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2백만명 또는 그 이상이 되면 가족까지 합해서 I천만명 이상이 실의와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화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

본사가 「고학력미취업자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온 힘을 기울여서 대졸자들의 취업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이유도 이들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가 국·공립 초·중·고 교사들의 정년단축안을 들고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년 65세를 60세로 5년만 낮추면 2만명 정도의 빈 자리가 생길뿐만 아니라 그들은 연금생활자가 되는 대신 그들의 봉급이면 +2, 3배의 젊은 교사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같은 교육공무원인 국·공립대 교수들의 정년단축도 병행되어야 공평하다는 주장이 나올을 것이다. 그리고 61세이상 노교수들이 자리를 내주고 연금 생활자가 되면 그들 봉급으로 역시 2, 3배의 젊은 교수들을 채용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교수정년문제까지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실직자 문제는 당연히 이 분야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문제다. 그들은 모두 교수직 또는 연구직을 원하고 +그것을 생계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교수직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고 생계를 보장해 줄만한 연구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중의 일부는 시간강사다. 그러나 전임교수와 똑같이 주당 9시간, 10시간 강의를 해도 그것으로는 기본생계가 어렵다. 전임교수들의 봉급에 비하면 이것은 억울한 임금착취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불평 한마디 못한다. 그런 싸구려 품팔이 일감이라도 자기를 써주는 사람에게 항상 비위를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박사들이 해마다 누적되고 최고급 두뇌들의 실업자가 양산되어 왔어도 이 나라는 이들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기울여오지 않았다. 정부도 서울역의 노숙자들이나 머리띠를두르고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겁을 먹지만 이처럼 불평 한마디 못하는 박사들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인해서 이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해외에서 어렵게 학위를 마친 후 귀국하여 교수직을 얻으려고 40대 또는 50대까지도 기다려 온 사람들은 이제야말로 할 말을 잃게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제는 교수채용 공고도 안내고 있으니까.

이런 단계에 이르렀으니 한 가지 작은 해결책이라도 제시해야겠다. 정년단축을 하지 않더라도 퇴직교수들께서 제발 계속 출강은 그만 두고 +강좌를 제자들에게 물려줬으면. 그리고 강사료는 마땅히 2배, 3배 이상으로 인상해야 옳다. 그래도 그것은 전임교수를 쓰는 것보다 훨씬 싼 +임금이다. 그리고 교육부는 연구비를 이들에게도 지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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