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후 도서관의 게시판에는 유난히 많은 메모들이 붙어 있다. 대부분 '언제 어디서 지갑을 분실했으니 발견한 사람은 꼭 연락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이 적혀있는 쪽지들 이었다.

물론 학내 도난 · 분실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부쩍 증가한 분실메모를 볼 때마다 씁쓸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IMF라는 국가경제 위기 상황하에서 이런 사건이 빈번하고 있다는 현실은 +대학사회의 불신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 경제전반에 걸친 심각한 불황은 그동안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해왔던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갑자기 줄어버린 용돈은 차치하고라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를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다는 것도 웬만큼 인내와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전공서적 한권을 사는데도 심사숙고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전공서적 분실 메모도 종종 볼 수 잇다. 도서관에 자신이 공부하는 책조차 놓고 다닐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갑, +책, 카세트 등도 안전한 것이 없다.

경제가 어렵고 우리의 생활도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인심마저 각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대엔 '견물생심'의 마음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양심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누지 못할 망정 남의 것을 탐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만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사람들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마음가짐은 스스로 양심을 지키는 것일 것이다. 거기에서 신뢰도 나오고 협력도 나온다. 더욱이 지성인이라 불리는 대학생들이라면 이 시대의 최고 미덕이 양심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송기헌<한국외대 행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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