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위안에 들겠다고 다들 난리가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1등보다 특별한 대학이고 그런 대학이 되도록 노력할꺼에요.”

올 봄 3번째 총장 임기를 시작한 이광자(66) 서울여대 총장을 본지 이인원 회장이 지난달 26일 만났다. 이 총장은 인터뷰 내내 ‘서울여대만의’, ‘서울여대 다운 대학’을 여러 차례 말했다.

48년 전 열여덟살의 고3 학생이던 이광자도 1등 보다는 특별함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새운 특별한 학교에 끌렸다고 했다.

서울여대 사회학과 1기 졸업생인 이 총장은 당시 서울여대 설립자인 고 고황경 박사를 떠올렸다.

“연분홍색 치마저고리를 곱게 입으셨고, 아주 미인이셨어요. 말씀도 참 잘하셨죠. 그때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체 교육을 한다고 하셨죠. 지금 얘기하면 대안학교죠. 24시간 교육하고 잠자는 것도 교육이라고 하셨어요. 거기에 굉장한 매력이 느껴지더라구요.”

서울여대에 붙는 수식어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내실 있고 탄탄한 대학이라는 의미다. 이 총장은 여기에 더해 ‘유니크(Unique:특별한·독특한)’한 대학을 만드는게 꿈 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서울여대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참 많다. ‘서울여대커리어개발프로그램(SWCD)’, ‘바롬인터내셔널프로그램(BIS)’, ‘스웰(SWELL)’, ‘사회지도자훈련 교육’ 등.

24시간 기숙형 프로그램으로 ‘핸드폰과 한국어 사용 금지’ 등 인텐시브하게 운영된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는 학교 밖 남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다. 이 총장은 “2~3주 동안 교육을 거쳐 학생들이 바뀌는 걸 보면 더 열심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입만 열면 얘기하는 리더십 교육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이 총장은 ‘팔로우십(Followship)’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했다. “규범에 순종하면서 점차 사회를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거죠. 성숙한 팔로우어가 성숙한 리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성숙한 팔로우어는 성숙한 리더가 될 가능성도 120%에요.”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 일답

- 총장께서는 벌써 3번째 임기를 시작하셨는데요. 지난 8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상이 학생들과 교수 집단이라 지난 8년간 참 어려웠어요. 단호하게 얘기드릴 수 없었죠. 공자님의 표현을 빌면, 중용을 지켰다고 해야할까요. 이번 임기에는 구체적인 비젼을 마련했어요. 그동안 못다한 일을 하고 싶어요. 2011년 창학 50주년이라 7대 세부전략 40대 실천과제 내세웠어요. 지난 8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호하고 스피디하게 할거에요. 어디나 반대 집단이 있잖아요. 반대하고 불만을 얘기한다고 할지라도 학교발전이라면 밀고나갈 의지가 돼있습니다.”

- 7대 세부 전략과 40대 실천과제를 내세우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우선 학생과 교수 만족도를 높이고, 행정 경쟁력 강화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취업률, 교수들은 전공 경쟁력을 길러야해요. 작년 12월에 내외부 심사위원 11명을 구성해서 16개 전공영역을 평가했어요. 이 중 5개를 뽑아 3년간 한 영역당 평균 2억씩 투자해 집중 지원할 계획입니다. 3년 후에는 뭔가 나올거라고 봅니다. 또 교육이념에 맞게 기독교적 인성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할꺼에요. 지난 임기 동안 다기능 캠퍼스 구축은 성과를 냈다고 자부하구요. 앞으로 2~3개 더 지으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서울여대는 ‘작지만 강한대학’을 강조하셨는데요.
“양적으로도 작은대학은 아니에요. 상대적으로 작은거죠. 질적으로는 강하고 크고 단단하게 되야겠지요. 고 고황경 선생님은 학교 세우실때 3천명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셨어요. 미국 웨슬리대, 브린모어대, 스미스여대를 벤치마킹하신거에요.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게 먹혀들지 않아요. 학교가 발전하려면 첫째 돈이 있어야하고, 둘째는 아이디어에요. 고황경 선생님은 아이디어리스트였지만, 재정지원이 따라야했죠. 3천명으론 도저히 운영이 안되는거죠. 최소 5천명이어야 한다고 봐요. 현재 대학원까지 포함해서 8300명인데, 사실 참 여성교육을 질적으로 아주 강화하고 여성인재 키우려면 5천명이면 좋다고 생각해요. 누가 재벌이나 대기업이 1년에 300~400억 대주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나 이상인지도 모르죠.”

- 대학 졸업자를 보면 테크니션만을 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아요.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된다는 얘기가 많은건데, 서울여대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1학년 3주, 2학년때는 1학기동안 ‘사회지도자훈련’을 받아요. 3학년때는 2주간 교육이 또 있죠.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에요. 나는 누구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무얼 배워야하는가 스스로 확인하는 거죠. 특히 1학년때는 불안정하잖아요. 모든 대학이 마찬가지겠지만, 대학에 기대를 많이 하고 왔다가 실망하기도 하죠. 교육 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져요. 3주가 짧지만 학생들이 많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둘째는 문사철이 약화되고 있는게 문제에요. 대학이라는 건 학문의 장이에요. 자연과학과 IT, 의학 이런걸 배울때도 문사철이 기초가 안되면 위험한 작업이에요. 미국 대학에서도 이런 강의가 많이 없어진다고 해요. 디지텉 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인거죠. 우리는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기초가 안되면 의학과 자연과학도 바로설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리버럴아트 강좌가 중요하다고 봐요. 인성교육하면서 이걸 어떻게 펼칠것인가 고민하죠. 앞으로 4년간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등 리버럴아트 프로그램을 독특하게 만들려고 해요.”

- 대학마다 너도나도 지도자 양성한다는 말이 많아요. 사회생활은 다 지도자면 (사회가) 깨지거든요. 개성도 중요하지만, 사회 통합 측면에서 지도자교육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팔로우십(Followship) 교육이 중요하다고 봐요. 남을 따라가는거, 남을 존경하는 게 성숙한 지도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얘기하면 일부에서는 따라가기만 할꺼냐고 하기도 하죠. 그러나 팔로우십이 진정한 봉사거든요. 남을 따라가면서 사회 규범에 순종하면서 점차 변화하고 성숙시키는거죠. 이게 모범이 되고, 그게 참된 지도자 교육이지 않을까 해요.

많은 대학에서 리더십 얘기를 하는데, 저는 성숙한 팔로우어가 성숙한 리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성숙한 팔로우어가 성숙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120%에요. 그래서 저는 어느 학교처럼 리더십 얘길 안해요. 기업이나 학교나 다 규범과 질서가 있는거에요. 그걸 잘 지키면서 구성원 통합과 조율을 통해 합의해서 이끌어가야지 성숙한 조직이 되지, 다 리더가 되면 이건 무질서가 되서, 사회학 용어로 말해서 아노미 현상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마다 졸업 후 취업이 전쟁이에요. 서울여대는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요.
“33개과 중에서 응용과학 분야가 많아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해요.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기업이 들어와서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해요. 현장에 있는 분들을 겸임 교수로 많이 시키고자 해요. 학교와 기업 현장이 조화시켜야 해요. 교수들 만나보면 결국은 전공 영역에 따라 커리큘럼을 현실적으로 바꾸는거에요. 이런게 취업률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요. 둘째는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추천서가 오지만 추천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학생들과 깊이있는 인터뷰를 해서 그들이 교수들을 찾아오도록 해야해요. 이번에 경력개발실 개편하는데 이런걸 반영할 생각이에요. SWCD(서울여대커리어개발)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 나온 학생들이 기업 인턴십으로 가는데, 3분의 1정도가 취업이 되요. 해보니가 학생들이 시간 잘 지키고 성실하고 일 매무새가 좋고, 애들이 참 용모단정하다. 깨긋하다는 평가를 받아요. 극동방송의 예를 들면 거기 직원 6명이 모두 서울여대 출신이에요. 이유는 거기 인턴십 나가면, 다 취업이 되는거죠.”

- 세계화라는게 시대적인 트랜드인데요. 서울여대의 국제화는 어떻습니까.
“우리 대학에는 특히 바롬인터내셔널프로그램(BIS)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1997년 시작했으니까 12년째 됐죠. 국제교류학생들 보통 50명 정도 오는데, 4주 동안 한국 문화와 경제, 역사, 음식 등 다 영어로 진행해요. 캐나다의 모 대학은 지난 5년간 매년 3~4명의 교수를 보내고 있어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거에요. 또 유명한게 스웰(SWEL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외부 학생들도 듣는데, 방학 6주간 진행되는 기숙형 프로그램이에요. 24시간 교육으로 핸드폰도 못쓰고, 한국어도 못써요. 아주 인텐시브하게 진행되죠. 올해부터는 재학생들만 대상으로 교양 필수로 진행하려고 해요. 이렇게 하면 10억이 없어지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또 2010학년도부터는 영문과와 일문과 중문과 등 5개 외국어 학과 학생들이 재학 중 1학기 동안 전공 영역 국가에서 강의 듣도록 할꺼에요. ”

- 새정부 들어서 대학 자율화 얘길 많이합니다. 입학사정관제도 너도 나도 도입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없을까요.
“최소한 3년은 두고 봐야해요. 잘못하면 다른데로 빠질 수가 있거든요. 순수하게 입학사정관 잘 써서, 그 사람의 인성을 보고 하면 굉장히 건강한 프로그램이에요.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는 제도에요. 우리학교의 경우 교육및사회봉사 2005년 1위를 했어요. 교직원과 학생이 모두 봉사에 참여하죠. 이는 고황경 선생님이 학장시절부터 하던 거에요. 국내 대학 중 처음이에요. 미국의 경우 봉사 많이 하는 사람을 뽑고, 특정 영역에서 특출한 학생 뽑잖아요. 또 추천 문화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교육자나 지역사회에서 신망있는 분이 추천하면 수능성적이 낮아도 입학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할꺼에요.”

- 대학 자율화 정책은 어디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는 찬성하지만, 기여입학제는 아주 반대에요.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처음 1~2년은 엄격하게 되겠지만 나중에 가면 제대로 되지 않을꺼에요. 돈 많은 집 아이들만 학교가면서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질겁니다.”

-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간에는 늘 갈등이 있잖아요. 교육 관장 부서가 중앙 정부에 있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권위주의로 컨트롤하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대학의 자율화가 안돼죠. 교과부가 초중등 교육쪽만 컨트롤하는 쪽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이화여자고등학교(1961)
-서울여대 사회학과 졸업(1965)
-미국 켄트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석사(1971)
-서울여대 조교수(1972~1975)
-서울여대 교수(1990~2000)
-연세대 대학원 박사 (1988)
-서울여대 제4대 및 5대 총장(2001~)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운영이사(2001~)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2003~)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2004~)
-한국사립대학총장 협의회 감사(2005)
-서울복지재단 이사장(2006~)

※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 한용수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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