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연 군산대 총장] “지역수요 맞춘 학과 신설 큰 보람”
[이희연 군산대 총장] “지역수요 맞춘 학과 신설 큰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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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하는 날까지 우리 대학을 위해 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군산대는 제 평생 가장 소중한 모교입니다.”

이희연 군산대 총장은 지난 2006년 3월 취임해 이제 임기를 한 학기 남겨 두고 있다. 내년 2월 정년퇴직과 동시에 총장 임기가 끝난다. 지방에서 대학 경영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이 총장은 대답 대신 양복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내, 수첩 크기로 오린 신문지를 펴보였다.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등록금 수혜율 등의 지표가 있는 신문 기사다. 이 총장은 깨알 같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설명했다. “한국대학신문이 보도한 기삽니다. 호남지역에서는 탑 클래스죠?”.

이 총장에게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학내에서는 이 총장 취임 후 학교가 조용해졌다고들 한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 총장은 조용하지만 내실 있게 대학을 경영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장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대학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말도 강조했다. 조선공학과 물류학과 해양경찰학과를 신설해 지역의 직업환경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 게 한 예다. “조선소 없는 군산에 조선공학과를 인가 받았어요. 곧이어 군산에 현대조선소가 들어선 거죠.” 작년 설립한 현대조선소는 내년 2월이면 15만 톤급 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지역사회에 기여할 이들 학과 신설은 대학의 우수 신입생 유치를 견인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 전체 모집단위 평균 경쟁률은 6대 1인데, 3개 학과 경쟁률은 8대 1을 넘어섰다. “국·사립대 통틀어 물류쪽 학과는 많지 않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굉장히 중요해질꺼에요. 물류 시스템을 관리하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합니다.”

지난 4월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공립대 법인화에 대해서는 “법인화하면 경쟁력 생긴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했고, 사립대학을 양산한 대학 설립·운영규정을 폐지하고, 국공립대도 정원을 더 줄이면서 군살빼기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가 입시업무를 대교협에 이양했고, 대학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입업무가 어느 기관에 있는가는 사실상 자율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대교협이라는 법인체에 관리를 이양함으로써 자유화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3불 정책이 자율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3불 정책의 포기가 대입자율화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풀어주어야 할 정책도 있고 묶어 두는 것이 좋은 것도 있죠.”

- 풀어주어야 할 정책과 묶어둬서 좋은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상당히 예민한 문제입니다만 기여입학제 금지는 고수해야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정책은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아이비리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지 않습니까.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명문대는 가문이 좋거나, 돈이 많거나, SAT 만점을 받거나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이고 이게 미국 입시제도의 맹점이라고 봅니다. 결국은 어느 제도든지 100% 만족할 수는 없죠. 절충된 정책이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부실 사립대학을 선별하고, 부실 사립대의 상시적인 퇴출 시스템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국공립대의 경우는 어떤가요.

“현재 국공립대학과 우리대학은 신입생 충원 등에서 특별히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후부터가 문제죠. 2022년이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수보다 15만명이 많아질 거란 통계가 있어요. 큰 규모의 국립대학 35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규모죠. 국공립대도 단위 대학별 정원을 줄이면서 군살빼기 경영을 미리 해야 할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2개 대학이 설립 인가된건 문젭니다. 원인은 대학 설립에 관한 준칙 때문이죠. 대학 설립·운영규정을 폐지하고 대체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 법인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법인화가 되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법인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면 유럽이나 미국의 국립 또는 주립대학들이 이제껏 완벽한 법인화를 도입하지 않았을까요. 법인화 이후 정부지원금이 점차 줄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젭니다. 등록금도 사립대 수준으로 올릴 수 밖에 없을꺼에요. 법인화를 통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만들자는 말도 있지만, 현재의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운영을 자율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법인화에 관계없이 경쟁력 있는 행·재정·학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법인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이라는 생각입니다.”

- 군산대만의 강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국립대학으로서 지역의 발전을 주도할 인재양성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자체를 비롯해 주민들이 군산대에 거는 기대는 대단합니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우리 대학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 대학의 강점이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점이죠. 우리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문화적·사회적, 경제적 상호협력을 통해 지역의 댚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지역 밀착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중심대학으로 더욱 정진해갈 겁니다.”

- 취임 후 3년이 지났습니다. 총장의 경영 철학은 무엇이고, 그 동안 주력해온 분야는 무엇인가요.

“취임하면서 대학의 운영목표를 △ 대학 혁신체제구축 △교육 및 연구기반 확충 △행정 및 재정운영시스템의 개선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디지털기술정보센터와 종합복지회관 건립에 200억 이상 되는 신규사업승인을 얻어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역의 직업환경 변화에 맞추어 조선공학과, 물류학과, 해양경찰학과 등을 신설해 발전의 기틀을 만들고 있습니다.”

-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군산 모바일하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군산대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가요.

“모바일하버는 KAIST가 추진하는 국가연구과제입니다. 이 사업에 군산대 연구팀이 참여하고 군산시가 협조해 협의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모바일하버의 이론적인 실증연구가 검증되면 군상항에 적용하기 위한 실시 설계와 위치 선정 등 더 만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실용화되면 군산에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모바일하버 제조 관련 산업으로 군산시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클겁니다. 군산대 역시 관련 분야 연구와 실무 인력공급을 통해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올해 입시에서 정원 외 전형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기로 했는데요. 입학사정관제 현황과 앞으로 입시제도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올해 입학사정관 1명과 사정원 1명을 채용해 입학사정관제를 시범 실시할 계획입니다. 수시 2차 모집에서 특수교육대상자와 기회균형선발자를 합해 29명의 학생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할 생각입니다. 입학사정관제가 기존 입시 제도의 일면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만능의 입시제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은 정부 지원 신청을 하지도 않았어요. 자체 돈을 가지고 소신껏 시범 운영해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죠. 그래서 간섭받을 일도 없을 겁니다. 정부가 관여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전북대와의 통합이 결렬된 바 있는데, 향후 통합 논의는 가능한가요.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습니다. 저쪽 얘기는 다르겠지만 포장만 다시 하는 그런 통합은 하지말자는 게 군산대 입장이었습니다. 유사학과를 통합하고 학문 영역별로 특성화하자는 것이었죠. 저쪽에서는 우선 통합해서 하나의 학교를 만들어 놓고 얘기하자는 거였죠. 그러나 겉포장만 통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향후 통합 논의는 밝지 않다고 봅니다. 전북대와 익산대가 통합해 규모가 커졌고 지금 군산대와 통합한다면 거대 맘모스 대학이 돼서 자멸할겁니다. 무리해서 통합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

-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내년 2월 임기 만료되는데 임기가 너무 짧지 않나요. 연임 의사는.

“말 같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못 다한 일을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어떤 점은 개선된 부분도 있고, 3년 남짓하니까 요령도 생기고 이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감이 잡힐 때가 있는데 좀 아쉽기도 합니다. 가슴에 묻고 후임 총장의 과제로 남겨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그 동안의 노하우를 후임 총장에게 전해줄 생각입니다. 내년 2월이면 정년퇴직합니다.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우리 대학을 위해 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군산대는 제 평생 가장 소중한 모교입니다.”

■ 이희연 총장은 = 전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1969년)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1976년)를, 충남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1983년)를 취득했다. 멜볼딘여자고등학교와 동산고등학교 교사(1973~1978년)를 지낸 뒤 서해공업전문대 교수를 거쳐 1984년부터 군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내에서는 공과대학장, 산학협력센터 소장, 산업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올해 초부터 지역중심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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