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연세대 이어 10여개 대학 설립계획 마련중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가 약학대학의 총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약대 신설 계획이 있다”고 밝힌 대학은 12개교다. 고려대와 연세대를 비롯해 경북대·경상대·공주대·단국대·동의대·선문대·순천향대·을지대·전북대·호서대 등이 설립 계획을 밝히고 있다. 건국대와 동국대도 약대 신설을 검토 중이다.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이유는 25년 넘게 동결돼 온 약대 정원이 약대 학제개편에 따라 풀리게 되면서다. 약대 정원은 1982년부터 동결돼 20개 대학만 약대를 운영해 왔다. 약대설립을 숙원해 온 대학들은 27년 만에 맞게 된 기회인 셈이다.

약학대학 설립으로 얻어지는 교육·연구 효과도 크다. 4년제였던 약대 학제가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개편됨에 따라 우수 이공계 학부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우수인재 확보와 취업률 제고, 인지도 상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의생명공학 연구에도 약대 설립은 도움이 된다. 약대 신설 계획을 밝힌 고려대의 한재민 기획처장은 “기초학문에 해당하는 생명과학대와 응용학문에 해당하는 의학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약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의대나 한의대, 생명과학 분야가 설치된 대학은 약대 신설을 통해 메디컬컴플렉스 구축, BT연구에 있어서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약대 증원규모가 최소 400명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약대 정원을 동결한데다 전체 약사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유휴 약사(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약사)의 비율까지 감안하면 약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약대 학제개편에 따라 2011년까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 약사수급 면에서도 2년간의 공백기가 발생한다.

지난 12일 약대 증원 계획을 밝힌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달 말까지 증원 규모를 확정,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할 방침이다. 증원 규모가 정해지면 교과부가 이를 받아 각 대학에 배분하게 된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교과부가 다음달께 약대 설립 신청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발빠른 대학들은 벌써부터 약대설립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설립계획서 작성에 착수했다. 이철호 공주대 기획처장은 “대전·충남지역은 약대가 정원 40명의 충남대 뿐”이라며 “신규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재태 경상대 기획처장도 “생명과학 특성화를 위해선 약대설립이 절실하다”며 “현재 경남지역 약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며 교과부에도 약대 신규설립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약대 신설에 나서는 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약대 설립을 검토중인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20년 넘게 묶여있던 약대 정원이 풀리면서, 그간 약대 설립을 숙원사업으로 여겨온 대학들이 기회를 맞고 있다”며 “아마 많은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신설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건국대와 동국대도 약대 설립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생명과학 분야에 주력하는 우리 대학으로서는 약대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나 로스쿨 유치 때처럼 교수 충원 등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 대학가에선 신규 대학에 대한 약대설립 인가가 이뤄진다면 최대 8~10개 대학이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수에 비해 약대 정원이 부족한 충남(40명), 부산·경남(100명), 대구·경북(120명), 광주·전남(135명), 강원(40명) 지역의 대학에 신규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약대들은 “6년제 약학교육을 위해선 정원 80명 이상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기존 약대에 대한 증원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증원된 약대정원 어떻게 배정되느냐에 따라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대 정원이 80명을 넘는 곳은 중앙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4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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