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졸업예정자 김동현군(중앙대 경제4). 지난 9일 김군이 학교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30분. 시험기간이 아닌 평소에도 늦어도 6시 5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아침 7시. 벌써부터 열람실 출입구는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가방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는 김군은 “재학생들로도 +가뜩이나 붐비는 도서관에 졸업생들마저 대거 가세해 자리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이 같은 자리다툼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도서관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들과 아직 졸업은 안 했지만 선배들의 전례를 보며 취업 실패가 ‘남의 얘기’가 아님을 깨닫고 있는 3∼4학년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IMF학번’으로 불리는 새내기들까지 가세해 시험 때처럼 새벽부터 도서관 자리가 가득 차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평일에는 중앙도서관은 물론 이과대 도서관, 문과대 +도서관 등 어디 할 것 없이 오전 7∼8시면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며 일요일에도 오전 8시면 도서관 자리가 꽉 차고 있다, 충남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보통 오전 8시만 되면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다. 도서관측은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해 평일 자료실 이용시간을 오후 +5시에서 8시로 연장했지만 밀려오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립대와 한양대는 신축 도서관 이전을 앞두고, 안그래도 모자라는 도서관 자리잡기가 여느 대학보다도 훨씬 심해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중앙대 도서관 유숙자 계장(참고실)은 “예년에 비해 도서관 이용자수가 20∼30% 가량 증가했다”며 “학교 규칙상 졸업생들의 도서관 출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눈감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고 보니 도서관 자리를 놓고 학생들간의 ‘알력다툼’도 +심심지 않게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도서관 자리를 ‘사석화’ 하는 좌석선점과 부족한 열람실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재학생과 졸업생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바로 그것.

실제로 지난 3월 성균관대(자연과학캠퍼스)에서는 도서관 좌석 선점 +문제를 놓고 대자보 공방전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이 대학 강용승군(화학4)이 “그 동안 좌석을 선점했던 일을 반성하고 앞으로 자리정리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이자 이에 +대한 찬반대자보가 연이어 붙은 것. 이에 성균관대는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도서관 자리를 정리하는 근로장학생을 뽑아 좌석선점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중앙대와 충남대도 자체적으로 「도서관 자치 위원회」를 결성, 열람실 환경정화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한편 졸업생들에 대한 재학생들의 태도는 IMF 덕분에 아직은 호의적인 +편이다. 최근 연세대가 졸업생들의 출입을 제한하자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붙일 정도. “우리도 몇해 후면 같은 처지가 될텐데 +어떻게 졸업한 선배들이라고 해서 도서관 출입을 막을 수 있겠느냐” 는것.

그러나 고려대, 홍익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내고 있는 재학생이 +도서관 이용에 우선권이 있다는 여론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데다 중간고사도 다가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도서관 자리를 둘러싼 재학생과졸업생간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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