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교수<연세대 교육학>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K대 중문과 3학년, 국어학자 이오덕 선생을 모르는 S대 국문과의 한 학생’

요즘 대학이 요지경이다. 반면 어지간한 영어 회화는 기본이고 컴퓨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토익 8백점을 넘지 못하는 학생은 바보 취급을받고 철학서를 읽는 학생은 이단아로 취급을 받는다.

대학이 대학다움을 잃은지 오래다. 고교 4년생으로 전락해버린 대학생들을 지켜보는 교육 전문가들은 작금의 실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교육정책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김인회 연세대 교수(교육철학)를 만나 올바른 대학 교육의 방향을 들어본다.

-. 오늘날 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을 쌓기보다 취업만을 위해 공부하는 현실이다. 이에 뒤질세라 학교측도 많은 학생들을 취직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취업률 높은 대학이 우수한 대학이라는 그릇된 사고가 사회 전반에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 대학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교육 정책의 부재에 있다. 우리나라 근대교육 1세기는 식민사관에 입각한 지배권력 유지수단으로 교육정책이 입안돼 왔다. 지배권력은 애시당초 비판적 사고력이나 도덕적 인성향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경제 발전을 위한 기계적 인간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같은 사회구조 속에서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진로에만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에 대한 생각은.

“사회 구조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기계적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지성인이 아니라 기능인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교육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지배권력의 피해자인 셈이다”

-. 대학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 선행돼야 할 점은.

“올바른 교육정책의 수립이다. 과거 정권이 되풀이해온 교육 개혁의 +틀을 벗고 혁신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사회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성격과 목적이 자율과 자치할 줄 아는 국민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뀌지 않는 한 21세기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올바른 교육정책 수립은 가능한가.

“새 정부 교육정책에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이 되풀이해온 방안들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바로 보는 안목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제도교육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 체계의 확립을 통해 새로운 교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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