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변춘란 옮김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사상가, 소설가로서만 알려진 톨스토이의 ‘교육자’ 면모를 보여주는 책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가 나왔다. 그간 톨스토이의 교육 철학은 단편적으로 소개됐을 뿐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출판사는 톨스토이 사후 러시아 모스크바 테라(Teppa)에서 펴낸 《톨스토이 전집》을 번역 저본으로 삼아 ‘톨스토이 사상 선집’을 펴내고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방대한 교육철학을 담은 ‘교육론’의 전반부로 교육 사업에 3년간 정력적으로 몰두한 시기의 글들을 담고 있다. 톨스토이는 생가 야스나야 폴랴나에 인민학교를 열고 농민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 때 자비로 교육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펴내며 교육적 사유와 실천이 담긴 글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책에서는 <야스나야 폴랴나>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톨스토이의 교육적 통찰을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은 서유럽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교육이 ‘강압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다. 톨스토이는 당대 현실 속에서 인민(국민)교육의 문제를 간파하고 해외 답사와 연구에 매진했고 초등교육 현장을 몸소 겪고 실천하면서 교육적 통찰을 체계화했다. 학교 운영과 잡지 발간은 장기간 지속되지 못했지만, 톨스토이를 생애 말년까지 교육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집필·발표했다.

톨스토이 교육사상의 밑바탕은 장 자크 루소의 교육소설이자 지침서 《에밀》과 맞닿아 있다. 루소는 “인간은 완전한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주장했는데 톨스토이는 이 주장을 굳건한 진리처럼 여겼다. 아이에게도 타고난 완전성과 높은 도덕적 자질이 내재한다고 본 것이다. 모든 인간은 사회에서 가하는 어떠한 폭력이나 강요 없이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톨스토이 교육관의 핵심이다.

톨스토이에게 교육은 넓은 의미에서 ‘평등의 요구와 전진운동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토대로 삼는 인간 활동’이다. 당연히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상하의 관계가 아닌 교사와 학생이 평등해야만 교육이라는 하나의 공동 목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설립한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는 학생을 구속하는 일체의 속박을 두지 않으려고 애썼다. 톨스토이는 ‘등교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학교에 다니더라도 교사의 말을 듣지 않을 권리’를 학생들이 가지고 있다고 천명했다. 물론 신임 교사들의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모두 적용되지는 못했지만 톨스토이는 학생들의 자유가 보장돼야만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에서 체벌은 인간 본성에 대한 존중 부족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톨스토이는 학생의 완전한 자유와 기회의 평등이 가져올 교육의 혁신을 19세기 중반부터 꿈꿔왔다. 톨스토이에게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각양각색의 잠재력의 꽃망울을 틔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었었다.

21세기 한국의 교육은 갈 길을 잃었다. 새로운 대안 모색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는 학교를 실험장 삼아 자신만의 창의력을 키우는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꿈꾸게 하는 하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바다출판사 /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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