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발전이 눈부시다. 송광용(56) 총장의 ‘연구비 세일즈’가 대학 발전의 주춧돌을 놓고 있다. 서울교대의 연간 연구비 수주액은 2007년 3억 7천만 원이었다. 송 총장이 취임한 뒤 1년 만인 2008년 21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올해 7월말 현재 36억 원이 됐다. 취임 2년 만에 10배 이상 상승한 결과다.

송 총장은 연구비 수주에 따른 부수익이 더 큰 수확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수뿐 아니라 직원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겼다”면서 “서울교대가 부동의 선두주자로 생각했다가, 7~8년 전부터 경인교대에 밀렸죠. 이제 그런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비 수주 증가는 재학생들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학기당 등록금 150만원이 채 안되지만 장학혜택도 커져 학생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줄고 있다. 장학금은 송 총장 취임 이후 44%가 증가했다.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늘었다. 취임한 해 2번이던 보너스가 지난해 4번 올해는 6번 지급됐다. 직원들은 “일이 많아 바쁘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전국교육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 총장은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국공립대학 통합 추진으로도 바쁘다. 지난 4월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대학의 사범대 등 교직관련 학과를 인근 교육대학으로 통합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립대 총장으로서 정부 의견과 반대로 역통합을 제안한 것으로 소신파라는 평을 듣는다.

국공립대 법인화에 대해서는 “대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답을 내놨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총장 입장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법인화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돈이 문젠데, 수익 창출 모델을 모색해야한다.”

다음은 송 총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강조하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가.
“2007년 연구비수주액이 3억 7천이었다. 2008년 21억, 4년제 대학 인문·사회계열에서 24위다. 올해는 7월말 현재로 36억 원이 됐다. 사업비 수주액도 20억 넘었다. 이런 과정 거치면서 교수 뿐 아니라 직원도 굉장히 바빠졌다. 보너스도 취임하면서 2번 드렸고, 작년에는 4번 올해는 6번 드렸다. 가장 큰 소득은 구성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긴 것이다. 또 대학원생 파견교사 제도 등 새로 도입한 제도도 많다. 이 제도는 25개 전공별 1명씩 2년간 파견하는 제도다. 다른 시도에서 벤치마킹해갔고 교육청에서도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가시적으로는 종합연구강의동 신설했다. 교과부에 가서 애원했다. 땅값 빼고 공사비는 110억 정도. 총장이 뭐 한거 같다는 얘길 듣는다.”

- 2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는데, 연구비 수주 비결은.
“우수 교수를 채용한 게 이유다. 또 총장이 열심히 뛰어다니는게 중요하다. 단돈 500만원의 연구비라도 그렇다. 교수들이 연구계획서를 내면 탈락되더라도 건당 15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목표가 50억 정도로 예상하면 전국 4년제 대학 인문·사회계열에서 6위 정도 될거다.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액으로 치면 아마 1위다. 이밖에 사업비 대학역량 강화사업 10억5천만원은 별도다. 이런 사업비 뺀 연구비가 지난 7월 말에 30억 원 넘었고, 지금 36억 원이다.”

- 좋은 대학을 만드는데는 돈이 필요하다. 연구비 수주 실적만 보면 대단한 성과다. 수익사업 성과는 어떤가.
“평생교육원 사업과 각종 연수가 활성화됐다. 연수 사업만 보면 지난해 30억 원을 넘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학생들 장학금으로 간다. 수익사업 활성화에 대해 초기 헐뜯던 분들도 이제 거의 없다. 지하 2계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건축비 900억 규모의 민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부산대는 개별적으로 임대를 줘서 문제가 된다고 들었다. 우리는 단일 기업이 임대하기로 해 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제 수익금으로 연구비가 나가고 장학금이 확충되니까 잠잠하다. ”

- 서울교대만의 경쟁력은 무언가.
“우리는 교육으로 특성화한 대학이다. 초등 교사 양성 분야에 있어서는 어느 다른 대학보다 강점이 있다고 본다. 또 우수학생이 모인다는 것도 재산이다. 올해 신입생 보면 수능 0.8% 이내 학생들이다. 규모가 작아 가족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큰 장점이다. 정에 이끌리는 등 부담도 있지만, 화합하기가 쉽다. 작아서 통합 행정체제를 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종합대학의 경우 무슨 일이 있으면 해당 부서만 안다. 우리는 전 부서가 달려들어서 하기 때문에 행정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 임기 후반기 구상은.
“새로운 일을 하기 보다는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정착시키는게 더 중요하다. 후임 총장이 제가 했던 일을 시스템화해서 이게 계승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교내 평생교육원을 통해 방과후 학교를 강화할 생각이다. 지난 2007년 만들었는데 이게 수요가 크다. 현 정부 들어 사교육 없앤다고 하니까 학원쪽에서 이쪽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다. 서울교대 이름을 쓰는 대신 발전기금을 내겠다고 제의하는 곳이 많다. 서울교대 브랜드를 이용해 발전기금을 모을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교대 법인화는 어떤가.
“저희도 법인화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총장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법인화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자구노력을 찾아놔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방 교대 중 법인화 이후 생존할 대학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어쨌든 대비는 해둬야 한다. 수익창출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부작용도 살펴봐야한다. 지난번 오사카 대학 갔다. 교수 퇴임해도 신규 충원을 못하더라. 인건비 줄이는 게 제일 쉽기 때문이다. 총장 차 기사가 퇴임했는데 기사 안 쓰고 걸어 다닌다. 이게 참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쪽에 물었더니 “(법인화)하지 말라”고 하더라. 다만 총장 권한 강화된다. 그러나 돈 없이 자율화해봐야 의미가 없다. 공대나 의대나 수익사업 낼 수 있는 대학은 법인화해도 된다. 교육대학으로서 수익사업 별로 없어 쉽지 않다.”

- 정부가 교육대를 인근 종합대학에 통합시키려고 하는데.
“만약 서울대와 통합한다면 서울대 사범대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까. 서울대 사범대는 교내에서 미운 오리새끼다. 어찌 보면 교원 양성기능이 이미 상실됐다. 임용교사 합격률이 10% 미만이다. 이미 교사 양성대학이 아니다. 그런 사대와 같은 수준으로 통합한다면 교육대학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될 수 밖에 없다. 지난번 서울대와의 통합 내용이 서울대 쪽에서 나왔다. 이걸 장관이 대통령한테 '서울대-교대' 통합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더라. 사실무근이다. 등록금도 오를테고 교직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적어도 통합 할 때 이익이 있어야 한다. 지난번 이주호 차관과 얘기했다. 이 차관은 변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변하지 않는 대학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방향이 문제다. 물리적으로 통합하면 뭐가 달라지나. 반드시 실패한다. 그 동안 국립대 통합하면 지원금 줬는데, 먹튀 아닌가. 동작 빠른 대학들은 다 받아먹었다. 통합 이후 이익이 뭔가.”

- 교육대학 통합의 정답은 무엇인가.
“지역별로 안되면 교육대학의 특성으로 통합해야한다. 한국종합교육대(가칭)로 통합하자고 지난 2005년 제안했다. 지역 연합체제로 가자는 거다. 우선 도서관과 전산소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거다. 2단계로 가서는 권역별 통합을 한다. 3단계에서는 기능을 위주로 가자는거다. 이게 교육대학 총장들의 방안이다. 결국은 대학별 특성화 이후에 통합해야한다는 거다. 언제까지 대통령임기나 장관임기내로 정해놓고 할건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돈을 주고 통합하라고 하면 ‘먹튀’밖에 나오지 않는다.”

- 학령인구 감소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 않나.
“정원이 지난 3년간 100명 줄었다. 지금 정부가 수급계획 수립할때 장기적 안목으로 수립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479명 정원인데 지금 OECD 평균치와 비교하면 우리 여건은 굉장히 열악하다. 선진국들 평균은 교원 1인당 학생수가 16.7명인데, 우리는 28명이다. 적어도 현재 정원으로는 가야한다. 지금 여기서 또 줄인다는 건 현재의 열악한 여건을 안고 가라는 거다. 문제는 교사 임용 경쟁률을 맞추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원 정원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정원 동결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됐다. 이건 말이 안된다. 올해도 교대와 교원대 합해서 500명 정도 줄여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볼 때 무작정 줄이는게 능사가 아니다. 초등 교원으로 나갈 학생들을 줄이면 나머지 정원은 평생교육, 컴퓨터교육, 사회교육, 통일교육, 새터민교육, 방과후교육 등으로 돌릴 수 있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현 정부의 자율화 기조로 변화된게 있다고 보나.
“많이 됐다고 본다. 수도권 이외에서의 정원 자율화, 학과 조정을 대학이 알아서 자유롭게 한다든지, 학생선발에 있어서도 자율권이 확대됐다. 보직임용과 부총장 신설 등도 그렇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재정지원을 하고 거기에 자율권을 부여해야한다. 재정운용이 옥죄어있다. 대학역량강화사업의 경우 10억 5천만원 주는데, 집행항목에는 학생장학금 15% 식으로 너무 규제하고 있다. 곳간 열쇠는 줬는데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 또 돈을 받기 위해서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대학들이 무질서했던 시대가 아니다. 각종 정보가 공개된다. 이제 대학을 신뢰해야한다. ”

- 만약 교과부장관 자리를 맡게 된다면 무얼 하겠나.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하라고 한다면 장기종합교육계획을 수립하겠다. 입각하면 아마도 재임 중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야 할 꺼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이다. 교육 업적이 아니라 교육 이외의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업적에 치중하게 된다. 얼마 전 장관과 얘기했는데, '장관님은 입학사정관제에 매달리는거 아닙니까' 물었더니, 입학사정관제만 도입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되고 사교육비가 없어진다는 얘기로 몰고 가더라. 그러나 사교육비 증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입학사정관제는 다양한 방안 중에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보완적 요소다. 제가 제안한다면 입시 전체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뭔가 문제다고 확 뜯어고치면 그건 장점만 보고 덤비는 거다. 단점이 안 보인다. 또 정말 자율권을 줘봤으면 좋겠다. 간섭하면 창의성 발휘해서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월급 받는 만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 교사 할 때 나름대로 재량권이 주어졌다. 그때 밤잠을 안자고 공부해서 뭔가 해보려는 분위기였다. 교육은 자율성이 주어질 때 창의성이 나올 수 있다. '완전 개판'이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까지 자율권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자율에 따른 책임은 물어야 된다.”

■ 송광용 총장은 = 1953년 충남 보령 출생. 대전고(71년), 서울대 교육학과(76년)를 졸업한 뒤 3년간 성일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서울대 교육학 석,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거쳐 1984년부터 서울교대 강단에 섰다. 교내 초등교육연구원장, 과학교육연구소장, 초등교육학과장 등을 지냈다. 교외에서는 교육부 교대발전방안 교사교육프로그램 추진기획단 실무위원장,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초등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올해부터 전국교육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교직원 투표로 총장에 선출됐다.

대담=박병수 부국장,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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