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학도 해법 찾는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여파로 취업 문제가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각 대학도 최근 어려워진 취업문제 해결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동명대와 공동으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 대학 졸업 10명 중 4명은 실업자 = 최근 통계청이 밝힌 지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지난해 10월 73만명, 11월 75만명, 12월 78만명, 1월 84만명, 2월 92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월 대학 졸업시즌을 맞아 대졸자 실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20대 대졸자가 쏟아져 나왔지만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실업률은 4% 정도지만, 20대 청년 실업률은 이의 두 배를 넘는 8.5%에 달한다.

지난 2월 20대 실업자 수는 34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4%(3만 8000명)나 증가했다. 교육정도별 실업자 수에서, 대졸 이상 실업자가 6만 6000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24%나 급격히 증가했다. 고학력 백수 문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대학들 취업 지원 아이디어 봇물 = 각 대학이 운영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각종 아이디어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대상도 기존 재학생 위주에서 벗어나 졸업생이나 일반인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대는 지난달 25일 ‘동반자사회 프로그램’을 출범, 일반인 대상 취업 지원을 선언했다.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미경력자 인턴, 경력자 재교육사업 등을 시행한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현재 위기를 상아탑 속에서만 바라볼 수 없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는 ‘학사후 과정(Post-Bachelor program)’을 첫 도입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캠퍼스에 남아 심화학습을 하거나 직업능력을 함양토록 한 것. 이 과정은 ‘학습심화과정’, ‘맞춤형 진로준비과정’, ‘교내 및 국내외 인턴과정’의 세 가지 형태로, 최대 2학기동안 한 학기 최대 3과목까지 무상 제공된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은 도서관과 PC실 등 각종 교육시설도 이용하도록 했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식에서 “대학이 이제는 졸업생들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는 졸업생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지난해 7월 도입했다. 취업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지금까지 875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미취업자는 물론 전직 희망자, 정규직 재취업 희망자들에게 ‘실용 외국어’, ‘경영·회계실무’, ‘취업대비강좌’ 등 전문 강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수원에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1:1 맞춤형 취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약 140명을 뽑아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취업에 대해 코치한다는 계획.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 관계자는 “졸업 때까지 막연히 공부한 학생들이 목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부터, 취업자에게는 비즈니스 매너까지 코치해 주는 등 한마디로 ‘취업 주치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대는 ‘미래 JOB끼’ 카페를 운영 중인데, 현재 40평 규모의 카페를 1학기 중 하나 더 추가해 오픈할 계획이다. 카페는 취업난을 반영하듯 하루 150명꼴로 연간 7000명 가까이 방문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경기대 취업담당자는 “단순히 취업 정보만 얻어가는 카페가 아니라, 요일별로 잉글리시 카페, 이력서 클리닉, 취업 이미지 메이킹 등 특색 있게 꾸며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며 “방문자가 세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계명대는 ‘무인자동면접기’를 도입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인자동면접기에 입력된 면접관의 질문이 랜덤으로 튀어나오고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 녹화되는 방식. 학생들은 녹화된 동영상을 즉각 확인하거나 USB로 저장해 모니터링하면서 면접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취업 강좌지만 정규 학점을 인정하는 대학도 있다. 전주대는 ‘유망직종강좌’를 개설, 2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바리스타나 소뮬리에와 같은 강좌를 개설해 한 강좌당 80명 정도의 학생이 몰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대 인적자원개발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런 강좌를 들으려면 서울이나 수도권까지 가야 한다”며 “학원비와 교통비도 절약하고 선호 직종에 대해 즉각 강좌를 개설해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듀오아카데미와 ‘챌린지 세미나’라는 취업강좌를 이번 학기에 개설했다. 이 강좌는 구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니즈에 맞게 프레젠테이션·면접 기법, 자기소개서 작성요령 등 ‘취업 실전준비’를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경희대는 ‘취업스쿨’, 조선대는 취업 준비생을 위한 예절교육에 특화된 ‘고객만족(CS) 전문가과정’ 등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경북대가 도입한 ‘샌드위치 교육과정’은 각 대학이 벤치마킹한 프로그램. 대학과 기업이 제휴해 재학 중 일정기간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2~18학점을 취득토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을 파악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뽑아가도록 한 것. 경북대 진로지원실 관계자는 “보통 4학년 때 취업을 준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재학 중 시행해 미리 취업 진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정규직 취업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동명대는 토익성적 100점 이상 미상승 시 수강생 부담금 전액을 환불하는 ‘취업영어사관학교’ ‘원어민합숙형 취업영어캠프’ ‘취업동아리워크숍’ 등 이색적이고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명대는 재학생 취업지원 프로그램 이외에도 최근 ‘IT조선융합복합인력양성센터’ 등이 국책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부산지역 취업거점 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대봉 학생인력개발센터장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부산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더욱 활발한 취업 증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창식·한용수·이정혁 기자 ccs·unnys·blinddance@unn.net>


[인터뷰] 고대봉 동명대 학생인력개발센터장
“실습·어학교육 강화 역점”

청년실업 문제는 지방에서 더 열악하다. 일자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때문이다. 각종 취업준비 학원도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지역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 취업률 2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산 동명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동명대는 지난해 정규직 취업률 61.9%를 기록, 부산지역 4년제 사립대 중 1위를 기록했다.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다. 전국 4년제 대학 정규직 취업률 4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결과로 비수도권(46.5%)은 물론 수도권(50.4%) 대학을 앞섰다.

2001년부터 취업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고대봉 동명대 학생인력개발센터장을 만나 취업률 1위의 비결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학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지역협의회 21개 대학이 모이면 그 얘기를 많이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장실습 위주 커리큘럼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있고, 대학도 그런 요구에 부흥하면서 취업률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또 커리큘럼도 수요에 따라 즉각 도입하는 등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우리 대학 의료관광의 경우 일본 사람에게 관광과 미용, 성형, 임플란트 같은 걸 함께 취급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검토하고 있다.”

- 부산지역은 특히 해외 취업이 활성화돼 있다. 해외 취업을 위해 조언한다면.
“언어문제가 제일 크다. 또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가야 한다. 이는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 동명대의 경우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를 집중교육하고, 문화교육도 현지인이나 자주 다녀오신 분들을 강사로 쓰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쪽 취업의 경우 연봉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3~4년 있으면 그쪽 전문가로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그런 면을 환기시키고 있다.”

- 취업률 향상에 면접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데 어떻게 진행했나.
“우리 학교의 경우 압박면접을 한다. 면접자를 계속 궁지로 몰아간다. 성적과 용모에 대해서도 듣기 거북한 질문을 한다. 실제로 기업 면접에서 ‘피부가 그래서 다른 직원이 혐오감을 갖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나온다. 대기업 9곳에 도전한 끝에 성공한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격투기를 한 친구였고, 외모가 험상궂게 생겼다. 모 기업 면접에서 이 친구에게 ‘당신 조폭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 친구에게 이미지 메이킹을 조언해 줘 결국 삼성중공업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 지방의 신생 사립대학으로 취업 지원에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올해까지 10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노력한 결과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의지를 북돋우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 있는 힐튼호텔로 10명을 인턴으로 보냈는데, 그 중 1명이 남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한 달에 6만원짜리 월세방을 얻어 살면서 4개월 간 무급으로 일했다. 1월 말이면 정직원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결국 정직원이 됐다. 월급이 많지는 않다. 그곳 대졸자 평균 월급이 120달러인데, 이 친구는 400달러 정도를 제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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