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원과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이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즉시 그 분야에서 낙오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학 교수사회다. +교수사회에는 아직까지 구조조정의 한파가 미치지 않은 듯 싶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다니는 경영학과의 한 교수님은 당신이 교수가 되고 나서 지금까지 외부에 논문을 딱 한 편 써 보았다고 당신 +입으로 말했다. 그것도 연구열에 불타서가 아니라, 중국에 여행을 한 번 가고 싶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개최하는 학술회의가 있어서 자기 돈 +안들이고 중국 구경이나 해볼까 해서 한 번 써본 것이라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강의 노트를 준비하는 것이 귀찮아서 20년도 +넘은 논문을 OHP용지에 복사해 가져와서, 판서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편안히 자리에 앉아 무성의하게 수업을 자행했다. 나는 계량적인 내용은 전혀 배울 수 없었고 무슨 사회학 과목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왜 이런 엉터리 교수의 수업이 아직까지 유지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학생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수업을 듣는 이유는 과제가 없고, 계량적인 수식이 없어 머리 아프지 않고, 결정적으로 공부를 제대로 안 해도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수님은 +지난 학기에 A를 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35%까지 최고 학점을 주었다고 한다. 둘째로 이 분이 대학원 강의도 같이하는데 학생들이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이 분의 강의가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이수 학점을 따기 위해 듣는다고 한다.

이상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왜 이런 무능하고 불성실한 교수들이 아직까지 대학에 남아서 다른 대다수의 성실하고 실력 있는 교수님들까지 지탄을 받아야 하는가. 여기서 한 가지 해결책을 제기하려 한다. 우선 강의평가제를 철저히 실시하여 이런 엉터리 교수들이,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평가받게 하고, 또한 교수 재임용시 연구 실적이나 국내외 공인 학술잡지에 기고하는 논문 등의 기준을 정하여 교수들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도록 교육부나 대학당국은 철저한 제도보완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각 대학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 황경식/연세대 경영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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