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나라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타교출강이 매우 제한되고 있다. 평일에 하루정도의 타교 출강허용이라면 너그러운 편이고 대개는 토요일 오후나 야간출강 정도만 허용되고 있 다.
이런 타교 출강금지 원칙은 한번쯤 재고해봐야 할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해방 후 60년대까지만 해도 교수들의 타교출강은 매우 잦은 편이었다. 소속된 대학에서 받 는 봉급이 적은 대신 타 대학 출강으로 생활비를 보충한 것이다. 교재 채택료라는 비밀 수 입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부터는 타교출강이 대개 제한되기 시작했다. 잦은 타교출강으로 인한 소속된 대학에서의 연구부실과 학생지도 등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봉급도 좋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값싼 강사료를 벌기 위해 타교에까지 나갈 의욕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직장에 소속된 전임직원으로서 거기서 봉급을 받는 이상 타 대학출강은 근무지 이탈이며 여기서 봉급을 받고 저기 가서 일해주며 이중으로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정도에 벗어난다는 논리도 은연중에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수들의 타교출강금지조치는 한번쯤 다른 각도에 서도 재고해봐야 할 사항이 아닐까?
이유는 이렇다.
우리 나라 대학들은 처음에는 단과대학으로 출발했더라도 거의 모두 종합대학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공대도 신학대도 어느 사이에 모두 인문·사회·예술 등 가능한대로 모든 계 열을 다 거느린 종합상사가 되고 모든 품목을 다 나열하며 고객을 부르는 백화점이 된 것이 다. 그러므로 대학의 특성도 사라지고 어느 한 분야도 제대로 일류 교수, 일류 학생들이 모이는 학과나 단과대학으로 육성시키지 못했다. 그러니까 빵만 잘 만드는 요리사가 요리사 자격증 하나를 가지고 자장면 등 서투른 것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내놓는 식의 강의가 이 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실을 막기 위해서 대학마저 대기업들처럼 이제 와서 문어발들을 잘라 내고 특정영역만 살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본다면 방법이야 어떻든 교수들의 타교출강은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만일 학생들도 희망하고 학교측도 희망해서 특정분야의 일류 교수를 타 대학에서 초청해 오면 그 대학은 훨씬 더 좋은 교수들을 타 대학과 공유하는 셈이 되니까.
그리고 교수들도 이것저것도 해서 책임시간만 채우지 말고 비록 타교출강을 통해서라도 한 연구분야로만 책임시간을 다 한다면 훨씬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다.
다만 특정대학의 전속개념이 문제인데 연구생활과 학생생활지도와 학교운영참여의 선에서만 전속개념을 인정하고 강의는 어느 정도 타 대학과 공유하며 개방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대학의 국가적 기능을 생각한다면 교수들을 무조건 한 울타리 안에 가두는 독점적,폐쇄적 전속제도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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