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평준화 정책으로 대학 통제..자율 앞세운 이명박 정부도 관치 논란

대학은 최상위의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다. 이렇게 볼 때 대학이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대학은 정치색이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대학이 정부 지원을 받아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지만 이것이 곧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군사 독재가 종식되고 민주화가 이뤄진 후에도 정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는 ‘평준화 정책’을 앞세워 대학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심지어 ‘자율’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도 총장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관치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자율과 독립을 확보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  

 ▶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신뢰 회복을 위해 대학이 정부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 사진>

■‘평준화정책’으로 대학들 통제=대학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미국의 하버드대·MIT, 영국의 옥스퍼드대 등은 최고의 명문대학이자 국가의 경쟁력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대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주요한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권에 따라 정책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평준화 정책이다. 평준화 정책은 △사교육비 부담 완화 △교육 기회 균등화 △빈부 격차·양극화 해소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경쟁’보다는 '규제’와 ‘간섭’을 정책 수단으로 사용한다.

평준화 정책이 대학가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진 지방대 발전이다. 참여정부의 경우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누리사업)을 통해 지방대 발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방대 평균 신입생 충원율이 2004년 82.7%에서 2005년 84.8%, 2006년 90.0%, 2007년 93.9%로 꾸준히 상승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평준화 정책이 ‘규제’와 ‘간섭’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은 사실이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대학을 일종의 행정기관으로 인식하고 행정적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는 관행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관치행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규제’와 ‘간섭’은 곧 정치적 압력을 의미한다. 참여정부는 행·재정 지원과 정책을 연계함으로써 대학들을 압박했다. 결국 대학들은 행·재정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방향이 달라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전신인 교육부가 대학 위에 군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거 평준화 정책이 대학들의 숨통을 얼마나 쥐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MB 정부, 관치 논란으로 자율화 흠집=이명박 대통령은 “교육부가 대한민국 모든 교육기관 위에 군림해 왔다. 대학도 교육부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며 "이런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과거 정부의 관치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수술 △입시업무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의 이양 △1·2단계 대학 자율화 조치 등을 통해 대학 자율화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평준화 정책과의 차별성을 시도하며 자율을 바탕으로 대학 발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 제거, 총장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관치 논란에 시달리면서 대학 자율화 정책 또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은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의대 이사회는 지난해 6월 당시 KBS 이사직을 맡고 있던 신태섭 교수를 수업 소홀 등의 이유로 해임했다. 그러나 신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인사인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신 교수 해임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화살은 이명박 정부로 향했다.

이후 덕성여대와 동덕여대에 대한 표적감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월 “덕성여대 직원의 학교 돈 횡령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다”며 덕성여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역임한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이 재선임되자 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어 교과부는 지난 3월 이사회 기능 부실을 명목으로 동덕여대 학교법인인 동덕여학단(이사장직무대행 박경량)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구성원 추천으로 정이사에 선임된 박경량·한상권·박병섭 이사 등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의혹을 샀다.

여기에 교과부 고위간부와 청와대 비서관이 연이어 대학 총장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은 대학에 대한 정치적 압력설로까지 확대됐다. 

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경기대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두고 이태일 경기대 총장을 만나 “현승일 전 국민대 총장을 총장으로 모시려 한다”며 이 총장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총장은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2003년 한나라당 인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임총장으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김영래 아주대 교수를 거론했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정부와 청와대가 서로 역할 분담을 해 특정 인사를 사립대 총장으로 낙하산 임명하려는 시도를 목도하고 있다”며 “정부와 청와대는 사후에 사립대 총장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학의 자율·독립성 보장해야=사실 여부를 떠나 정부가 총장선거에 개입하고 대학에 속한 과거 정부 인사를 제거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것만으로도 대학 자율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신뢰에 흠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정책을 수단으로 대학에 정치적 압력을 가했던 기존 정부와 차별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관치 논란은 정권은 바뀌어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압력은 여전하다는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은 정부의 산하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책을 통해서든, 정치적 압력을 통해서든 정부는 대학을 뒤흔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개입은 정치적 배경이 아닌 지원과 책무성 강화가 목적이어야 한다. 이 같은 점이 전제될 때 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 이에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대학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민구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직무대행(아주대 기획처장)은 “정부가 (대학에) 기여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제도개선을 통해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것”이라면서 “현 정부 들어와서 자율쪽으로 돌아섰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율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를 마치며-

 본지는 지난 3월부터 이번호까지 총 10회에 걸쳐 ‘대학 정체성 확립과 신뢰 회복’ 시리즈를 연재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본지는 교수사회 지성회복·파벌주의 인사 관행·입시 공정성과 투명성·재정투명성·학내 집단이기주의·연구윤리·인성교육·대학의 사회적 책임·정부의 대학에 대한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대학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 봤다. 또한 본지는 각 시리즈 주제에 맞는 전문가들의 기고를 동시에 게재함으로써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대학 자율화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대학은 자율화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사회의 냉소적인 시각을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자율화에 대한 사회의 공감대와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본지는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이번 기획 시리즈가 정체성 확립과 신뢰 회복을 위한 대학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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