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되어 하늘로 치솟을 기세이던 아시아의 한국은 이제 입에 물었던 여의주를 떨어뜨리고 늪 한 가운데 시커먼 진흙탕 속으로 침몰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좀 안다는 학자들도 이같은 불길한 진단에 저마다 입을 모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위기설은 곧바로 대학가에도 영향을 미쳐 예년에 보기 드문 취업대란에 긴장하는 모 습이고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비단 학생에게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어서 아무리 환율이 뛰고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이 무너져도 대학이야 망하겠느냐고 생각하던 대학교수나 직원도 모두 한배에 탄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 불안 심리가 가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위기를 몰고 온 주범은 물론 방만한 투자와 안이한 경영으로 경쟁력 제고에 실패한 경제 인과 통치 철학이나 경제 마인드를 상실한 무능한 정치권에 1차 책임이 있지만 21세기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학 교육 역시 나름대로 책임의 일단을 면키는 어려워보인다. 왜냐하면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전인교육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경쟁에서 앞서는 교육보다는 오히려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처지는 교육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각 대학이 교육 정상화를 위해 그 동안 추진해온 개혁노력을 무용한 것으로 평가 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교육개혁위원회를 통해 성안한 개혁안은 22개 분야에 걸쳐 1백20여개 과제로 이미 제도 개선을 통해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분야가 있는 반면 아직 추진 과정에 놓여있는 개혁안도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안이 갖고 있는 한계는 이미 초기에 지적된 것처럼 기본 사상이 서구식 제도 개혁에 상당부분 기초한 관계로 실제 교육 현장에 얼마나 반영되고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 인지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주요 개혁안이 상부구조의 변화 와 혁신에 치중돼 온 관계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지수는 아직도 미약한 실정이다. 이같은 인식은 최근에 발표된 각종 지원책이 여전히 나눠먹기식 재정지원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 고 있고, 일부 제도의 경우 일선 교육 현장에서 정면으로 거부되는 현실에서 더욱 분명하게나타난다.

실제로 교육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교원들의 67%가 교육개혁에 '불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전공 선택의 기회 확대를 표면으 로 내세운 학부제 등은 정작 대상자인 학생과 교수 양쪽으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 겉돌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제 시행에 따른 논란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공 선택의 시기가 다 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1년 이상 지체되고 인기학과 위주의 편중 경향을 보이면서 학문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 다. 현실에 맞지 않는 개혁안은 미완성의 개혁안을 추진하는 것 못지 않게 뼈대부터 다시 세우는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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