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7대에 이어 8대 총장에 취임하는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연임 비결을 ‘소통’과 ‘민주적 리더십’에서 찾았다. 지 총장은 지난해 12월 교수·직원·학생·동문 투표에서 16명의 후보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민주적 리더십으로 학원안정과 대학발전을 견인했다는 평가에 따라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지 총장의 ‘민주적 리더십’은 여성운동가와 여성부장관을 거치면서 체득됐다. 민주적 합의과정이 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속도만 내려다 보면 걸려 넘어지게 마련”이라며 “개혁을 추진하기 전에 서로의 의견을 내놓고 양보할 지점을 찾아 합의해야 속도도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지 총장은 리더십 보다는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국가관계, 인간과 자연, 남녀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지 총장은 “많은 대학이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이제는 ‘파트너십’ 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라며 ‘나의 브랜드 파트너 덕성’이란 슬로건도 이러한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임기동안 학원 안정을 물론 대학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유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개혁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나.
“오히려 풀어줘야 할 문제가 있음에도 속도만을 중시하면 걸려 넘어지게 된다. 개혁을 추진하기 전에 서로의 의견을 미리 내놓고 양보할 지점을 찾아 합의해야 속도도 빨라진다. 여성단체와 정부, 양쪽을 오가면서 이런 점을 깨달았다. 의견개진을 통해 차이점을 확인하고 양보할 지점을 찾아 합의해야 일이 성사된다. 서로 자기 속도만 내다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인 합의 방식이 오히려 개혁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 앞으로 4년의 임기동안 지향할 교육 방향은.
“학부중심대학을 지향하겠다. 졸업생 중 학문연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졸업 후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졸업생 90% 이상이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뛰겠다. 시대적으로는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우리 대학의 슬로건인 ‘나의 브랜드 파트너 덕성’은 파트너의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은 국가관계, 인간과 자연, 남녀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파트너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많은 대학이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이미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파트너십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전문성과 파트너십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

- 요즘은 기업에서도 팀워크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갖추기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
“어떤 상황에서도 파트너십은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선 상대방과 소통하고 토론해야 한다. 덕성여대엔 토론식 교양교육인 ‘자유 교육’이 있다. ‘인간과 사회’ , ‘인간과 철학’ 등의 교양강좌에서 15~20명 단위의 소규모 세미나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자율적 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전문성을 위해선 덕성인증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각 학과마다 졸업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전문성과 파트너십, 팀워크까지 두루 갖춘 졸업생을 키워내겠다.”

- 비교적 여대 취업률이 낮게 나오고 있다. 덕성여대의 경우에도 전체 취업률은 66.4%지만, 정규직 취업률은 43.5%다.
“2007년 학생처 산하의 취업지원실을 총장직속 기관인 종합인력개발원으로 확대 개편한 이후 취업률이 매년 2%씩 올라가고 있다. 덕성여대의 정규직 취업률은 43%로 여대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괜찮은 수준이지만 학부중심대를 지향하는 우리 대학으로서는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1학년 때부터 자기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하고 이에 맞춰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종합인력개발원에서는 43가지 취업·진로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취업 환경이 좋지 않다.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1% 수준이다. 최저 임금 적용 대상자의 65%가 여성이고, 여성 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이다. 교과부의 대학 취업률 통계도 이런 환경적 변수를 고려해 집계돼야 한다. 여성의 취업 조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타 대학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


- 임기 중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혔는데, 향후 모금 계획은?
“발전기금 모금은 덕성이 발전할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08년까지 45억9000만원 정도를 모금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학교 역사에서 보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학교가 안정되고 발전을 기틀을 잡으면서 대내외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외부 기금을 많이 모으긴 힘들기 때문에 내부 모금에 집중할 생각이다. 최근 강북구 우이동을 지나 동대문구 신설동을 연결하는 경전철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2013년 경전철이 완공되면 우리학교의 불리한 교통여건이 해소돼 대학발전과 기금 모금에도 유리할 전망이다.”

- 종로캠퍼스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종로캠퍼스에는 현재 평생교육원과 특수대학원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학 캠퍼스로서의 이미지와 기능이 약화된 상태다. 현재 종로캠퍼스 활용방안을 연구 중인데, 단과대가 이전할 지 전공연합 교육프로그램이 옮겨갈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대학발전위원회가 단과대학들이 제안한 안을 심사 중이다. 인근 인사동이 문화·상업지구이기 때문에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어야 하고 △교육프로그램 이전으로 인해 본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복수전공·부전공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교육프로그램의 차별화 전략, 대학발전 가능성, 인지도 제고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생각이다.”

- 2010학년도 입시계획은?
“수능과 내신 중심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려면 내신을 일정하게 반영해야 한다. 대학 특성화와 전공교육 강화를 위해선 학과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2010학년도 입시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학과제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형계획을 연구 중이다. 1300명 입학정원을 가진 우리대학으로선 아직 입학사정관을 대폭 확대하긴 적절치 않다. 다른 대학의 성공여부와 입학사정관제 정착 등 추이를 보면서 차츰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 국제화 전략은 어떻게 되나.
“전공별 외국인 교수를 확대해 영어강좌 수를 2012년까지 14개 강좌에서 40개 강좌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각 전공마다 외국인 교수 한 명씩을 초빙하도록 했다. 해외교류협정대학은 현 49개교를 2012년까지 100개 대학으로 늘리고 교환학생 수도 그때까지는 ▲ 본지 심준형 발행인(오른쪽)이 지은희 총장과 대담하고 있다.
500명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신입생에 대해선 3주간 의무적으로 영어기숙프로그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라기 보다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다. 아시아 파트너십 장학금을 신설해 1년에 10명 정도의 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몽골·네팔·연변·필리핀 학생들에게 4년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를 제공한다. 해외교류하면 영어권 국가만 생각하는데 아시아 지역과도 소통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 향후 4년간 주력할 과제는 무엇이며 임기를 마친 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다. 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가 관건인데 해답은 간단한다. 훌륭한 교수가 배치돼 열정을 갖고 가르치면 된다. 여기에 장학금까지 확충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교수가 학생들을 밀착해서 가르치는 지도교수제와 선배들이 재학생을 도와주는 멘토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다. 장학금 수혜율도 현재 33%인데 이를 2011년까지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재단이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제가 총장에 연임된 이유는 구성원들이 지난 3년간의 임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줬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 덕성을 발전시키고 학생들의 만족도와 긍지를 높인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은희 총장은...

 1947년 서울 출생.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덕성여대·한신대·성균관대에서 여성학·사회학·가족학 등을 강의했다. 1983년 여성평우회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여성운동가로 활약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국여성사회교육원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2003년 여성운동 경험을 토대로 여성부 장관에 올랐다. 장관재직시절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호주제’를 폐지하고, 보육예산 확보,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이끄는 성과를 거뒀다. 2006년부터 덕성여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8대 총장에 연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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