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 열려…교수·입학사정관·교사 등 전문가 참여
민찬홍 교수 “현 수능 적실성 잃었지만 이를 대체할 ‘공정성’ 갖춘 대안 없어”
전문가들 “데이터 분석 통해 더 나은 대안 나오리라 기대” “수능-내신 간극 논의 필요”
교육부, 전문가 포럼 등 의견수렴 절차 거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올해 상반기 발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대입개편안과 관련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대입개편안과 관련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서희 중동고 교사, 민찬홍 한양대 교수, 송주빈 전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 강경진 서강대 입학사정관, 윤재룡 경민고 교사.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준비를 앞두고 현재 대입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적실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형식적 공정성’ 때문이며, 수능 외의 대안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정성을 얻어야만 대체가 가능하리란 분석이다.

2021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았던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17일 서강대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수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부담 검사”라며 “수능 점수 몇 점에 학생들의 인생이 왔다 갔다 하니까 학생들과 관련자들의 요구도 까다로워 졌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수능 출제에 참여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우리는 왜 바칼로레아와 같은 시험을 못 만드느냐, 왜 학생들이 계속 선택형, 선다형 시험만 봐야 되느냐라는 질문이었다”며 “(국내에서도) 서술형, 논술형 시험 채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서술형, 논술형 시험이 시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바칼로레아를 진행할 수 있던 이유는 중요한 대입 시험이긴 하지만 인생의 전반을 결정할 정도로 영향이 크지 않은 반면, 국내 수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능의 본래 취지와 달리 과도하게 어려워진 시험 난이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EBS 연계 문항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를 고려하지 않고 어렵게 출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어느 날 봤더니 (이전에 봤을 때보다) 수능 시험문제가 훨씬 어려워져 있었다”면서 “알고 봤더니 학생들의 학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EBS 연계 문항이기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미봉적 대응이 누적되면서 수능의 적실성 상실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EBS 연계가 시작되고 충격받은 부분은 학생들이 교재 영어 지문의 번역문을 다 외우고 들어와서 맞춘 일”이라며 “평가 출제단은 이런 지적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고쳐서 (외워서 문제 푸는) 것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식으로 문제를 고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들이 수능을 폐기할 충분한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는 우리가 수능을 못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이전에 제시된 수시나 논술과 같은 대안들이 수능 시험만큼의 형식적 공정성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이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시험의 성격이나 내용 때문이 아니다. 출제와 성적 처리 과정에서 투명성을 유지한다면 대안도 비슷한 공정성을 가질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국내에도) 그 합의에 맞는 문제를 내고, 채점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민찬홍 한양대 교수가 1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현황 진단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민찬홍 한양대 교수가 1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현황 진단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이어진 발제에서는 강경진 서강대 입학사정관이 “대학과 수험생이 과목에 대한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배우고 와야 한다는 전제를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강대의 경우 “문·이과 통합 수능 전인 2019~2021 정시모집에서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점이 큰 차이가 없었다”며 “2024학년도부터 서강대는 전 계열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강대처럼 선택과목 지정 폐지에 동조하는 대학들이 많아지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 중에서 적성에 맞게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그러면 ‘확률과 통계’ 공통과목 평균이 올라가 미적분, 기하와의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대학이 이런 식으로 학생의 지원 양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문·이과 통합이라고 얘기하지만 학생들은 대학에서 요구하고 권장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과 내신이 따로 노는 그 간극을 어떻게 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선택과목은 학교에서도 무조건 선택으로 개설해야 하는가,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도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송주빈 전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치르고 입학한 학생들이 3월이 되면 2학년이 되는데, 각 대학에서 이 학생들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학도 변환표준점수 등을 사용해 학생 유불리가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나은 개선책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열린 전문가 포럼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중2가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올해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수능이 실제 대학과 고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보니 수능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개선 요청이 있다”며 “앞으로도 교육현장 전문가들과 깊이 협의하고 학생·학부모와 적극 소통하면서 미래인재 양성에 걸맞은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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