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하면 하나씩 꼼꼼히 챙겨요. 그러다보면 많은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생겨요. 당연히 그들의 속사정도 알게 되죠. 소통은 마음을 열고 있는데로 보여주는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심화진(53) 성신여대 총장은 대학 경영 철학으로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심 총장은 “총장은 단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면서 소통의 총장상을 제시했다.

심 총장이 말하는 ‘소통 경영’은 작은 것부터 챙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인기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 댄스’를 선보인 것도 소통을 위한 작은 이벤트였다.

심 총장은 “춤을 준비하면서 젊은 교수들과 굉장히 친해졌다”면서 “교수들의 해당 학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 수 있었다”고 귀뜸했다. 가수 ‘빅뱅’에 열광하는 요즘 학생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심 총장의 리더십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이뤄진 학과 통합 등 구조조정에서도 빛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컨설팅을 참고로 해 교수들로부터 ‘건강복지’와 ‘문화’를 특성화 분야로 하자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교수들과 일일이 조식을 하면서 전체 교수들을 다 만나 소통한 결실이었다.

“예민한 문제라 사전에 전체 교수님들을 다 만나서 말씀드렸어요. 전에는 교수님 주축으로 시도했던 일이지만, 도리어 분란이 일었죠. 학교의 문제의식을 다 알고 계셨어요. 몰라서 개혁을 못하는건 아니었던 거죠.”

올해 대학들이 잇따라 선언한 ‘등록금 동결’도 심 총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휴학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본 뒤 “가슴이 아팠고, 등록금을 올리면 안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 총장은 올해 등록금 동결을 처음으로 선언했고, 각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선언이 잇따랐다. 심 총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교 경상비 20%를 줄여 13억 원을 장학금으로 추가했다.

2011년 3월 서울시내에 첫 ‘제2캠퍼스’가 문을 연다. 강북구 미아동에 들어설 성신여대 ‘운정 캠퍼스'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 찬 심 총장을 지난 23일 심준형 본지 발행인이 만났다. 심 총장은 “학생들에게 파릇 파릇한 친황경 캠퍼스를 제공해주는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새 캠퍼스에는 성신여대 자연계열 단과대가 이전할 예정으로 수 만평의 자연 녹지를 포함하고 있어 도시 속 친환경 캠퍼스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심화진 총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신입생들 앞에서 ‘노바디 댄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는데요. 권위적인 총장의 모습과 비교하면 파격적입니다. 총장의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총장이나 이사장 되면 주변에서는 큰일에 신경 쓰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작은 것부터 세세하게 봐야 큰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죠.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총장님 뵌 적도 별로 없고 어렵게도 느꼈죠. 지금의 총장 모습은 바뀌고 있어요. 좀 더 쉽게 만나 볼 수 있고 작은 일도 의논할 수 있는 거죠. 저는 항상 작은 것부터 챙기자는 생각을 해요. 어떤 일이 시작되면 하나씩 꼼꼼히 챙기는 편이죠.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자연스럽게 속사정도 알게 되죠. ‘노바디 댄스’를 출 때도 같이 한 젊은 교수님들과 굉장히 친해진거에요. 해당 학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도 알 수 있었죠. 저는 다가갈 수 있는 총장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 그런게 총장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 2011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운정 제2캠퍼스’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가요.

“성신여대는 캠퍼스가 아담한 편입니다. 작으니까 수업시간표 짜기도 힘들었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파릇파릇한 넒은 공간을 주는게 꿈이었어요. 제가 이사장 맡을 때부터 많은 얘길 했고 3년 정도 고민했어요. 학부모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먼 목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우선 했고, 도봉산에 이미 보유한 35만평 부지와의 연계성도 고려해 입지를 정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제2캠퍼스를 세운 것은 우리가 처음이에요. 현 수정캠퍼스에서 약 5km 거리로 15분 정도 걸리죠. 크기는 현 캠퍼스와 비슷한 5만4200여 평방미터. 완공되면 국내 여자대학 중에서는 1인당 평균가용 면적을 가장 넓게 쓰는 대학이 됩니다. 현재 동선동 수정캠퍼스는 인문계열과 예능계열 학과 위주고, 운정캠퍼스는 자연계열 위주 즉, 자연과학대학·생활과학대학·간호대학이 이전할 계획입니다. 정원 8800여명 중 약 3000명이 새 캠퍼스에서 학업하게 됩니다. 특히 수 만평의 자연녹지를 포함하고 있어 친환경 캠퍼스 여건을 갖추고 있죠. 여기에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캠퍼스의 모델을 만들 생각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큰 틀이 마련되는 셈이지요.”

- 지난해 유사·중복학과 통합 등 구조조정을 감행하셨는데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성신여대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삼성경제연구소 컨설팅을 참고로 2015 발전계획을 마련했습니다. 학사 전반에 걸쳐 7대 개선과제를 선정했어요. 특히 특성화 분야로 ‘건강복지’와 ‘문화’ 선정은 제2창학 기틀 마련 측면에서 큰 의미죠. 유사·중복학과 통합과 정원 조정, 단과대 개편을 통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토록 했습니다. 전공역량 강화를 위해 졸업 전공 이수학점을 45에서 51학점으로 상향조정하고 졸업인증제 도입, 학·석사 연계과정 신설 등 학사관리 부분을 대폭 개선했습니다. 총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임기까지만 잘하면 성공한 총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후임자에게 미래 지향적인 무언가를 남겨줘야 한다고 봐요. 그게 대학의 경쟁력입니다. 이번에 구조조정은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텐데요.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무엇인가요.

“마음을 열고 있는데로 보여주는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저도 굉장히 어려웠어요. 지난 10년간 교수들 간 갈등도 많았어요. 그런데 전 절대로 교수님들과 부딧혀 싸우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이런 진통이 없어지면 그 사람과 만나서 얼굴보고 같이 일해야 하잖아요. 참는 공부를 참 많이 했죠. 한번은 회의석상에서 섭섭해 했던 선배 교수와 나중에 만나 죄송했다고 말하면서 끌어 안고 같이 운 적도 있었어요. 또 잘못한게 있으면 바로 사과해요. 그리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죠. 마음에 담아두면 병이되잖아요. 거짓 없이 항상 진실된 마음을 먼저 보여 주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 리더십 교육이 대학가의 화두입니다. 성신여대의 ‘국제정예요원과정’이 눈에 띄는데요. 글로벌 성신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리더는 앞장서는 사람만 리더로 부각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 무리의 사람들 중에서는 누군가 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 소그룹에서 글고 나가는 아이들도 리더에요. 자기가 하고싶은 분야에서 리더로 길러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성신여대는 여학생만 있어서 그런지 얌전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 한참 그들과 얘기하다보면 그들의 마음 속에 품은 열정을 보고 놀라기도 하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걸 끄집어내는 것, 표현하고 발표 할 수 있게 교육하는거에요. ‘국제정예요원과정’은 우리대학의 국제화 전문요원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한 학기 170명 정도 장학생으로 뽑아서 원어민 교수 12명이 1대 1 면담 관리하게 합니다. 2년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이 아이들이 기업 인턴십으로 연결해주는 거죠. 50% 이상 장학금이 주어지고 최대 6학점까지 학점인정도 해주고있어요.”

- 경제위기의 어려운 여건에서 입학한 올해 신입생들에게 경제적 지원이랄까 그런 구상은 있으신지요.

“작년 겨울에 대학 최초로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어요. 방학 한 뒤 제일 걱정이 다음 학기 등록금이었어요. 회의에서 등록금 동결을 몇 차례 얘기했지만 반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죠. 물가 상승률의 보통 2배 정도가 등록금 인상폭인데, 경제도 어려운데 동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몇 번 얘기했어요. 언론 보도 보니까 졸업한 학생들이 학자금 갚다가 블랙리스트에 많이 오르더라구요. 이걸 보니까 등록금 올리지 못하겠더라구요. 부모 마음 편하게 해드리자, 그리고 우리가 아끼자고 했어요. 지금까지 대학에서 풍족하게 썼던게 사실이에요.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예산처에 주문했죠. 장학금 확대도 연구하고 했어요. 결과적으로 경상비에서 20% 정도는 장학금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게 13억 정도에요.”

- 올해 각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얘기합니다. ‘3불 폐지’를 공식화하는게 아니냐는 등의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는게 사실이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정부에서 230억 정도 지원해준다고 하더군요. 사립대 입장에서 보면 돈 준다는데 혹하고 보는건 사실입니다. 어느 대학은 미술대 입시에서 실기 안보고 뽑겠다고 합니다. 분명히 이런쪽으로 가야한다고는 봅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신뢰가 쌓였는지는 의문이에요. 미국도 굉장히 오래됐는데 소송이 끊임없지 않잖아요. 어떤 일이 벌어질가 또 다른 병패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성신여대는 올해 10명을 뽑는데, 차츰 노하우를 축적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입학사정관 선발은 영어권에서 공부하면서 제도를 경험한 사람과 중고교에서 가르쳐 본 사람들을 위주로 뽑을 생각입니다. ‘3불’에 대해서는 2011학년도까지 유지한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고,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폐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입니다.”

- 대학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산업계평가결과를 봤습니다. 대학 교육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식, 역량에 많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죠. 수업교과내용에 부합하는 전문직무역량 부분은 이공계 전공과 관련하여 우위가 있고, 타 산업분야의 직무역량은 역시 경험에서 키워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적 성과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배출의 두가지를 모두 실현하는 곳입니다. 대학이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도 사명이지만 대학에서의 다양한 꿈과 커리어를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심어주는 것도 과제라는 생각입니다. 성신여대의 경우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참여하는 학기제 인턴십이 장단기로 운영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좋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더욱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 심화진 총장은 = 성신학원 설립자인 고 리숙종 박사의 외손녀로 고 심용현 전 이사장의 딸이다. 건국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뒤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성신여중 교사(1980년)를 거쳐 성신여대 학생생활연구소와 생활문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1996년 성신여대 의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사회교육원장과 학교법인 성신학원 총무이사를 거쳐 이사장(2005~2007년)을 지낸 뒤 2007년 8월 성신여대 총장에 취임했다.

※ 대담: 심준형 본지 발행인 / 정리 한용수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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