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난폭하게 휘두르며 즐겨온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서 부를 누리고 권세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들은 정계 관계만이 아니라 학문의 전당에도 있다. 일부대학의 실질적 소유주인 재단이사장은 물론이고 총장 학장 그리고 교수들까지도 그런 부류에 속해 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 경우에 그 같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와의 관계는 재단이사장이나 총장과 +그 밑의 교수들과의 관계인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교수와 제자관계인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이면서도 오랜 관습처럼 반복되고 있고밖으로도 잘 표출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교수와 제자 사이의 주종관계다. 그것은 지극히 부패하고 때로는 인권적 차원의 문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흔히 무시되어 온 것이다.

가령 1993년 8월에 서울대 대자보를 통해서 처음으로 제기된 화학과 +신모교수와 우조교 사이의 문제는 세상에 공표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의 유죄판결로 본다면 우조교 또는 이 대학의 +대학원자치회협의회 또는 여성문제동아리회 등이 조사를 통해서 발표한 +내용은 거의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 내용대로라면 신교수는 우조교만이 아니라 전임자 조교들을 이미 상습적으로 여러차례 성희롱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교수는 여전히 +교수직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우조교가 중앙도서관 대자보에 성희롱사태를 고발하기 전에 그녀는 몇차례 학교당국에 탄원서 진정서 +등을 제출했지만 묵살되었고 그 후 학부생 대학원생 4천여명이 학교측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학교측의 반응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그 대학당국 자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사실 이들 사제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 증거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다년간 교수직에 있어 온 사람들이라면 꼭 성희롱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의 교수와 제자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불미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수가 제자들을 부당하게 지배할 수 있는 근거는 제자들의 진급과 졸업, 석·박사학위 취득, 조교채용, 강사채용 그리고 훗날 +교수채용에 이를 때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의 성패와 성공을 교수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조교발령까지 받아가며 학교에 미련을 거는 이상 무조건 교수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생길 수 있는 사제간의 형태는 결코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며 아무리 추한 관계라도 그것은 은밀히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사제관계가 관행처럼 이어져 가는 대학이 있다면 그 +대학에서 훌륭한 학풍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실력과 정직성밖에 모르는 +제자는 처음부터 기회를 박탈당하고 만다. 그뿐만 아니라 아부에만 능한 제자들은 절대로 스승을 능가하는 논문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대학이 없는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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