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속…윤석열 대통령, 지난 대선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 문제 지적
“초‧중‧고 교육 재정-고등교육 재정 기형적 재원 배분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속 증가, 올해 추경안 증액 규모 역대 최고 수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선, 교육청의 기금 설치, 재정 배분 칸막이 혁파 등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2022 추가경정예산안이 나온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재원을 활용하는 효율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재원 활용도 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밝혔던 구상이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3월 초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보육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그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축적된 돈이 많이 남아 10~15조 원을 전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남아돌고 있으니 이를 다른 교육분야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법을 개선해야 가능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로 시‧도교육청의 유‧초‧중‧고 교육을 위해 활용되도록 하고 있다. 재원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부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고 있어, 재정 과잉투자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투입되는 초·중·고등학교 연령대의 만 6~17세 인구수는 2000년 810만8000명에서 2020년 545만7000명으로 32.7% 감소했다. 그러나 이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1조3000억 원에서 53조5000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올해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더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5월 발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본예산에서 65조595억3700만 원이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이번 추경에서 내국세 증가로 인해 10조9854억1900만 원 늘어 도합 76조449억5600만 원이 됐다.

그 결과 올해 처음으로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사상 처음 1500만 원 대를 돌파할 예정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3년 41조619억 원에서 2021년 60조3371억 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 학생 수는 2013년 657만 명에서 2021년 535만 명으로 100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 자연히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3년 625만 원에서 2021년 1128만 원까지 2배 가깝게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2022년 추경예산안에 따른 지원 대상 학생 수는 532만 명으로,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528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경안 증액 규모는 10조9854억19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2013~2022년) 연평균 10.4% 증가하고 최근 5년(2018~2022년)을 기준으로는 연평균 13.5% 증가한 금액이다. 정부가 최근 10년 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경을 편성한 것은 2016년, 2017년, 2020년, 2021년, 2022년이다. 세입 증액경정에 연동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액된 해는 2016년, 2017년, 2021년, 2022년 4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교육부는 증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교육청의 기금 설치, 기금 적립금 조성 및 사용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기재부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교부율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누차 해왔고, 합리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등교육계에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선거 과정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돌봄이나 급식 등 초·중등 교육과 밀접한 이슈에서 지자체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함께 재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활용 문제도 그간 많은 지적을 받아 왔다. 선심성 예산 집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1인 1디바이스’ 정책을 추진한다며 최근 300억 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했는데 여기에도 600억 원이 소요됐다. 지난해에는 부산·인천·대전·울산·경기·충북·전남·경북·제주교육청 등이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1인당 5만~30만 원의 보육·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 3428억 원을 배정해 학생들에게 직접 현금성 지원을 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관한 보고서에서 “학령인구 감소 추이, 재정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의식, 교육 분야 내의 재원배분 뿐만 아니라 전반적 재원배분의 효율성이라는 국가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의 문제를 조망해야 한다”며 “현재 내국세수에 연동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마련 방식을 학령인구의 변화 추이를 반영하고 소득증가와 물가상승의 범위 내에서 교육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교육 분야 내 재정 칸막이 문제를 지적하며 고등교육 재정과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김 부장은 “현재의 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되도록 제한돼 있어서 같은 교육 분야 내의 고등교육 지원에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경직성과 등록금 규제 등 고등교육정책의 실패로 인해 1인당 소득 대비 1인당 고등교육 투자는 OECD 하위권 수준이고 초·중·등 교육 투자는 세계 1위 수준이라는 기형적인 재원배분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구균철 경기대 교수도 지난 2021년 10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브리프에서 교육재정 개편을 꺼내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초·중등학생 비중이 줄어든다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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