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55) 전북대 총장의 발걸음이 가볍다. 최근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사와 조선일보 공동 시행한 ‘2009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15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 연구력에선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앞지른 것으로 의미가 크다. 2006년 취임 이후 2년 반 만의 성과로, 2020년에는 세계 100대 대학으로 거듭 나겠다는 게 서 총장의 포부다. 지난 4월부터는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을 맡으면서 국공립대 현안을 챙기느라 더 바빠졌다. 일주일에 2일 정도는 서울에 머물고, 저녁 11시를 넘어서야 일과가 끝난다.

지난 18일 교과부를 방문한 뒤 본사에서 인터뷰한 서 총장은 국 국·공립대가 직면한 현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에 최근 정부 정책에 대응하자는 취지의 전략기획팀을 만들었다. 지난 11일 있었던 국립대 총장 정기회의에서 TF팀을 만들기로 결의한데 따른 것이다. 서 총장은 “국·공립대의 장래와 관련되는 중요 정부 정책에 대해 개별 대학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왔지만, 협의회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없었다”고 전략기획팀 구성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입법 발의한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의 내용 중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많고,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 또는 시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사립대 위주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국립대 배려가 없다고 했다. 법인화의 경우 “법인화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학자율화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해 자율화 조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어 이러한 자율화 확대 기조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고, 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국립대간, 사립대간은 물론 국립대와 사립대간에도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가속화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사립대 총장들은 국립대는 국가에서 재정 지원해주니까 별 문제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실제는 어떤가.

“근본적으로 국가 지원은 있지만, 액수가 적다는게 문제다. 교수들 봉급만 봐도 사립대와 비교해 형편없이 적다. 중요한것은 국립대는 사립대와 설립 취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립대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봐야한다.예를 들면 학생들이 잘 지원하지 않지만 육성해야 할 기초학문 분야가 있다. 사립대는 이런 분야를 거의 폐지했다. 국립대는 수지 타산이 남지 않지만 국가발전을 위해 기초학문을 육성해야 할 책무를 지고있다. 또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사립대는 등록금을 많이 받는다. 주요 사립대의 경우 적립금이 보통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을 쌓아놓고 있다. 저희는 쌓아 놓는게 한푼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국공립대학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다. 부자유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 들어 과거에 비해 자율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더욱 자율화를 확대하기를 기대한다.”

- 올해 11월까지 부실 사립대학을 퇴출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는데, 국.공립대학은 어떤가.

“국공립, 사립대를 불문하고 한마디로 대학 수가 너무 많다. 과감하게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정부 들어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시행하면서 거의 배가 늘었다. 종합대학의 단과대보다 규모가 작은 대학들이 난립돼있다. 또 재정적으로 봐도 자립이 불가능해 운영이 굉장히 어려운 대학이 있다. 2020년에는 대입 정원이 고3 수험생보다 약 15만명 정도가 많아진다. 결국 5천명 정원 규모 대학 30개정도가 없어져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불과 10여년 지나면 국가적인 대란이 올 것이다. 정부에서도 대학 구조조정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공립대의 경우 통합 대학이 10여개다. 더욱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교육대학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방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국립대간에만 하는게 아니고, 국-사립대학간에도 해야 한다. 사립대학들 간에는 더더욱 통폐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 울산과기대가 최초로 법인화대학이 됐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도 법인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국공립대들의 입장은 어떤가.

“총장협의회에 속해 있는 총장님들은 전반적으로 법인화 이후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축소되는 게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종전 규모의 재정지원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의구심을 갖는 대학이 많은 것 같다. 서울대의 경우에는 법인화 전제조건으로서 재정 지원과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볼때 두 가지 요구조건이 서로 상충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재정지원을 늘려주면 당연히 간섭하려고 할텐데, 돈은 더 주면서 간섭하지 말라면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법인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전북대 얘기를 해보자. 전북대가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보시나. 어떤 이상을 가지고 계신가.

“세상의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될 수 밖에 없다. 대학의 위상이라는 것도 80년대 초와 그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많이 변했다. 전반적으로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들은 과거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조선일보 평가에서 그간의 선입견을 깨는 결과가 나타났다. 전북대학교가 서울지역의 중상위권 대학을 모두 제치고 전국 15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대학의 교수 연구력 평가가 60점, 사회평판도가 10점 등이었다.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중상위권 대학들보다 교수 퀄리티는 더 높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서울지역에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국내는 물론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경북대와 함께 약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인가.

“느닷없이 약대 유치를 희망하는게 아니다. 개교 이래 숙원사업으로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지방의 큰 국립대중에서, 우리 전북대와 경북대만 약대가 없다. 수의대의 경우 서울대 다음으로 생겼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있다. 전북대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책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신축하고 있다. 약대를 유치하면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와 공동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 엄청난 국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또 종래 약대를 보면 약사를 배출하는데만 주안점을 뒀다. 약사배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R&D를 통한 신약개발에 있다. 생명과학 수의학 분야 연구력이 강한 대학이 반드시 약대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

- 총장 임기 반을 조금 더 했다. 처음 목표를 보면, 지금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 말씀해달라.

“재임 4년 동안 2010년까지 국내 1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는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2년 반이 지났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직 굉장히 부족하고 미흡한 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적극 추진해왔던 제도의 변화, 시스템의 변화, 마인드의 변화가 전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의해 서서이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 꿈만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구성원의 저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력을 어떻게 엮어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앞으로도 전북대가 가진 힘, 대학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대담 : 본지 이인원회장 / 글 : 한용수기자 / 사진 : 한명섭기자

 



■ 서거석 총장은 ... 전북대 법학과(1977)를 졸업한 뒤 일본 주오대(中央大)서 법학박사학위(1990)를 취득했다. 1982년 전북대 법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법과대학장, 전북대 법학연구소장을 지낸 뒤 지난 2006년 총장에 취임했다. 국립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 한국소년법학회 회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9년 4월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당연직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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