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순리대로 대학을 이끌어 구성원에게 자율을 주고, 대학을 발전시킨다면 불평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박우희 세종대 총장은 갈등의 요인들을 바로잡고 대학을 ‘순리대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대신 “순리대로 대학을 운영하겠다고 했음에도 학외 문제를 학내로 끌고 들어오거나 학내 문제를 학외로 가져가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 며 “이제는 학내 갈등을 조장할 때가 아니라 대학 발전에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이 취임 직후 풀어야 할 당면과제로 제시한 것은 ‘화합’과 ‘발전’이다. 화합을 위해선 교내에 화합추진위원회를 두겠다고 밝혔다. 연륜 있는 교수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거기서 나오는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또 대학 발전에 대해선 자체 경쟁을 통한 특성화·세계화·정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군자동캠퍼스는 지하를 주차장과 교육·문화·상업시설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공간 부족’ 문제를 지하캠퍼스 개발로 풀겠다는 것이다.

- 세종대는 오랫동안 학내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취임사에서 학내외 불화를 대학재단의 거버넌스 문제로 규정하며, “우리들은 포스코의 모델을 따르면 된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
“세종대의 학외 문제는 가족 내의 재단귀속의 문제로 재산을 둘러싼 형제 간 갈등이다. 그래서 포스코 모델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포스코 모델은 주인이 없는 회사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학교법인도 한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 이사회가 모든 재산을 갖고 의사를 결정한다. 세종대도 이사회가 잘 구성돼 정직한 사람들이 바르게 이사회를 운영하면 문제가 해소된다. 포스코는 주인이 없음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세종대도 그렇게 가자는 얘기다. 이사회가 잘 구성돼 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대학 교수가 시비할 게 없어진다.”

- 교내에 화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덕망 있고 중립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대부분 세종대에서 30년 이상씩 근무한 분들이라 세종대 갈등에 대해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어떤 논의를 하든 다 위원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논의 결과 내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하고, 좋은 방법이 나오면 받아들일 생각이다. 교수·학생 모두 대학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학내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다.”


- 대학 발전전략으로 특성화·세계화·정보화를 제시했다. 특성화는 학내 경쟁을 유도해 잘하는 분야를 특성화시켜 선택과 집중을 꾀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세종대는 교수 360여 명, 학생 1만2000여 명, 직원 160여 명의 작은 대학이다. 현재 각 대학이 살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종대는 작은 대학이기 때문에 종합대처럼 하지 말고, 작은 대학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그동안 특성화를 추진해 왔지만, 국내에서의 특성화에 머물렀다. 그렇게 해서는 세종대가 발전할 수 없다. 특성화 분야를 세계화해야 한다. 특성화도 성장 가능성이 높고,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학내 모든 분야가 자체 개발계획을 제출한 뒤 그 성과를 보고 (특성화 분야를) 선택하겠다.”

- 앞으로 대학의 가시적 지표를 올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대학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뭔가.
“지금 세종대의 수준으로는 졸업생을 환영할 기업이 많지 않다. 세종대의 발전성을 보고 졸업생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교육과 학사제도로는 안 된다.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좋은 실력을 갖추고 사회에 나가야 한다. 교양과목도 인성을 키워 주는 방향으로 가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과나 복수전공도 보다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고 싶다. ”

- 취임사에서 군자동캠퍼스 개발에 대한 생각도 밝히셨는데.
“현재 1만평 규모의 캠퍼스 지하를 4층으로 개발, 4만평의 부지를 확보할 생각이다. 이미 구청에서도 세종대 주변 지하개발계획을 갖고 있다. 지하캠퍼스에는 주차장과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도 확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임 부총장을 임명해 추진을 맡길 생각이다.”

- 학내 구성원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연말까지 지켜 봐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연말에 그동안 해 온 것을 두고 비판할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학생을 비롯해서 학내 모든 구성원의 얘기에 귀를 열겠다. 학교 운영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선 터놓고 얘기하겠다. 갈등을 없애고 화합의 길로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임기 3년 후엔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세종대의 분쟁을 완전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자그마치 40년간 이어져 온 분쟁이지만, 반드시 해결된다고 확신한다. 아울러 특성화·세계화·정보화를 통해 발전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
정리=신하영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박우희 총장은...

1935년 12월 대구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원을 거쳐 일본 도쿄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일본 도쿄대 연구교수, 국제경제학회장, 일본 통산산업성 자문교수, 상공부 무역위원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독일 베를린자유대·미국 뉴욕대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종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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