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인수위 말대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만큼 획기적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지역 불균형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지역균형 발전 전략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할 것”이라며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공정과 자율, 희망의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주도 균형발전’, ‘혁신 성장 기반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 고유 특성 극대화’라는 3대 약속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15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방투자 및 기업의 지방 이전 촉진과 관련한 내용이다. ‘기회발전특구(ODZ·Opportunity and Development Zone)’ 등을 지정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 이들이 감면받은 세금을 특구에 재투자하게 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다른 방점은 지자체의 역할 확대에 찍혀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이니셔티브를 광범위하게 지자체에 넘기는 것으로 돼 있다. 중앙정부 주도를 지자체와 지역사회 주도로, 관 중심을 민간의 자율혁신체제 강화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지금까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됐던 것에 비춰볼 때 큰 변화다.

이에 따라 지자체 권한 확대가 이뤄지고, 기관장의 인사권 그리고 조직 운영에서의 자율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착되지 못한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지휘권도 시·도지사로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시·도 중심으로 특구 지정을 위해 어떤 산업을 유치하고, 인력 양성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서 기업에 공급할 지 등을 지자체가 고민해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추진된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번 국정과제가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기업 유치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지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 이양’이다. 인수위 발표를 보면 이 두 가지 문제를 완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읽혀진다. 

지금까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중앙 위주로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중앙과 지방 간 수직적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고, 실질적인 지역역량 강화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국가불균형발전이 심화됐고, 중앙집권식 광역경제권 정책 추진으로 수도권 일극체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문제를 드러냈다.

정부의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그나마 진정성 담긴 지역발전 청사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명실공히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역발전의 단초가 마련되기 바란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지역대학에 대한 청사진이 미약하다는 것이 우려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기업유치도 필요하고, 지자체에 권한 이양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대학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대학은 지역사회 혁신을 리드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공급하는 핵심기관이다. 지역대학을 도외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인수위는 지역대학을 기반으로 ‘혁신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고 여기에서부터 지역 산업 생태계를 바꿔가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지자체, 산업, 대학이 3자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성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국정과제 발표에는 지자체와 기업에 대한 상세한 지원 방안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대학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지원 내용이 결여돼 있다. 명실공히 지역균형발전, 지역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혁신 클러스터의 핵심 허브기관으로 인정하고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우리는 쇠퇴해가던 지역이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 한 사례로 ‘말뫼의 기적’을 보고 있지 않는가?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수단들이 동원됐듯이 지역대학 발전을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지원 조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협의체에서 제기해왔던 각종 건의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 대학이 혁신 클러스터의 허브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지역대학 발전 없는 지역균형 발전은 허구(虛構)란 생각이다. 2040년 전후가 되면 40~50개 대학만 남게 된다는 어느 인구학자의 말은 충격적이면서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역소멸 지도를 보면 같은 기간에 소멸되는 지자체의 수도 급속도로 증가한다. 먼 훗날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아무쪼록 이번 인수위에서 제시한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가 성과 있게 추진되기를 바라며, 지역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동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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