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한양대공동기획]불붙은 약학대 유치 경쟁(3)

시도별 약학대학 증원이 발표되자 대학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울산, 경북, 광주, 전북, 충북, 제주 등 신규 정원이 제외된 지역 소재 대학들은 약학대학 유치에서 발을 뺀 상태. 10~20명이 배정된 부산, 대전, 강원 지역도 실질적으로 약학대학 신설이 무산돼 지역 소재 대학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호 경기권 대학들에 이어 지역별 각 대학 준비상황을 점검해 본다.


● 인천

복지부가 인천에 배정한 약대 정원은 50명. 1개 대학이 약대를 신설할 수 있는 정원이다. 이 지역에서는 약대 설립에 불을 지핀 연세대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인하대, 인천대, 가천의과학대 등 4개 대학이 약대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세대는 설립 신청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 학과의 송도캠퍼스 이전 계획까지 앞당겼다. 연세대는 지난 8일 약대 설립 신청을 하려면 송도캠퍼스 내 재학생들의 재학을 담보해야 한다며 2011년 언더우드국제대학을 송도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2학기 송도캠퍼스 이전을 앞둔 인천대는 ‘약대 신설 추진위원회’ 발족을 서두르는 한편 인천전문대와 통합이 성사되면 정원이 1000여명 늘어나 별도 증원 없이 약대신설이 가능한 상태다. 또 시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의료원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와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해 전문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의·과학분야를 특성화로 내세우는 가천의과학대는 세계적 수준의 뇌과학연구소와 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을 운영하고 있어 관련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약대 신설을 위해 교수진을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의대캠퍼스가 있는 강화도에 생약재배지인 약초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인하대는 생명공학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약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남>

인천, 경기지역과 함께 가장 약대 유치경쟁이 가장 뜨거운 지역중 하나다. 50명이 배정된 경남지역의 경우 경상대와 인제대, 한국국제대에 이어 최근에는 가야대도 유치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1984년 의과대 설립 당시부터 약대 신설을 추진해온 경상대는 경남지역에 50명의 정원이 배정된 만큼 약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우송 경상대 총장은 지난달 1일 ‘약학과 서립 선언 총장 담화문’을 내고 ‘약학은 생명과학의 대표 분야이며 이 분야야말로 경상대의 특성화 분야이자 강점인 분야’라며 약대 유치의 당위성을 밝혔다. 경상대는 의대와 대형 병원을 갖추고 있고 국립대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제대는 지난달 초 약대 신설을 위한 TFT팀과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백병원 등 전국 5개 백병원과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해운대백병원 등 전국에 6개의 대형 병원을 가지고 있는 인제대는 의료기반과 주변 인프라가 튼튼해 약학대학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 약대 유치를 통해 보건 의료 특성화대학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지난해 제2창학을 통해 의·생명분야를 특성화로 내건 한국국제대는 보건계열 학과 개설은 물론 장기적으로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설립을 추진해 왔다. 한국국제대는 창원 한마음병원을 기반으로 인프라 조기 구축에 나섰으며 학교법인 강인학원에서 향후 6년간 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대구

대구지역은 50명의 정원이 배정돼 사실상 약대유치는 1개 대학에 돌아간다. 현재 경북대와 계명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 한방병원을 둔 대구한의대도 유치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경북대는 지역 거점국립대라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 약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대는 대구에 지역메디컬 산업을 지역주도산업으로 추진할 약학대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북대 약학부 설치가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과 더불어 지역 메디컬산업 인프라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약대 신설을 추진해온 계명대는 이번 계명대는 성서캠퍼스에 의대·간호대 이전과 함께 장기적으론 동산의료원 이전 계획까지 있어 약대 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보해 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신약 및 진단시약 개발 등의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산업화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한의학과와 간호학과 이외에도 한약재 약리학과, 한방제약공학과, 임상병리학과에서 약학과 의학을 연계한 학생 실무실습 교육이 가능한 우수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약대 설립 추진배경을 밝혔다. 대구한의대는 지난달‘약학대학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약학대학 운영 계획을 수립 중이다.


● 전남

50명이 배정된 전남에서는 국립대인 목포대와 순천대, 한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동신대 등 3파전이 예상된다.

목포대는 “약대 정원증원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초과학 기반시설과 교수역량 등에서 사립대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며 약대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순천대는 약대 유치를 위한 추진위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반이 취약한 전남 동구권에 약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순천대는 “전남 동부권 약사 부족현상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며 전남 동부권 약대유치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약자원학과 등 관련학과와의 시너지효과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동신대는 전국에 4개의 한방병원과 기초 및 임상 의학·약학 전공교수를 확보하고 있어 약학과 의학을 연계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동신대는 약대가 신설될 경우 한의학 및 한약재 산업 분야의 인적 인프라와 연구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생명과학, 의학, 약학이 연계된 바이오 메디컬 학문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지역별 약대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선문대 '약학대학 설립 추친위원회' 현판식 모습]


● 충남

50명의 정원이 배정된 충남 역시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안암캠퍼스 설립을 추진해온 고려대의 계획변경이 가장 큰 변수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약한 서창캠퍼스에 약대 설치를 추진할 것인가에 따라 충청권 경쟁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고려대의 향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공주대, 건양대, 단국대(죽전캠), 순천향대, 선문대, 호서대 등 6개 대학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공주대는 지역의료시설이 다른 지역보다 취약해 공주시와 지역주민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공주시는 약대생을 위해 매년 1억원의 장학금을 내놓기로 했으며 2만여명에 육박하는 지역주민의 서명을 받았다. 또 대전성모병원 등 지역 병원과 제약회사와 협약을 통해 교육 실습의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병원을 보유한 건양대는 의대를 비롯 간호, 임상병리 등 기존 의학관련 학과에 약학과를 신설을 계기로 바이오 분야 특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단국대 천안캠퍼는 의대와 치대를 운영하고 있어 의료산업과 의학교육 인프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순천향대는 바이오·의료, 의약 부분을 특성화 분야로 지정하는 등 약대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약대 건물로 활용될 유니토피아관을 짓고 있으며 약학전공 5명의 교수진을 중심으로 추진위를 꾸려나가고 있다. 순천향대는 부속병원을 활용해 실습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선문대는 약학대 유치를 위해 아산캠퍼스내 10만여㎡ 부지에 첨단 의료복합단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연면적 1만1264㎡ 규모의 약학대학 건물을 신축 중이다. 선문대는 기존 의생명과학과, 기초과학부, 제약공학과, 수산생명의학과, 식품과학과, 생명화학공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치위생학과와 5개 연구소를 연계해 연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단 산하 제약회사 및 병원, 협력병원과의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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