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택 한성대 총장은 ‘학생이 성공해야 명문대학’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임기동안 대학 운영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내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진 않겠다는 게 정 총장의 구상이다.

정 총장은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겠다”며 “잘하는 사람에겐 인센티브를 줘 더 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한 변화보다는 ‘자율’에 바탕을 둔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난 3월 27일 취임, 임기 첫 단추를 꿰고 있는 정주택 한성대 총장을 만나 향후 대학운영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학 운영방향을 ‘학생이 성공하는 대학’으로 잡으셨다. ‘학생 성공’을 위한 방안은 뭔가.
“학생이 대학을 졸업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고 본다. 취업을 하고 싶다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실력과 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겠다. 졸업학점을 현재 140학점에서 10학점 정도 늘릴 계획이다. 그래서 전공지식을 더 갖추도록 하고, 해외봉사 활동을 장려해 이를 통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

- ‘학생 성공’을 위해선 대학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선 교수가 먼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강의평가를 공개해 교수들 스스로 자극이 되도록 하겠다. 자신의 강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은 교수들은 강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 쓰게 될 것이다. 학생들도 강의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강의평가 공개가 도움이 된다. 해당 강의에 대한 장점과 단점,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느끼고 배운 점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강의평가 공개는 현재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다. 강의평가가 우수한 교수들에게는 인센티브 등 포상을 생각하고 있다. 이르면 2학기 때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수 연구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뭔가.
“연구 안하는 교수를 퇴출시키는 등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잘하는 교수를 더 잘하게 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려 한다. 발표한 논문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겠다. 질 좋은 연구논문을 많이 내면 그만큼 가져가는 인센티브가 많아진다. 반면 논문을 안 쓰면 인센티브는 없다.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수준에 따라 최저 25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가져갈 수 있다. 원래는 최대 6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취임 후 이를 1000만원으로 올렸다. 현재 연간 논문으로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1250만원인데, 이 또한 3년 내 2000만원까지 늘릴 생각이다. 연간 해외 저명 저널에 좋은 논문 2편을 내면 이를 다 받아갈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연구년 동안에도 논문을 내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제도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모두 포상을 통해 교수 간 경쟁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 한성대는 예술대와 공대가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컬처 & 테크놀로지’를 축으로 아시아로 뻗어가는 인재 양성이 목표인데.
“대체로 그러한 (특성화)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본부가 억지로 특성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학과별로 특성화 계획을 제출토록 하겠다. ‘학과별로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해, 계획서를 내면 그 타당성을 검토해 학교가 지원해 주겠다’는 취지다. 교수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학과별 강의평가·연구업적·취업률·봉사실적을 종합 평가할 생각이다. 여기서도 잘하는 학과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는 학문적 특성에 따라 자체적으로 특성화계획을 세우고 발전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다. 잘 하는 학과에는 인센티브가 더 많이 돌아가고, 이는 학과 특성화를 추진하는데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 교육·연구를 위한 시설 확충 계획에는 무엇이 있나.
“한성대 캠퍼스 부지가 넓지 않다. 중장기 계획을 갖고 순차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메인(본교)캠퍼스’ 개발과 ‘분산형 캠퍼스’ 구축을 병행해 나가겠다. 먼저 메인캠퍼스의 운동장 지하를 개발할 생각이다. 개발면적은 지하 3층 규모로 최대 9900m²정도다. 여기엔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또 지상 12층 규모의 언어교육원과 종합강의동을 신축할 예정이다. 현재 한성대는 학생들에게 100만원 정도의 교육훈련지원금을 주고 있다. 취업을 위해 학원에서 수업 받는 재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언어교육원이 설립되면 이를 학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점차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도 언어교육원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성대의 랜드마크 기능을 할 지상 25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생각이다. 다른 한축으로는 ‘분산형 캠퍼스’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대학로에 있는 예술대학원 건물에 더해 추가적으로 서울시내에 건물 하나를 더 매입할 생각이다. 여기엔 특수대학원이나 사회교육원이 들어서면 어떨까 구상하고 있다.”

- 건물매입과 건물신축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재원확충이 필요한데, 발전기금 모금전략은.
“기업이나 개인이 건물을 건축해 주거나 시설 확충에 도움을 주면 ‘네이밍’ 기법으로 해당 기부자의 명예를 높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서 동문회 재정비를 통해 발전기금 모금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직 동문회가 활성화된 대학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동문 연락처를 확보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동문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학교의 중요 행사 때마다 이분들을 초청할 생각이다. 동문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이것이 발전기금 모금으로 연결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 일각에서 내부출신 총장이 갖는 한계점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자체가 제 방식이 아니다. ‘교수들이 열심히 하면 학교도 거기에 응답해 준다’는 게 제가 추구하는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경쟁체제를 강화할 생각이지만, 그 바탕에는 자율성이 깔려있다. 발전 방향도 여론수렴을 통해 하나의 방향을 정하면, 이를 응집해 나갈 생각이다. 그러면서 잘하는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줘 경쟁을 유도하고, 이것이 대학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 최근 대학입학 개혁의 모델로 입학사정관제가 각광받고 있는데 한성대의 도입계획은.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는 좋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사회의 현실에 비춰볼 때 문제점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기 떄문이다.
정주택 총장(오른쪽)이 이인원 본지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교육 등을 통해 정보에 더 근접할 수 있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입학을 시키려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현재의 대입제도는 돈이나 인간관계의 영향이 배제된 제도다. 입학사정관제가 잘못되면 이를 저해할 수 있다. 향후 사회적인 분위기를 지켜보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며 천천히 도입하려고 한다.”

- 한성대를 어떤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은가. 또 4년 뒤 어떤 총장으로 평가받고 싶나.
“한성대는 ‘품격 있는 강소대학’을 지향한다. 작지만 강한대학, 대학으로서의 품격을 갖춘 대학이다. 이는 교수와 학생의 수준이 올라가야 가능하다. 특히 학생은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먼저 인격자가 돼야 한다. 교양도 갖추고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대학캠퍼스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4년 뒤에는 임기동안의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저로선 한성대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래서 교수·직원·학생이 모두 좀 더 행복해졌다는 얘길 듣고 싶다.”

<정리=신하영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정주택 총장은...

1949년 대구 출생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1990년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3회 입법고시 출신으로 85년까지 국회 입법조사국 조사관으로 근무했다. 1991년부터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으며, 행정대학원장·교수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총 7명이 출마한 총장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지난 2월 제6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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