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이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바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최초 여성 회장’이다. 대교협이 1982년 설립된 이래 최초의 여성 회장이 된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공식 취임해 내년 4월 7일까지 대교협을 이끈다.

이 회장은 대교협이 교육의 미래를 위한 화두를 선도해야 한다는 포부와 함께 대교협 회장으로서 대학평가에 인성지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집중 논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초등학교부터 인성교육 등 교육의 본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이 대교협의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교협으로 업무를 이양하는 시점에서 대교협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으셨는데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다. 

“물론이다. 한두 개 대학이 아니라 200개 대학을 대변하고 아우르고, 또한 막중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실행해야 되는 최고의 지성 공동체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것은 틀림없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입학전형위원장직을 맡으면서 학부모·교육감·교장선생님들과 입시정책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했다. 신뢰받는 입시정책과 관련해 지금 국내외 대학평가 지표는 정량적·경쟁적인 부분이 있는데 대교협의 대학평가에 인성지표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교육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 특히 인성교육프로그램이 (평가에)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싶다.”

-손병두 전 회장이 퇴임하면서 대학 자율화가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대학 자율화를 추진하면서 많은 업무들, 특히 입시 업무가 대교협으로 넘어오게 됐다. 대학 자율화가 한꺼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그러면서 방향은 자율화로 갈 때 자율과 책무가 같이가야 하지만 어떤 부분에 어떤 책임을 두면서 어떻게 자율화로 갈 것인가는 다양한 주제다. 그런 부분들이 내용·실행 주체에 따라 모여질 수도, 분산될 수도 있다. 지혜롭게 자율화의 길을 열어가는 것은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나 싶다.”

-자율화 하면 3불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총장님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대다수가 기여입학제에 대해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표한다. 기여입학제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총장님들도 계시지만 기여입학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공정성·신뢰도가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대학들이 불협화음을 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기여입학제는 신중하게 조율하면서 도입 여부부터 많은 대화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등급제는 당연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대학 나름대로의 학생선발 원칙이라든가 방법을 획일적으로 얘기할 수도 없다. 최근 그 대안으로 나온 게 입학사정관제다. 인력 소모·절차에 대한 기밀 유지 등을 봤을 때 본고사를 부활시키려는 대학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교육에 관해 말할 때마다 한국처럼 하자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도 한국의 교육열을 말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기반이 교육열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다. 특히 이 같은 교육열은 어머니들로 인해 생겨났다고 본다.” 

-최근 전국 대학총장들이 대입전형 선진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그렇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정상적인 공교육 하에서 자란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지 공교육이 고등학교·대학만 돼서는 일시적인 것밖에 안 된다. 초·중·고교 교육이 연계적·단계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한다. 이 부분을 의욕적으로 해 보려 한다.”

-서울대 등 최근 대학들이 학과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학부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것이 학과 이기주의냐, 대학의 전통적인 교육방법의 유지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지금은  개개인보다는 팀워크가 강조되고 인터넷의 영향으로 융합적·연계적인 학문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다. 학부 과정에 전문성과 더불어 융합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학부제를 굳이 과로 돌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배용 대교협 회장과 대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

-1950년대까지는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입학전형을 실시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 당시는 대학도 많지 않았고 대학 진학률도 높지 않았다. 지금은 대학 진학률이 86%에 달하고 4년제 대학만도 200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교육자들로서는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마다 (입학전형이) 다르면 일찍이 목표 대학을 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공교육 정상화·전인교육·잠재력 향상 등을 제한한다. 이런 측면에서 단기적인 정책이나 방편보다는 지금부터는 교육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대교협 내에서 국공립대의 불만도 있는 것 같다.

“저도 총장되면서 국공립대 총장으로서 대교협 회장을 두 번 겪었다. 전혀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위화감을 못 느꼈다. 회의에 대한 안건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 의견이 달라서 충돌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국공립대의 이슈가 있으면 (사립대 쪽에서) 돕고 사립대의 이슈가 있으면 (국공립대 쪽에서) 함께 도와야지 사회적인 갈등이 많은 시대이기 때문에 총장들이 갈등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교협법에 대해 반발도 있는데.

“찬성·반대 두 입장에는 그에 따른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반대하는 측에서 대교협이 능력을 못 갖췄다고 하면 대교협의 활성화된 시스템을 보완하고 구축할 필요는 있다. 원론적으로 대교협에 이관한 것은 잘됐다고 본다. 정부에서 하면 국가가 밀어붙인다고 하지만 대교협은 완충제 역할을 할수 있다. 대교협은 대학을 책임지는 총장들의 협의체이기 때문에 잘 어우르고 조율되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실행 주체인 대교협에서 시스템을 잘 갖춰 책임 다해 역할을 수행하면 (대교협으로 이관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잘 설득하면 완강하게 거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교협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갈 생각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도 구상하고 있나.

“자율화가 2012, 2013년을 향해 갈 때 자율화의 화두는 이미 선언이 됐고 그러면서 대교협에 이관됐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잘 무르익혀서 가야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신뢰를 얻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들을 보완하고 담아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책임도 함께 지면서 서로간의 협력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대교협이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있다면.

“대교협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대교협은 대학사회의 건강한 발전방향을 위해 모인 공동체다. 총장들이 모든 의견을 개진하고 수합해서 하나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대교협이 유일한 창구다. 따라서 대교협이 대학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을 해결해 가면서 지혜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대교협이 국가·국민과의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고등교육의 바람직한 질 향상을 이끌어가야 한다. 정책에 밀린 임기응변적인 대책보다는 교육의 미래를 위한 화두를 선도하는 협의체가 됐으면 한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정리 : 정성민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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