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항상 높은 곳에서 펄럭이던 태극기. 기껏해야 국경일이나 국가원수 해외나들이 길에나 볼 수 있었던 한국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방이 온통 태극기 물결이다. IMF 이후 ‘나라 살리기 운동’이 한창인 요즘, 외제에 대한 반감은 우리 것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고 그 상징으로 떠오른 태극기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개발한 것. 일명 ‘태극기 패션’이 바로 그것이다.

가방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다니는 박영식군(순천향대 물리3)은 +“태극기를 달고 다니니 애국자가 된 기분”이라며 “요즘은 외제상품을 갖고 다니면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가방에 붙은 외제상표를 가리기 위해 손수 태극기를 박음질하는가 하면 태극무늬가 그려진 양말이나 팬티가 선물용으로 인기를끌고 있다. 또한 태극무늬를 새긴 열쇠고리 등의 팬시용품도 불티나게 +팔려 태극물결을 실감케 한다.

이 같은 ‘태극기 패션’의 유행은 ‘태극기=애국심’ +‘애국심=국산품애용’이라는 등식과 함께 ‘외제상품사용=비애국적행위’라는 등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쯤 되니 기업마다 태극기를 이용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태극기 무늬의 상품을 만들어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증정하기도한다. 한 이스트팩 매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가방을 사면 태극무늬가 +새겨진 배지를 덤으로 준다.

이스트팩 가방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는 김선희양(서울시립대 영문3)은 “‘장사꾼 논리’에 태극기가 일그러지고 +있다”며 “태극 마크의 진정한 의미를 잊은 채 말뿐인 ‘애국’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제 태극기는 국기게양대에서 젊은이의 티셔츠와 가방으로 내려왔다. 뒤늦은 ‘태극사랑’ 이 반갑긴 하지만 유행에 휩쓸린 '반짝 인기'로 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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