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 이어 경북· 영남 ·신라·경상대 등 잇따라...“민주화 후퇴” 한목소리

대학 교수들이 ‘盧 서거 정국’에서 잇따라 시국선언을 쏟아내면서 ‘현 정부 비판’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일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 선언을 시작으로 4일 신라대, 5일 경북대와 영남대 등 대구경북지역 17개 대학과 경상대·충북대 교수들이 시국 선언에 이미 합류했다.

8일부터 10일까지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동국대·동아대·성공회대·부산대와 광주.전남지역, 대전.충남·북 지역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경남대는 6월 항쟁기념일에 맞춰 10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9일 시국선언을 예고한 부산대는 현재 학교 게시판과 전체 교수들에게 메일을 통해 시국선언 참여 의사를 묻고 있다. 선언문은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며 이명박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전남대·조선대·광주대·목포대·순천대·광주교대 등 6개 대학을 중심으로 광주.전남지역 교수 400여 명이 참여한다.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6·10 항쟁 이후 20년 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왔던 민주주의가 급속히 후퇴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더 이상의 후퇴를 막기 위해 지역 내 교수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국선언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처벌, 국정쇄신 요구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시국 선언문을 준비 중”이라며 “선언문은 오는 8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도 금주 초 시국선언을 준비중이다. 현 정부에 대한 국정쇄신 요구를 골자로 하는 선언문 초안을 만들었고, 한신대도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적절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해 현 정부의 사과와 국정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대 교수 124명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면서 “정부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상 활발한 의견 교환과 여론수렴을 가로막고, 이미 개정 예고된 집회 관련 법안에도 독소조항이 포함돼있다”면서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깊이 염려한다”고 밝혔다.

김한성 연세대 법학과 교수(전국교수노조 위원장)는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교수들이 나선다. 특히 정부와 민심간 괴리가 심각할때 그렇다”면서 “정부가 여론과 상반된 정책을 펼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87년 직선제 헌법 개정과 지난해 쇠고기 정국, 대운하 강행 등을 ‘민심 이반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본래 교육과 연구에 본분을 둔 교수들은 주로 교내에서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기 때문에 집단 의사표현이 많지 않다”면서 “이런 교수들이 집단 의사 표현을 할 때는 심각한 문제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가 나서면 위정자들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별 시국 선언과 관련해 전체 교수 대비 소수 의견이라고 폄하하는 주장에 대해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이상한 해석이다”면서 “5천명의 국민이 서명할 경우 5천만 국민 중 0.01%에 해당하는데, 그게 소수 의견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백 교수는 대신 “교수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어야 한다. 서슬퍼런 독재 정권 아래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파급효과가 컸던 건 그때문이다”면서 “사안에 따라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용수·신하영·민현희·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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