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세계시민포럼 공동개최 경희대 김의영 국제교류처장

“세계시민의식을 키워야 진정한 국제화다.” 김의영 경희대 국제교류처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국제화 지수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국제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심어줘야 대학의 본질에 충실한 국제화가 된다는 것이다. 국제화의 정량적 지표만이 아닌 정성적 지표까지 챙겨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렇다고 경희대의 국제화지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경희대는 국제화 부문 종합순위 6위에 올랐다. 이중 국내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은 8.66%로 전국에서 2위를, 해외파견 교환학생 비율(3.91%)은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국인 교수·학생 수, 영어강좌 비율만을 높여서는 진정한 국제화가 될 수 없다는 게 김 처장의 주장이다.

“경희대는 엑설런스(excellence)와 에미넌스(eminence)를 동시에 충족하는 균형 있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의 ‘에미넌스’는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현안에 관심과 책임을 갖도록 해야 얻어진다. ”

경희대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국제협력 여름 프로그램(Global Collaborative)’은 UN기구 의장, 세계적 석학이 초청되는 지성의 축제다. 지난해 ‘글로벌 거버넌스와 동아시아 문명’을 주제로 열린 ‘국제협력 2008 여름 프로그램’에선 문화·경제·사회·과학·UN 등 5개 분야 19개 과목이 개설됐다. 강사로는 UN NGO협의체(CONGO)의 리베라토 버티스타 의장, UN 경제사회국(DESA)의 하니파 마쯔이 부장 등 UN과 관련단체 고위 인사가 직접 강단에 섰다. 세계 석학의 강의도 이어졌다.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인 존 아이켄베리 국제정치학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 칼슨스쿨의 애브너 밴너 교수의 강의가 대표적이다.

김 처장은 “세계 석학의 강의를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과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해엔 484명의 수강생 중 30%가 외국인 학생이었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 중국의 베이징대와 칭화대, 일본의 와세다대,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립대 등 33개국에서 140명의 해외학생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경희대를 비롯해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 등 16개 대학 344명이 수강했다.

경희대 국제협력 프로그램은 2006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와 공동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UN 경제사회국과 중국의 베이징대,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립대, 일본의 입명관대, UN NGO협의체(CONGO)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김 처장은 “단순히 외국 학생들이 방문하는 게 아니라 협력 기관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교육·연구·실천의 차원에서 경계를 초월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문화 세계의 창조’란 창학정신을 기반으로 UN과 돈독한 교류관계를 맺고 있다. 1981년 UN이 ‘세계평화의 날’을 제정하는데도 경희대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게 김 처장의 설명. 경희대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 이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 왔고, 1999년 개교 50주년엔 ‘NGO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2004년부터는 UN평화공원과 글로벌 NGO 콤플렉스를 건립 중이다.

UN과의 탄탄한 관계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게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세계시민포럼(WCF)이다. WCF는 UN 고위관계자와 노벨상 수상자, 세계 대학 총장과 석학 등이 다수 참가해 세계평화·인류복지·기후변화 등 세계적 현안을 다루는 대규모 포럼이다. 특히 UN이 아시아의 한 대학과 대규모 포럼을 공동 개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UN이 어느 한 특정 대학과 대규모 포럼을 공동 개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세계평화를 위해 경희대가 노력해 온 점을 UN이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대학 조인원 총장이 WCF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독자 추진하던 중에 UN으로부터 공동개최 제의를 받았을 정도다. WCF는 대학이 세계시민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세계경제포럼(WEF)과 세계사회포럼(WSF)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UN과의 관계는 학생들의 국제기구 진출 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김 처장은 “UN 인턴십 제도를 만들어 매년 15명 정도를 해외에 보내고 있다”며 “이 중 두 명이 최근 UN 공보국(DPI)과 경제사회국(DESA)의 정식 직원으로 진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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