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익숙한 ‘코로나 학번’ 대학 커뮤니티 앱 이용
학과 소속감과 대학 생활 만족도 하락…온라인을 놀이터로
MZ세대 심리적 성향 맞물려 새로운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기도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도 전문가들, “온라인·비대면 문화 계속 이어질 것”

코로나19 가운데 MZ세대 대학생들이 온라인 소통을 통한 새로운 문화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코로나19 가운데 MZ세대 대학생들이 온라인 소통을 통한 새로운 문화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거나 온라인 수업을 듣는 ‘코로나 학번’ 생활에 익숙해졌다. 확산 이전만 해도 온라인 소통은 일반적인 오프라인 소통과는 다르게 주류 소통 방법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학 내 강의나 수업만 봐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특정 교과를 제외하고 드물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통이 차단되면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대학 문화를 기대하고 꿈꿔온 학생들에게 위기감이 엄습했다. 남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는 좌절감과 우울함이 만들어낸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 김 모 씨는 “코로나19 이후 학과 동기나 선배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외로운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대학 다니는 의미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 코로나19로 온라인 소통↑… “오프라인보다 편해요” = 직접 만나지 않고 누군가와 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소통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속한 ‘MZ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해 나름의 놀이문화를 찾아내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70% 이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20대의 경우 44.3%가 대학 커뮤니티 앱을 이용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학생 필수 커뮤니티 앱으로 잘 알려진 ‘에브리타임’의 경우 학생들에게 각 학교별 커뮤니티를 제공하면서 다니는 학교 인증을 통해 익명 시스템을 정착시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다양한 게시판과 취미 및 정보공유가 손쉽게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가입자 584만여 명과 14억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 출시한 모바일 서비스 분석 서비스인 ‘앱에이프’에 따르면 2019년 ‘에브리타임’은 한 달에 20일 이상 앱을 사용하는 일명 ‘헤비 유저’의 비율이 굉장히 높을 정도로 대학생들에게 필수 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쟁쟁한 온라인 메신저 서비스를 제치고 대학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완전한 익명이 아닌 인터넷 카페처럼 닉네임을 통해 활동할 수 있는 ‘포켓유니브’나 에브리타임에서 스케줄 기능을 강조한 ‘캠퍼스픽’ 등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앱들이 학생들의 입과 귀가 돼주고 있다. 오프라인 소통이 힘든 MZ세대 학생들에게 대학 커뮤니티 앱, 온라인 SNS 플랫폼 등 디지털 환경은 놀이터나 마찬가지다.

대학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 모 씨는 “이전 대학 생활에서는 누군가와 직접 만나면서 소통했다면 요새는 편리하게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것들이 많아졌다”며 “온라인 소통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궁금한 것을 찾고 공유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도 “이전 온라인 소통은 각 학교에서 운영하는 대나무숲 페이지나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대부분이었지만 코로나19로 커뮤니티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가 만들어진 듯 하다”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애용하는 만큼 대학도 이를 활용해 학생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브리타임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애플리케이션

■ MZ세대 온라인 문화가 마케팅 트렌드 이끈다 = 특정 콘텐츠를 다양한 모습으로 희화화하며 즐기는 밈(Meme)이 주류 문화로 올라온 것처럼 MZ세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는 어느새 기업들이 공략해야 할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MZ세대를 분석한 허두영 데이비드스톤 대표는 자신의 저서 ‘요즘것들’을 통해 “다른 세대에 비해 거침없이 소통하는 것이 이 세대만의 특징”이라며 “단순한 놀이문화가 새로운 파급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MZ세대가 기업의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밈을 활용한 마케팅은 이미 기업들이 널리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수단이다. 가수 비의 노래 ‘깡’을 모티브로 한 과자 광고와 상품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관련 밈의 활성화로 인한 끊임없는 요구에 기업이 파맛 과자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 예시다. 기업들이 MZ세대의 온라인 놀이문화를 단순한 웃음거리로 보기에는 마케팅 효과가 보장되기에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MZ세대의 온라인 문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어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도 MZ세대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MZ세대는 성능을 우선시하는 ‘가성비’보다 심리적인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겨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자신을 알리는 것에 아낌이 없다. OTT 서비스의 선두주자 격인 ‘넷플릭스’의 경우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MZ세대를 공략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생소했던 온라인 플랫폼 구독을 위해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를 분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하는 ‘취향 재정립’의 과정을 제공한 넷플릭스는 학생들을 포함한 2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OTT 서비스를 구독한 한 대학생은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나의 취향을 OTT 서비스를 활용해 알 수 있었다”며 “콘텐츠 소비에 들어가는 재화가 아깝지 않다”고 언급했다.

■ “‘포스트 코로나’에도 온라인 놀이문화는 유지될 것” =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속된 비대면 기조는 최근 방역 당국의 정책 전환을 통해 새 국면을 맞았다. 대부분의 방역 정책이 해제되면서 대학들은 오프라인 소통이 자유로웠던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코로나19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MZ세대의 온라인 문화가 바로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영은 단국대 유럽중남미학부 교수는 “MZ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놀이문화는 코로나19 확산이 앞당기긴 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그 기조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도 끊임없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온라인 놀이문화에 대한 폭넓은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 지 교수는 “대학에서도 이전 오프라인을 통한 소통이 되살아날 여지가 생기면서 온라인 방식과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놓였다. 밈과 같이 문화를 새롭게 이끄는 온라인 소통 방식이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과 결합해 학생들의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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