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 부실 부추기는 기업의 두 얼굴
[시론] 교육 부실 부추기는 기업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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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본지 논설위원·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드디어 개강이다. 한때 교수들 사이에선 ‘개공파’라 해 ‘개강을 공포스러워하는 교수들’ 모임이 제법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번 가을 학기의 공포는 ‘신종플루’란 글로벌 위험에 더해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 시대’란 신조어까지 등장한 탓인지, 여전히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대학생들의 어깨를 한껏 움츠러들게 하는 듯하다.

신종플루와 청년실업 사이엔 묘한 공통점이 엿보인다. 둘 다 개인적 차원의 위기가 아니란 점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위기 및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네 대처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신종플루만 해도 처음 위험 징후가 발견되었을 때 예의 ‘안전 불감증’이 발동해 안이하게 대처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정 시기에 발빠르게 대응했더라면 지금처럼 온 국민의 과잉위기감을 촉발하진 않았을 것이다.

청년실업 또한 IMF 이후 꾸준히 사회적 쟁점으로 자리매김돼 왔을진대, 장기적 차원의 대책 마련 대신 ‘고용 없는 성장’을 탓하고 여전히 근시안적 미봉책에 매달려 왔음은 모두 깊은 반성해야 할 점이다.

잘 알려진 바 최근 대학생의 평균 재학 연수는 5~6년으로 4년 만에 졸업하면 스스로 ‘조기(早期) 졸업생’이라 칭하고, 졸업을 앞둔 4학년을 일컬어 ‘사(死)학년’이라 부른다 한다. 패기와 열정으로 무장한 미래 세대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기성세대로선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최근 캠퍼스의 취업 열기에 대해선 솔직히 양가적 감정이 고개를 든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냐 하는 초보적 수준의 자괴감을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다. 산학·관학협력이란 이름하에 대학·사회 간 유기적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대학이 사회변화에 적극 부응함은 물론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으로 자신의 위상을 정립해 가는 것은 분명 발전의 징표다.

한데 종래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입시 사교육 시장이 급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청년실업 탓에 대학생 취업을 지원하는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이 팽창일로에 있음을 보니, 대학과 사회가 협력의 고리를 형성하는 방식을 보다 더 숙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기업 CEO들에 의해 제안된 바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으로 창의력·도전정신·팀워크/의사소통 능력·전공 지식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들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조직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표현력, 적극적 추진력, 나아가 더불어 소통하는 능력 모두 대학교육 교과과정의 틀 안에서 충분히 훈련돼야 할 능력들이다.

그럼에도 과제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 앞에 서면 기운이 빠진다. ‘취직 공부’가 필수요, ‘전공 및 교양 공부’가 선택이 되고 있는 탓이리라. 더욱이 취직에 성공한 학생들이 하나 둘 강의실에서 사라질 때면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다.

물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입도선매 차원에서 입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신입직원 연수에 들어가는 기업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하늘에 별 따기라는 취업 경쟁을 당당히 뚫은 제자가 자랑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학사 일정이 15~16주 남아 있는데, 학생들을 서둘러 데려간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 낼 수 있는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노력 못지않게 교육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래야만 캠퍼스의 열기도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열정적 기운으로 승화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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