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에 안암캠퍼스 재현

“글로벌 시대에서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세계 대학·기업과의 적극적 교류가 필수죠. 고려대가 세계적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SecondLife)'에 캠퍼스를 구축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고려대가 지난달 말 국내 최초로 3차원입체(3D)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에 ‘가상KU캠퍼스’를 구축했다. 고려대 전승준 전산처장은 이를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의 린든랩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가상세계다.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미 하버드·예일·MIT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이곳에 가상캠퍼스를 구축했다. 인텔·소니·닛산 등의 기업도 이곳에 가상지부를 두고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오바마·매케인 후보가 세컨드라이프에 캠프를 차리고 선거운동을 했을 정도로 정치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가상 캠퍼스라고 하면 사이버대의 원격강의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 처장은 “기존의 사이버 강의가 2D 바탕의 웹브라우저로 이뤄졌다면, 가상 캠퍼스는 3D입체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강의가 진행된다”며 “교수와 학생이 공간을 초월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대 강의는 교수가 올린 강의내용을 학습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가상 캠퍼스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실시간 음성 채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실제 강의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가상 캠퍼스가 가진 장점이다.

고려대는 이런 장점을 활용, 안암캠퍼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가상 캠퍼스를 구축했다. 전 처장은 “세컨드라이프에 안암캠퍼스의 본관·종합 강의동·100주년 기념관 등 3개의 건물을 타일과 벽돌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했다”며 “학내 관계자들이 ‘세계 어느 대학의 가상 캠퍼스와 비교해도 제일 잘 만들어졌다’고 말할 정도”라고 자신했다.

▷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에 구축된 KU캠퍼스 전경

가상 캠퍼스 내 종합 강의동에서는 지난달 24~26일까지 시범수업이 있었다. 김정현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가 참여를 희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교수가 올린 PT자료가 학생들의 칠판에 나타났고, 학생들은 이를 보면서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현실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가상 캠퍼스 강의를 계속 수강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 처장은 “비록 시범강의라서 희망자에 한해서 강의를 진행했지만 앞으로 교학과의 인증을 받아 실제 학점을 이수하는 강의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문학계열의 강의와 달리 실험과 실습 위주의 학과 수업은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관해 전 처장은 “세계의 여러 대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미국 한 의과대의 경우 사이버 환자 대상의 수술 실습이 실제 수술과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도 이를 모델로 실험·실습과목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공간에 캠퍼스를 갖고 있는 학교나 기업들 대부분이 홍보를 염두에 두고 이를 구축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홍보보다는 교육이 더 큰 목적이라며, 교육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대학이 세컨드라이프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대학은 전체를 100으로 볼 때 교육 60·홍보 40의 비율로 홍보보다는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가상공간에서의 강의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처음에는 세미나·강연 등의 행사를 하겠지만 나중에는 오프라인 강의를 보완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겁니다.”

<김용선 인턴기자 garnett82@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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