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인수 1200억+알파' 의혹 게재...대학 본부측 법적 책임 거론

중앙대 교수협의회 게시판에 게재된 두산의 중앙대 인수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대학 본부가 '법적 책임'을 거론하며 해당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교수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게시글은 지난 10일 '1200억 중앙대 인수자금 도둑 맞았다' 제하의 글로 닉네임 '조용승(언론인)'이 올린 A4용지 약 3장 분량의 기사체 형식의 글이다.

이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박범훈 총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와 박 총장이 당시 교수협의회 회장을 포함한 교수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글은 지난해 6월 중앙대 재단을 인수한 두산그룹이 인수자금으로 내놓은 1200억원이 전 이사장인 김희수씨의 수림장학재단으로 입금된 것을 문제 삼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동창들의 고소 사실을 적시, 일부 동창들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태현 중앙대 홍보실장은 지난 12일 '교협 홈페이지 관리자님께' 제하의 글을 통해 "아무런 근거가 없거나 억측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고 교협측에 공식 공문도 발송했다.

이 실장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근거 없는 주장이나 문건에 관하여 그 작성자에게 법률적 책임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해당 문건을 그대로 게재하거나 전재하는 행위에도 법률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홍보실장의 '게시 글 삭제 요청' 글에 대해 이 대학의 한 교수가 실명을 밝히고 반박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중앙대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올바른 토론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의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14일 사회과학대 상경학부 이시영 교수는 '이태현 홍보실장께' 제목의 글을 통해 "홍보실장의 글을 읽고 중앙대 교수 한 사람으로서 우리대학의 토론문화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해당 글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다분히 반박과 토론이 필요하며, 이런 글이 자주 올라와야된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문제제기에 대해 부연설명 없이 이를 무조건 '허위사실'이고 '억측'이라 주장하는 자체가 억측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게다가 학교본부를 대표하는 홍보실장이 교수협의회를 상대로 본 문건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의혹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학내문화를 크게 저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의 글에 대해 홍보실장은 또 다른 반박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홍보실장은 16일 올린 글에서 "무엇보다도 문제 제기는 명확한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긍정적인 문제제기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비난과 비방을 위한 부정적인 문제제기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시형 교수도 같은날 답변글을 올려 "저 역시 문제 제기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해당 글은 대부분 사실관계가 성립되는 글이고, 문제제기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올바른 토론문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불의에 해당된다"고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팩트와 의혹을 구분해야한다'거나 '두산 출연금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닉네임 '중앙인'은 "논란이 되는 내용 중에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등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끊임없이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학교법인 매각이 밀실행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므로 학교와 재단이 하루속히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닉네임 '학교생각동문'은 "두산 출연금이 중앙대에 쓰여야지 왜 수림재단으로 넘어갔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재단 인수 인계 과정을 주도한 이들이 분명히 밝혀야합니다. 동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닉네임 '아쉬운'은 "민법상 육영사업에 재산출연자는 그 재산이 재단법인으로 귀속되는 순간부다 재산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없다"면서 "어떻게 1200억원이 중앙대와 관계 없는 수림재단으로 넘어갔는지 매우 궁금하다"고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중앙대 모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학내에서 나도는 갖가지 의혹과 소문에 대해 본부측이 통제를 강화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교수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데 근거를 어떻게 다 대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자 게시판을 관리하는 교협 강내희 회장은 "금주 예정된 12대 교협 대의원 창립총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홍보실장이 '법률적 책임'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교협 활동에 대한 위협성 발언으로 들린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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