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시스템 재편 앞두고 대학들 입장차 크게 엇갈려

‘의전원 전환이냐, 의대 복귀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과 의과대학(이하 의대)으로 이원화돼 있는 의학교육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해 양 체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이달 중 ‘의·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 올해 안에 의학교육시스템 개편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은 지난 2002·2005년 두 차례에 걸쳐 교과부가 수립한 의전원 도입 기본 계획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기본 계획에서 2005년부터 5년간 의전원 체제를 운영해 본 뒤 2010년 경 위원회를 통해 완전 전환 여부를 결정키로 공시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대학들이 의전원 완전 전환과 의대 복귀에 관한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 이미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들의 경우 “다시 의대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미전환 대학들의 경우 “전환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의전원·의대 병행 대학들은 “두 체제 사이에서 곤란한 점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국 총 41개 의대 중 의전원 완전 전환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가톨릭대·건국대·경상대·전북대·조선대·충남대 등 총 15곳. <표 참조> 이들 대학들은 의전원 체제에 문제점이 다소 있지만 다시 의대 복귀를 논의하기엔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박창수 전남대 의전원장은 “의전원 체제로 전환할 때 국가로부터 이미 많은 지원을 받지 않았냐”며 “성급하게 교육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들이 다시 의대 체제로 복귀할 경우 다양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특히 의전원 재학생, 의사가 되고자 준비하는 학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의대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대학들은 우리나라 현실에 의전원 체제가 맞지 않을 뿐더러 의사가 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전원으로 미전환한 대학은 관동대·울산대를 비롯 14개. 이들 대학 의대 관계자들은 “6년제 의대와 달리 의전원 체제는 8년이 소요된다. 의전원 체제에서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또 의전원으로 전환했을 경우 남학생은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개업을 하면 아무리 빨라도 30대 후반이다. 이는 곧 의료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의전원 등록금은 과거 의대 등록금에 비해 두 배가량 비싸다. 의전원 체제로 완전 전환한 전북대의 경우 의대 등록금이 한 학기당 250만원이였던 데 비해 현재 의전원 등록금은 630만원 정도다. 학교 입장에선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지나치게 막대한 것이다.

연동수 관동대 의전원장은 “사립대의 경우 의전원 등록금이 한 학기당 1000만원 가까이 돼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며 “의대와 교육 내용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등록금만 많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병행체제는 논란의 여지가 더욱 많다. 현재 의전원·의대를 병행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아주대·중앙대 등 12개교 의전원 학생들은 의대 학생들과 같은 커리큘럼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다. 또 졸업 후 주어지는 학위도 달라 상식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많다.

한 대학 의전원장은 “같은 내용을 배우는데 누구는 등록금을 두 배로 내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동일한 내용을 가르쳤는데 의대생에겐 학사학위를 주고 의전원생에겐 석사학위를 주는 것에도 교육자로서 양심의 가책이 든다”고 주장했다.

<민현희·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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