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리다. 환란(換亂)으로 신음하던 겨울을 뚫고 봄이 삐죽삐죽 우리 +곁으로 다가왔지만 그 어지러움이 끝날 줄 모르기에 그렇다. 도서관 입구에 서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한번 쳐다볼 여유도 없다. +굳이 인문학이 대학에서 사라졌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어쩌다 나라가 이렇게 되고 산다는 건 무엇인지 한번쯤 깊이 생각하고도 싶다.

그러나 그것조차 이제 사치가 돼버렸다. 어떡하나. 도서관에 처박힐 수밖에.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그래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찬 공기가 품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봄이 좋다. 철없는(?) 새내기들이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기웃거리는것이나 MT 떠나는 게 좋아 흥분에 들떠 있는 모습은 우울이나 절망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활짝 핀 개나리와 철쭉은 우리들의 어지럼증을 +한층 가시게 한다. 그 앞에 서서 우리는 합창한다. 아니, 꿈꾼다. 공기여, 우리들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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