학의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정식 출범하면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뿐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학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조인력양성 제도개선 소위원회가 최근 구성한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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