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보다는 교육효과에 중점”

“수익률 보다는 교육효과가 더 중요합니다.”

지난해 2월15일 출범한 KAIST 학생운용 투자펀드의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출범 1년을 며칠 앞둔 10일 지도교수인 김동석 KAIST 금융대학원 교수는 “수익률은 마이너스 10% 정도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마이너스 39.55%를 기록했다”며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은 28.45%로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출범 이후 찾아온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 교육효과에 만족했다. “펀드에 참여해 본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배운 이론을 토대로 직접 펀드를 운영해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는 거죠. 졸업 후 금융계로 취업한 졸업생은 펀드투자 경험이 없었다면 취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카이스트 학생투자펀드(KSIF, KAIST Student Investment Fund)’는 매학기 20명의 학생을 ‘펠로우’로 선발한다. 출범 1년째인 현재는 1기와 2기 학생에 이어 최근 3기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다. 이들은 KSIF 출범당시 지원해 준 10억원을 운용함으로써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적용시킨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펀드를 직접 운용해 보면서 투자기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KSIF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서남표 총장이었다. 현장 교육을 위해 실전투자를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에서였다. 지도교수로는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유사한 학생 투자펀드를 만들어 운용한 경험이 있는 김동석 교수가 낙점됐다.

“학생 펀드는 강의식으로 하는 것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방학중에는 쉬게 돼서 연속성이 생기질 않아요. 학생들은 단지 수업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약하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시작부터 일반 투자회사처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야 실전처럼 펀드를 운영해 볼 수 있지요. KSIF는 방학중에도 계속 운영됩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전 팀원이 참석하는 전략회의가 열리지요. 지도교수인 저도 아직까지 이 회의에 불참해 본 일이 없어요.”

KSIF 운용팀은 4개의 분과로 구분된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자산배분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전략팀과 2개의 주식팀, 1개의 대체투자팀이 있다. 2개의 주식팀은 보수적으로 자산운영을 하는 팀과 공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팀으로 다시 나뉘어 진다.

투자전략은 학생들이 직접 세운다. 전략 속에는 종목선정과 매수·매도시점, 향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포함된다. 매주 열리는 전략회의에서는 학생들이 세운 전략이 발표된다. 회의 자리에선 전략에 대한 문제점이나 단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면 학생 간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고, 회의를 통과한 전략만이 실행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펀드 운용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민간 투자회사보다는 손실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요. 저도 항상 학생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회사에선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펀드운용에 애착을 갖고 있어요. 운용자금이 학교의 돈이고, 이를 한 번 키워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지요.”

학생 펠로우 중에는 수학이나 통계학 같은 자연과학전공자도 있다. 이들에게도 KSIF 경험은 남다르다. “금융업계에서는 수학이나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많이 활용합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자기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경기흐름을 읽는데는 약하다는 데에 있지요. 하지만 KSIF에 참여했던 졸업생들은 이런 점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1978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동석 교수는 1981년 산타클라라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1989년 오하이오주립대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까지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펀드를 만들어 운용해 본 경험이 있다. 1996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으며, 2006년 금융전문대학원 초대 대학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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