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제도 놓고 대립 … “사활이 걸려 있다”

지난 24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지 못한 56개 법과대학들이 전국법과대학협의회(법대협의회)를 결성했다. 법대협의회가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체인 로스쿨협의회에 대응하는 단체로 출범하면서 법학계가 로스쿨협의회와 법대협의회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 단체 사이에는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자는 ‘예비시험제도’가 가로놓여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시험 도입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법대협의회는 지난 24일 창립총회에 앞서 ‘예비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세미나를 여는 등 예비시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두 단체가 예비시험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건 예비시험제도에 각자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스쿨협의회는 “예비시험제도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우수학생들이 로스쿨 대신 예비시험을 선택할 것이란 염려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 한 로스쿨 학생은 예비시험 논란이 일자 “로스쿨 안 나와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면 누가 비싼 돈 내고 로스쿨에 다니겠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법대협의회는 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예비시험 제도가 법과대학의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대협의회 관계자는 “현 로스쿨제도에는 법과대학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며 “예비시험제도가 있어야 신입생 모집 홍보활동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교수 입장에서도 변호사시험·사법시험을 목표로 강의를 해야지, 9급 공무원시험이나 교양을 목표로는 강의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장재옥 중앙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과 비로스쿨의 대립이 아닌, 서로 발전하기 위해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주문했지만, 양쪽의 의견 절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로스쿨과 비로스쿨을 포괄하는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는 지난달부터 ‘공동회장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입장이 대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그만큼 양쪽의 골이 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박종찬 법대학장협의회 공동회장(강원대 법대학장)도 “양측 의견차가 극명하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학장협의회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동회장인 정용상 동국대 학장은 “대립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예비시험 때문에 로스쿨-비로스쿨간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사실 예비시험 논란은 로스쿨 총정원제한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총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로스쿨협의회와 법대협의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총정원 증원을 통한 해결도 어려울 전망이다. 정원결정권을 쥐고 있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당분간 정원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26일 총정원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는 예비시험이 핵심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법대협의회는 △사법시험이 폐지된 2017년 이후 예비시험 도입 △예비시험 출신의 변호사시험 응시 비율 제한 △예비시험 출신자에게 로스쿨에 상응하는 3년 실무교육 실시 등 여러가지 예비시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로스쿨협의회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양 단체가 예비시험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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