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원 한국방송통신대학 기획처장


“방통대는 덩치가 큽니다. 조직이 크면 시스템을 바꾸기가 어렵죠. 이에 반해 사이버대는 날렵하고 유연하잖아요. 그래서 요새는 사이버대를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김보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기획처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원격대학에 편입한 사이버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방통대를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17개 사이버대의 편재정원은 지난해 기준 모두 8만 9000여 명. 이에 반해 방통대는 18만명이 넘는다. 모든 사이버대를 합쳐도 방통대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워낙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변화가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렇자 방통대가 사이버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멘토링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멘토링 제도를 확대하면서 사이버대를 많이 연구했다.

“방통대 학생들의 탈락은 첫 학기에서 판가름 납니다. 2학기에 40%가 떨어져 나가거든요. 18만명의 학생들을 교수가 모두 관리하기에는 힘이 듭니다. 3개 지역 대학에서 2005년 실시했던 멘토링 제도를 올해부터 전 학과로 대폭 확대했어요.”

멘토링 제도의 경우 선배가 후배를 이끄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튜터제도도 운영한다.

“지역 대학에서 1996년부터 운영해 온 튜터제도를 2006년 학과 튜터로 확대 운영했습니다. 지역 튜터까지 합치면 모두 500여 명이 넘죠. 영국의 오픈 유니버시티 사례를 많이 참고했어요.”

멘토링·튜터제도는 학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방통대가 심혈을 기울이는 제도들이다. 학생 서비스 이외에 매체 운영에도 사이버대를 많이 참조할 계획이다.

“방통대에는 오디오·비디오·멀티미디어·웹 등 4가지 매체가 있어요. 이 중 비디오 강의는 비용이 꽤 듭니다. 방송 제작 시설은 일반 방송국에 버금가고, 화질도 최상입니다. 그렇지만 인력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이버대처럼 제작비를 줄이고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김 기획처장은 “학생 평가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방통대와 사이버대와의 가장 큰 차이는 학생 평가입니다. 방통대는 중간과 기말평가를 오프라인으로 실시합니다. 센터는 물론 대학과 중·고등학교를 빌려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대는 온라인 평가를 하죠. 비용도 적게 들고 편하지만,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방통대와 사이버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그렇지만 방통대가 자랑하는 오프라인 평가에도 큰 걸림돌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원격대학을 원하는 계층으로 서비스를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로부터 군대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어요. 그렇지만 평가부분에서 걸렸습니다.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작전명령이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잖아요. 직장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내일 뉴욕 출장을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시험을 볼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오프라인 평가를 양보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게 무너지면 방통대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니까요.”

방통대가 사이버대를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통대의 오프라인 평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면, 향후 매체 발달을 좆아 웹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늘려야 한다. 이른바 온·오프라인이 결합하는 ‘브렌디드 러닝’이다.

“우리나라의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세계 원격대학 콘퍼런스에 가 보면 방통대가 어떻게 나아갈지가 항상 주목을 받아요. 특히 최근에는 사이버대가 성장하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평가하는 사이버대는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하죠. 세계 여러 원격대학이 방통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봐요. 그럼 우린 ‘브렌디드 러닝이 원격대학의 미래’라고 대답합니다.”

원격대학의 일부인 사이버대가 추격해 오긴 하지만 김 기획처장은 “방통대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격대학의 미래를 위해, 사이버대에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사이버대가 갈 길은 멉니다. ‘롱 웨이 투 고’라고 할까요.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졸업하기가 쉽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방통대와 사이버대가 평생교육의 미래 패러다임을 짜게 될 겁니다. 이제 같은 배를 탔어요. 사이버대가 잘못하면 우리도 가라앉게 됩니다.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함께 잘해 보자’고 부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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