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디지털 전환이 우리 사회의 산업과 교육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예감하고 있었지만, 최근의 팬데믹은 교육계가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어떤 형태로는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이 중단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에듀테크(EduTech) 시스템과 도구, 운영 환경 등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이뤄진 덕분이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경험은 기대보다 효과적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반응으로 나눠진다. 그 둘의 반응이 갈라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경우는 동영상 강의를 통해 어려운 부분을 언제든 다시 공부할 수 있어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에듀테크 도구들을 활용해 강의, 시험, 팀 프로젝트 등의 필요한 학습에 언제든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경우는 상호작용 없는 지루한 지식 전달식 강의, 학습에 흥미를 느끼는 못하는 학생들의 낮은 학습동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부정적 반응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형적으로 비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디지털 환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안에서 효과적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지적 활동에 학습자를 참여시키고, 지식을 활용·적용하는 활동 속에서 교수자의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의 지적 역량을 계발하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는가의 문제다.
에듀테크는 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시스템이나 도구들을 활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실현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가지고, 학습동기가 충만한 학습자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나아가 학습자가 의욕을 가지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따라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평생학습 문화로의 전환을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수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전개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주도하는가에 따라 각각의 운명이 나뉘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에듀테크를 통한 디지털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더욱 선명한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다양한 시도와 탐색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전달이 아닌 실천적 학습역량을 계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 전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재 교육은 우리가 선명하게 품어야 할 목표다.
이제부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일은 AI, 메타버스, AR/VR과 같은 에듀테크 기술을 도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 이러한 에듀테크가 우리의 학습자에게 필요한 미래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계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에듀테크를 통해 학습자가 역동적 학습 경험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의미있는 경험으로 성취감을 갖고 지적 성장이 이뤄지는 만족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역동적 참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습자 참여 중심의 교수법을 실천해 그 성과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에듀테크의 활용은 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교육 현장에 역동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동반될 수 있도록,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많은 에듀테크 사업에서 이러한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속도의 문제가 아닌 방향의 문제로 인식할 때, 지금의 전환점이 역사적 지점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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