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손실 세계로 넓혀 WHO 사무총장 되고파

“이제부터 굉장히 바빠질 것 같아요. 5월부터 자원봉사 시즌이거든요.”

임지향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학과 교수는 지난 3월 기획협력처장에서 자원봉사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원봉사센터는 임 교수가 이영세 대구사이버대 총장을 설득해 올해 신설한 기구다. 지난해 1월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톈진을 다녀오고 나서 자원봉사센터 설립을 주장해 왔다.

중국 국제학교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본 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구를 학내에 만들자고 건의했다.

“대구사이버대의 건학이념이 ‘사랑과 봉사로 세계를 품는 대학’인데 봉사기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어요. 봉사활동을 통해 글로벌화를 추진하자고 했죠. 결국 총장님의 협조를 받아냈습니다.”

임 교수의 봉사활동은 대구사이버대에 임용된 2005년부터 시작됐다. 2005년 9월 대구 신암교회 평생교육원에서 ‘청소년을 위한 미술치료’를 시작한 후 상주 자전거축제, 문경 차사발축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등 각종 축제와 이주여성 가족·성매매 여성·교도소 수감자 등 소외계층을 위해 전국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2005년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은 지금까지 100여 곳에 달한다.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비용과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제 1년 출장비가 어지간한 직원 한 명 인건비와 맞먹을 정도니 알만 하죠. 기획협력처장이라는 보직과 병행하기 쉬운 일은 아닌데 총장님이 잘 지원해 주신 덕분에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임 교수의 치료는 낙도와 농촌지역,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 곳일수록 치료가 필요하고, 미술치료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술치료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몇몇 TV프로그램이 ‘그림 그려 봐라. 너는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라는 방식으로만 비췄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술치료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진정한 자신을 찾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임 교수에게 미술치료와 봉사활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구대 심리치료학과 첫 졸업생인 임 교수는 대학 1학년 때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2학년 때 한국미술치료학회를 창립한 김동연 교수를 만나면서 봉사활동에 미술치료를 본격 접목했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병원정신 자원봉사와 발달장애센터 실습조교를 10년 가까이 했다. 20여 년 동안 심리치료를 현장에 적용하면서 임 교수만의 독특한 방법들도 개발했다. 그림만이 아니라 음식·사진·이야기 등을 재료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방법을 개발했어요. 음식을 치료에 이용해 편식습관을 고칠 수도 있고, 사진을 이용해 치료할 수도 있죠. 최근에는 흑백사진을 뽑아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색칠하는 ‘포토아트테라피’를 하고 있어요.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기 주변 환경을 탓할 때 동네 사진을 흑백사진으로 출력해 색칠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색칠하고 나서 ‘우리 동네 정말 이쁘다’고 감탄하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문화 여성은 고향 사진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야기도 이용합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동화를 함께 만드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야기를 만들면서 ‘결론이 어떻게 났으면 좋겠냐, 그렇다면 네가 뭘 해야 하지?’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스스로 답을 내게 되지요.”

임 교수는 이런 방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교의 명상 등 동양적 코드, 우리 고유의 개념들을 이용한 방법들도 연구하고 있다.

“불교의 명상은 해외서도 알아주는 인성 수련법이에요. 미술치료에 접목해 이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중섭·박수근·허준 등에서도 좋은 개념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에 이런 개념을 포함시켜 연구하다 보면 우리 고유의 미술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이드 이상의 심리치료학자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연구들과 함께 임 교수는 WHO 사무총장을 목표로 부지런히 뛰고 있다. 미술치료를 통한 봉사활동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20개국 이상을 돌며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저는 질병이나 바이러스보다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계적 기구의 사무총장이 되면 미술치료를 통한 봉사활동의 폭이 세계차원으로 확대되겠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베푸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WHO 사무총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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